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어머니의 소원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2015.05.22 11:24조회 수 622추천 수 1댓글 3

    • 글자 크기


어머니 얘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73년도 결혼하시던 해의 이야기니까, 거의 40년 전쯤이 되네요. 아직 제 형이 태어나기 전이었다니까요.

외할아버지께선 어머니께서 결혼하시기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외할아버지 얘기를 많이 듣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맘이 따뜻하고 다정한 분이셨다고 합니다. 제 외할머니는 상당히 여장부 같은 분이셨는데 외할아버지께서 외할머니께 고분고분 맞춰주면서 사셨다고 하네요.

어렸을 때까지 살던 예전 집은 당시로서는 꽤 잘진 마당이 넓은 집이었습니다. 작지만 정원도 있었고 마당엔 쇄석도 깔아놓고 했었던 기억이 선하네요. 집 대문은 마루를 기준으로 마당의 왼쪽 끝에 위치해있었죠. 대문을 나서면 작은 골목을 따라 뒷집을 갈수 있었습니다. 뒷집에 살던 준석이네 가족생각도 갑자기 나네요. 아 나중에 이 준석이네 가족 얘기도 한편 올리겠습니다. 

어머니의 원래 고향은 서울이셨는데 시골로 시집오신지 얼마 안 되셨을 때랍니다. 밤에 잠을 자고 있는데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랍니다. 어머니가 그 소리에 먼저 깨셔서 좀 불안한 마음에 누굴까 하고 있는데 희미하게 어머니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나더랍니다. 그러더니 더 선명하게 **아~~하면서 더 크게 대문을 두드렸답니다. 근데 그 순간 직감하셨답니다. 바로 외할아버지 목소리라고.

어머니가 눈물을 죽죽 흘리시며 나가보려고 하는데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서 말리셨답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갑자기 잘 주무시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시더니 아버지가 오셨다고. 딸 사는 거 보려 오신 거라고 울면서 나가려 하셨답니다. 그 순간엔 아버지는 만약 지금 집사람이 나가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어머니를 강하게 제압하셨다고 하네요.

어머니가 한참을 우시다가 겨우 진정하셔서 주무시고 아버지는 안방 등을 켜놓고 날을 새셨다고 합니다. 날이 밝아 아버지께서 나가보니 누가 왔다가거나 대문을 열었다거나 하는 흔적은 없어서 안심 하셨다고 하구요 

그날 아침 일찍 준석이네 어머니(당시에 저희 어머니보다 1년 먼저 결혼한 새댁이셨습니다.)가 집에 오셨답니다. 준석이네와는 앞뒤로 붙어있어서 제가 어렸을 때도 참 서로 많이 놀러 오고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걱정스레 하시는 말씀이 어제 새벽에 문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셨다고 하네요. 그 말에 어머니는 또 한 번 대성통곡을 하셨고 아버지도 너무 놀라서 한참을 멍하니 계셨다고 합니다.

시간도 많이 지났고 이제 어머니도 환갑을 훌쩍 넘기셨지만. 아직도 그날 외할아버지가 저쪽  세상에서 하루 휴가를 받아서 딸 사는 거 보고 싶어 오신 거라 믿으시면서 뭉클해 하십니다. 그러면서 나 죽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오시리라 믿고 계시더라고요. 아마 어머니의 소박하면서도 불가능한 소원은 이루어질까요.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은 저희에겐 좋은 날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들이 두렵습니다.

[투고] 김태형님


    • 글자 크기
댓글 3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5012 단편 팔척귀신2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943 1
5011 사건/사고 판문점 도끼 사건1 금강촹퐈 632 2
5010 혐오 돼지껍데기 먹다가 당첨된 ssul3 금강촹퐈 1367 2
5009 혐오 7억 6천 들여 전신성형한 남성의 모습4 금강촹퐈 1919 2
5008 혐오 의사가 본 최악의 자살법 금강촹퐈 1787 0
5007 혐오 사진작가가 추억의 사진을 끔찍하게 만들어놨어2 금강촹퐈 1716 0
5006 혐오 알몸으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사망1 금강촹퐈 1826 1
5005 실화 영화 곡성 심령 에피소드1 금강촹퐈 1347 2
5004 혐오 극혐] 바다의 바퀴벌레 갯강구2 금강촹퐈 1766 1
5003 실화 산부인과 건물의 지하 락카에서 겪었던 실화 금강촹퐈 1023 1
5002 단편 무서운 이야기 1 금강촹퐈 686 1
5001 단편 떠 다니는 물 귀신1 금강촹퐈 832 0
5000 기묘한 기묘한 이야기 - 어른면허증3 금강촹퐈 1158 1
4999 기묘한 전북 군산 흉가 사진1 금강촹퐈 2057 1
4998 실화 저승사자는 기어다닌단 이야기 금강촹퐈 1062 1
4997 실화 4명이살면 한명이죽는집에 살았던 이모네 금강촹퐈 1204 0
4996 실화 자취방에서 겪었던 일들 금강촹퐈 849 1
4995 실화 별장의 비밀 금강촹퐈 1131 1
4994 실화 강원도 바다에서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917 1
4993 실화 생선굽는 가족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598 1
첨부 (0)
로그인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