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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남편을 기다리는 귀신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9.03.04 13:07조회 수 62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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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해주신 얘기야....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참 재밌고 좋은 분이셨어.  수,토요일처럼 4교시만 하는 날 마지막 시간이나 아님 짬짬이 애들이 분위기 안 사는 날이면 재미있는 이야기나 무서운 이야기를 잘 해주셨어 ㅎ

근데 제일 인기좋은 건 무서운 이야기였다는 거 ㅎㅎㅎ 선생님이 뜬금없이 지나가는 말처럼 '무서운 얘기 할까?' 하면 애들이 다 '네!!!'하고 소리지르면서 좋아했어.

늘 양복에 넥타이 휘날리면서 자전거 타고 출퇴근 하시고, 애들 기합주실 때는 투명의자;에 앉히셨던 선생님...지금쯤은 정년퇴직하셨을 텐데 그립다 ㅜㅜ 물론 그닥 특징없는 학생이었던 나냔은 지금 봐도 누군지 모르시겠지......

 


선생님이 직접 본 귀신이라는데....지금 생각하면 모르겠다 ㅋㅋㅋ 애들이 맨날 무서운 얘기 해달라고 졸라서 책읽고 참고하신 거 같은 기억도 나서뤼 ㅎ

선생님은 꼬꼬마 초딩시절 여름-겨울방학이면 시골 할아버지댁에서 놀다가 개학할 때쯤 올라가셨대.

할아버지댁은 걍 농사짓는 시골집이라서 너무 놀기 좋으셨다지.

동네 꼬마들이랑 몰려다니면서 놀다가 하루는 혼자서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어느 집 삽짝문 안을 무심코 보니 아주 예쁜 여자가 툇마루에 앉아있더래.

아줌마보다 누나라고 불러야 할 나이대에 얼굴이 정말 너무 예뻐서 자기도 모르게 빤히 봤대. 어린 마음에도 정말 영화배우 같았다고... 
(그렇게 예쁜 여자는 태어나서 처음 봤어! 하고 강조하던 선생님.....;)

그런데 그 여자가 선생님이랑 눈이 마주치니까 다정하게 생긋 웃더래. 선생님은 괜히 기분이 좋아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대.

여자도 '안녕?'하고 기분좋게 받아주더래. 선생님은 예쁜 여자가 인사를 해주니까 너무 좋았대.

선생님이 쑥스럽게 웃으면서 무슨 말을 할까 머뭇대니까 여자가 '여기 이사왔니?' 하고 다시 다정하게 물어봤대.

그래서 '아뇨, 방학이라서 할아버지댁에 놀러왔어요' 그랬대.

그러니까 그 여자가 '그래.....'하고 도로 말을 안 하더래.  선생님은 더 얘길 하고 싶어서 '누나는 여기서 뭐해요?' 하고 물어봤대.

농사짓는 마을이라 낮 시간엔 어른들이 대부분 논밭에 나가고 없는데 이 누나는 그냥 마루에 앉아 있으니까.

그 말을 듣더니 여자가 아까처럼 생글 웃으면서 '우리 신랑 기다려.' 그러더래.

선생님은 이 누나가 아줌마;라는 게 약간 놀라기도 해서 '아저씨요?' 하고 다시 되물었대.

'응, 금방 오실 거야.'하고 대답하면서 생글생글 웃는데 웃는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이고 예쁠 수가 없더래.

선생님은 거기서 막 두근두근하는 기분으로 '네....안녕히 계세요' 하고 나왔대. 여자는 웃으면서 '그래 잘 가~'하고 인사해줬고.

그렇게 긴장이 될 만큼 예쁜 여자랑 얘기한 게 처음이어서 막 다리가 다 떨렸대 ㅎㅎ

 

뭔가 막 설레는 기분으로 할아버지댁에 돌아간 선생님은 저녁을 먹다가 사촌형한테 '형, 나 오늘 너무 예쁜 누나봤다' 하고 자랑을 했대.

형이 밥을 먹으면서 '어디서?' 하고 무심하게 묻길래 막 자세하게 얘기를 했대. 낮에 어디어디 갔더니 어쩌구 저쩌구...

근데 갑자기 얘길 듣던 형이랑 다른 가족들이 눈이 동그래져서 '어디서 봤다고??' 하고 되묻더래.

선생님은 막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집이라 잘은 기억이 안 나서 대충 얘길 했대. 누구네 집 지나서 어디 올라가고 어디 건너편 일케.

그랬더니 갑자기 큰엄마가 큰소리로 얘가 귀신한테 홀렸다면서 거긴 왜 갔느냐고 막 야단을 치더래.

할머니는 붙잡고 막 안색을 살피고 큰아버지나 삼촌도 큰일날 짓 했다면서 혼내고....선생님은 어안이 벙벙하더래.

그렇게 예쁘고 착해보이는 누나가 귀신이라니.......전혀 귀신같지 않았대. 행색이 지저분하지도 않고 말끔했고 얼굴이 그렇게 하얗지도 않았고....아무 해꼬지도 안했고......

다들 이 동네 애들은 그 집 근처에도 안 간다면서, 어떻게 거길 갈 생각을 했냐고 하도 몰아세우니까 다음 날에 어른들이랑 그 집을 되짚어 같이 갔대.

삽짝문도 맞고 찾아간 집이 어제 간 집은 맞는데 그런 누나는 없고, 살펴보니 집이 무척 낡은 집이었대.

마당엔 검불이며 잡초가 많고 집도 자세히 보니 사람이 오래 안 산 집이었다는 거야.

어른들 말씀이, 옛날에 이 집에 갓 결혼한 부부가 살았는데 한겨울에 남편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없어졌대.

부인이 발을 동동 구르면서 기다렸는데, 겨우내 남편을 찾고 기다리다가 열병들어 죽고 말았대. 
(아마 홍역이었을 거야 하시면서 우리한테 홍역 설명을 해주셨는데....이 때 홍역을 처음 알았당)

남편은 안타깝게도 봄이 되어 골짜기에서 시체를 찾았는데 산짐승들이 다 뜯어 먹어서 알아보기도 어려울 정도였고....

그 뒤로 가끔 그렇게 그 집 툇마루 앞에 앉아 남편을 기다리는 새댁을 사람들이 봤대.

다른 말을 시켜보려면 말이 안 통한대. 무조건 남편을 기다린다는 말만 하고......

동네 사람들이 언제 소문이 퍼졌는지 가엾은 새댁을 위해서 굿이든 염불이든 해주자고, 자꾸 사람들 눈에 채이는 것도 불쌍하다묘

절에서 스님이 오셔서 그 집에 향불을 피우고 진종일 염불을 하셨대.

 

선생님은 그 때 스님이 목탁을 두들기면서 불경 외우는 건 하나도 못 알아 들었지만 큰 소리로

'이승에서 부부의 연은 다하였으니 내세에 다시 만나서 오래오래 더불어 사시오~' 하는 스님 목소리를 들으니까 괜시리 눈물이 났대.

'우리 신랑 기다려' ,,' 금방 올 거야' 하고 말할 때 그 새댁이 너무너무 예쁘고 부드럽게 말해서

얼마나 남편이 보고 싶었을까....하고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라는 거야.

그 뒤로 그 근처에 가볼 생각도 못했지만 그냥 속으로 '저승가서 꼭 아저씨 만나세요...'하고 빌었대.

지금도 그 여자가 산 사람이 아니라는 실감은 전혀 안 나시지만, 꼭 귀신이 머리 풀어헤치고 흰 소복입고 달겨들어서 으히히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불쌍하고 예쁜 귀신도 있다는 걸 알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하셨어.

나는 초딩 당시에는 그냥 에이 별로 안 무섭네 하고 말았는데......다 커서 결혼한 후에 떠올리니 그 새댁이 너무 안쓰럽다 ㅠㅠㅠㅠ

신랑하고 얼마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까 싶어서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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