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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신이 점지해준 아이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9.03.04 13:10조회 수 978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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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지내는 언니 이야기야~

이 언니가 나보다 3살 위인데 지금 거진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 하나를 둔 싱글맘이야

처음 만나게 된게, 나냔이 학교 봉사활동 하러 재활센터 같은데에 일하러 갔다가 보게 됐어

그 센터에 아무래도 연세 있으신 분들 비율이 높아서, 엇비슷한 나잇대에 같은 여자고 마음도 잘 맞아서 금새 친해졌어

이 언니의 경우는 아들 때문에 여길 다니게 됐는데, 아들이 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해...

제대로 된 병명이 기억은 안나는데.. 한쪽 다리가 성치를 못해서 성장이 거의 멈췄어. 그래서 다른쪽 다리랑 맞질 않아서 혼자 걷질 못해

이 언니 혼자서 애 데리고 치료 다니랴 일하랴 항상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더라

개인사는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직접 물어본 적은 없었어

 

그렇게 친해져서 평소에도 시간이 나면 같이 밥 먹고 쇼핑도 하러 다니고,

언니 바쁠때 아들도 봐주고 하면서 꾸준히 교류를 하고 지냈어

그렇게 알고 지낸지 약 1년쯤 됐을까? 같이 저녁 먹고 술 한잔 하다가 언니가 말을 꺼내더라구

"너 우리 동동이(아들. 가명이야ㅎ;) 아빠에 대해 궁금하지 않니?" 이러면서

난 그냥 솔직하게 본인(언니)이 얘기할 맘 없으면 알고 싶지도 않다고 했어

그랬더니 언니가 자긴 딱히 숨기거나 창피한건 아닌데 나서서 할 말은 아니라 별말 안했다 이러면서 간략하게 얘길 꺼냈어

 

 

좀 어려서(고등학교때) 애아빠를 만나서 둘이 선까지 넘고 임신까지 하게 됐대

언니 본인은 애 낳고 바로 취업전선 뛰어들었고, 남자는 대학까지 그대로 갔어

그런 남자의 학비부터 생활비까지 언니가 다 벌어서 부담하며 수발을 들었다는 거야

그리고 이 남자는 자기가 학교 졸업하고 취업만 제대로 하면 너 끝까지 책임진다고 항상 호언장담해서 믿고 기다렸대

근데 옘병ㅋ 졸업 앞두고선 잠수를 타버렸는데, 딴여자랑 결혼했단 소릴 다른 친구 통해서 들었대

그 집까지 찾아가서 애를 나 혼자 낳았냐 어떻게 동동이한테까지 이럴 수 있냐 하면서 호소했더니

남자 부모님이 멀쩡한 애 앞길 망치지 말고, 그 애도 진짜 우리 아들 핏줄인지 어찌 아느냐 하면서

돈 좀 쥐어주고 더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거진 내쫓았대

이 언니가 정말 서러운게 만약 동동이가 몸이 완전 성한 아이였어도

애아빠에다 조부모 되는 사람들까지 애를 버렸을까 싶어서 몇날 몇일을 울었대

그치만 아들 하나만큼은 책임지고 키우고 싶었기 때문에 악착같이 일을 해와서, 지금은 혼자 장사도 하면서 한숨 돌릴 정도로 산대

 


하지만 지금처럼 자리잡기까지 그 과정은 정말 말도 못하게 힘들었대

여자 홀몸으로 아픈 애 데리고 사는게 어디 쉽니... 거기다 저 언니는 고등학교까지 중퇴....

돈이 될만한 일을 하는 것조차 힘들었대

그래서 영 안되겠다 싶어서 애까지 고생시키느니, 동동이를 시설에 맡기거나 다른집에 보내거나 해버릴까..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쳐서

고향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가 상담을 했대...(어머니는 일찍이 여의었다고 하더라)

이런 저런 이야길 했더니 아버지가 단호하게 동동이는 끝까지 니가 키워야 한다! 이러시더래

언니가 말하길, 아버님은 너~무 너무 온순하시고 남 부탁 거절 못하시고 수줍음도 잘 타시고 천상 소년같은 성격의 분이시래.

그래서 자기가 힘든걸 호소하면 편을 들어주며 토닥여 줄줄 알았는데 단호하게 말허리를 잘라서 좀 놀랐대

 


그러면서 이런 이야길 하나 해주시드래

아버지가 아직 젊으셨을적, 그러니까 언니가 태어나기 전에 읍내에 일이 있어서 다녀오면서 (이분이 사시는 곳이 완전 시골) 버스를 탔대

완전 산골길이라 버스 안에 다해야 10명도 안되는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몇정거장 가니까 왠 젊은 애엄마가 갓난아기를 안고 버스를 탔대

근데 돈이 부족한지 막 주머니를 헤집고 이리저리 뒤지다가 안되겠는지 버스기사한테

"죄송한데 한번만 그냥 태워 주시면 안될까요? 금방 내릴거에요" 하면서 간곡히 부탁을 했대

기사가 성질을 내면서 그냥 내리라고 욕을 하고, 실랑이가 길어지니까 승객들도 그 여자보고 내리라고 당신때문에 늦어진다고 막 화를 냈대

결국 아버님이 보다 못해서 돈을 대신 내줬대

 

그랬더니 그 여자가 고맙다면서 앞자리에 앉더니 "어디까지 가세요?"하고 물었대

"어디어디까지 갑니다~"하고 대답하니까 "다음 정거장에서 그냥 내리고 다음 버스 타세요"이러더래

버스 배차 간격이 워낙 길어서 정말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까 아버님은 왠 난데없는 소리야 하면서

"어서 집에 들어가 봐야해서 그건 좀..."하고 거절했대

근데 그 여자가 너무 간곡히 부탁하더라는거야 꼭 내리시라고

그냥 무시해버리고 말았을수도 있지만, 느낌이 이상해서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리셨대

 

그리고 다음 버스를 타고 가면서 대체 뭘까...하고 의아해 했는데..

그렇게 가다가 글쎄 앞전 버스가 사고가 난걸 보게 된거야.. 이미 시간상으론 꽤 지난거지

나중에 전해 듣기론 2명인가가 죽고, 나머지 승객들도 중경상을 입었대

소름이 돋아서 아버님이 혹시 승객중에 갓난아기와 애엄마가 없는가 알아봤지만, 그런 사람은 전혀 없었대

그 사이에 내린건지 아니면 사람이 아닌 무엇이었는지, 아무튼 자길 살리려는 의도였다고 생각하고 산쪽을 향해 절을 하시고 돌아갔대

 

 

그리고 기억 속에서 그날 일이 잊혀져 갈 때쯤,

그 젊은여자가 아버님 꿈에 나왔대, 품엔 여전히 그 갓난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그 여자는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멀찍이 서있더래

그렇게 마주보고 서 있는데 그 여자 품속의 아기가 바닥으로 툭 뛰어내리더니 아버님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래

그런데 애가 걸음을 뗄 때마다 몸집이 커진다 싶더니 점점 형상이 변해서 아버님 눈앞에 왔을땐 커다란 호랑이가 돼 있더라는 거야

꿈이지만 아버님은 호랑이가 무섭다거나 두렵진 않고, 경외심 같은게 들었대

그러고는 그 호랑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절을 올렸대.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대

잠시 그러고 있는가 싶더니 호랑이가 앞발을 슥 들어서 아버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그렇게 잠에서 깼대

그리고 얼마 후 언니가 태어났는데, 아버님은 이게 보통 꿈이 아니다 이 언니는 큰 인물이 될거다

이 아이를 위해 신이 날 살린거다 라고 생각하고 지극정성으로 키웠대

 


근데 나이를 들어갈수록 자길 너무 실망시켜서... (혼전 임신에.. 자퇴에..)

내가 잘못 생각한걸까? 그냥 우연히 일어난 일들에 내가 의미를 부여한걸까? 하고 자괴감에 빠지셨다가

세월이 흘러서야 이 모든게 동동이를 위한거였다는 생각이 드셨다는거야

실제로 언니가 동동이를 낳을때도 아버님이 태몽을 꾸셨는데, 그때도 호랑이꿈을 꾸셨대

그러면서 언니를 잘 타이르더래. 어려운건 내가 발벗고 다 도와주겠다.

하지만 동동이만은 니 손에서 떼놓지 말아라. 저 앤 필시 크게 될거다 라면서

솔직히 언니는 그 이야길 듣고도 아버님 말을 안 믿었대

그래도 아버지가 저렇게까지 하시는데 (아버지도 당시 몸이 성치 않으셨다고 하더라)

나도 거기에 순응해야한다 싶어서 이 악물고 버텨서 여기까지 온거래

 

 


그런데, 그로부터 근 십여년이 지나고서야 아버지의 꿈 얘길 진짜로 받아들이게 된 일이 얼마전에 있었대

이 언니가 현재 옷장사를 해.

사업수완도 좋고 언니가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고 발품 팔아서 점점 단골도 많이 확보하고 자리 잘 잡아가고 있거든

근데 단골 손님중에 신기가 좀 있는 사람이 있대

본인이 밝힌건 아닌데, 말투나 행동들로 어렴풋이 짐작했대

어느날은 이 손님이 또 와서 물건을 사고 계산 할 때에 언니한테 "고민이 많지?"이러고 슬쩍 말을 걸었대

깜작 놀라서 왜 그런걸 묻냐고 하니까

"지금 언니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이런건 함부로 말하면 안돼서 많은 말은 못해주겠는데, 
언니가 가장 궁금해하는거 딱 하나만 물어봐, 내가 가능한 선에서 답해줄게" 이러더래

언니는 앞뒤 안보고 "우리 아들의 장래가 걱정돼요" 라고 한마디 했대

그러니까 이 신기있는 분이 이런 말을 하더래

"언니, 언니는 지금 호랑이 새끼를 낳았네. 조상님이 덕을 쌓으셔서 점지받았어 
그 애가 혼자 힘으로는 못 걸을지언정, 손가락 하나로 사람 100명을 부리게 될거야. 
아이한테 해주는 만큼 몇백배로 돌아올테니 조금만 참아"

동동이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했었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까 소름이 돋더래

그리고 그분은 복채를 받아야 한다며 언니 소지품 중에 하나를 가져갔대

 


근데 이게 영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게,

동동이가 비록 몸은 성치 않아도 애가 귀신같이 똑똑하거든.. 나도 얘랑 몇번 대화 하면서 정말 놀랐어

기억력도 비상해서 한번 보고 듣고 읽은건 정확히 기억하고, 체스라던가 카드게임 같은것도 항상 이겨

애가 머리를 쓰면서 전술을 짜더라고; 한글이나 영어도 따로 교육한 적이 없는데 책 좀 보고

관련 방송 보면서 혼자서 터득해가는 수준이고 하여튼 얘가 물건이긴 물건이다 싶었어....

 


완전 두서없지만...이 언니가 남달리 아들을 사랑하고 고생해온걸 조금이나마 봐 와서 그런가 저 말이 진짜였으면 좋겠더라

그날 언니네 아버님이 본 건 역시 신이 아니었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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