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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보지 마."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2019.03.07 12:04조회 수 1320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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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때 겪은 일이야.


우리집은 빌라 2층인데, 안방 창문을 열어두면 빌라 현관 앞에서 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소리가 다 올라오는 집이야. 
그리고 우리집 안방 창문에서 내려다보면 가리는 곳 하나 없이 아래가 훤히 다 보여.


난 어렸을 때 안방에서 항상 할머니와 함께 잤어. 
벽에 붙어서 자는 걸 좋아해서 항상 창문 맞은편 벽 쪽에 누워잤지. 
그리고 그 날도 지금같은 열대야의 여름밤이었어.


새벽 2시쯤 됐을까? 난 너무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어. 
누군지는 몰라도 우리 빌라 앞에서(안방 바로 아래지.) 막 큰소리로 
웃고 떠들고 난리가 난거야. 
목소리를 들어봤을 때에는 중,고등학생 한 7,8명 정도되었을까 싶었어. 
나도 어렸기 때문에 중고등학생은 무서우니까..가만히 일어나서 앉아서 
"아.. 저러다 가겠지..다른 데 가서 놀겠지" 하고 기다렸어. 
할머니는 바로 옆에서 코까지 골면서 잘 주무시는데 깨우기도 그렇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목소리들이 점점 커졌어. 
막 깔깔깔 소리를 지르면서  서로 욕하고 장난을 치고 그러는 거 같더라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대체 누군지 민폐쟁이들 얼굴이라도 좀 보자 싶더라.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창문쪽으로 한 3걸음 내딪었는데 
바로 뒤에서


"보지 마."


라고 왠 젋은 여자 목소리로 누군가 내 뒤에서 속삭였어. 
방에는 할머니와 나 밖에 없는데. 
너무 무서웠어. 얼어붙어서.. 도저히 뒤를 돌아볼 수가 없더라. 
물론 그 와중에도 창 밖에서는 오두방정을 떠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한참을 방 한가운데 우뚝 가만히 서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 
뒤를 돌아볼 용기가 없다면 차라리 밖에서 떠드는 애들이라도 보자고 생각했어. 
불량청소년이든, 가출청소년이든 나 혼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래서 시끄러운 창문쪽으로 턱턱턱 걸어가서(그 몇 걸음이 어찌나 멀던지...) 
밖을 냅다 내려다봤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그리고 우리 빌라 아래에는 아무도 없었어. 
무섭도록 조용해졌어. 
내가 창문을 내려다봄과 동시에 음소거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순식간에.


아 정말... 진퇴양난이 이런 건가. 
정말 뭐라도 보이면 돌아버릴 것 같아서 더이상 아래를 보고 있고 싶지도 않은데 
아무 것도 없는 텅빈 곳을 계속 내려다보고 있기도 무섭고, 
할머니를 깨우려면 뒤돌아봐야하는데 
뭐가 있을 지 모르는 뒤를 돌아보기는 더 무섭고.. 
너무 오래 가만히 서있었더니 다리가 저리고 어지러울 지경인데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 
눈을 꼭 감고 창틀을 꽉 붙잡고 가만히 서있었어.


결국 밤잠 짧으신 할머니가 새벽녘에 깨어나셔서 
창문을 들여다보는 채로 가만히 서있는 날 보고 "너 지금 뭐하냐"고 말을 거시기 전까지 
난 그대로 가만히 거기 서있어야 했어.


지금도 열대야의 밤에 잠 못 이룰 때면 가끔 그 일이 생각나. 
대체.. 우리 집 앞에서 떠들고 있었던 그 아이들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나에게 보지말라고 뒤에서 속삭인 사람은 또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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