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 달 좀 안 된 이야기인데, 6월 후반에 우리 외갓집 모임에 갔었어.
그냥 가족이 모이니깐 몇 십 명이더라. 외할머니댁 근처의 이모공동소유별장(?)에 모였는데 돼지
도 잡고 조카애들 모아다가 장기자랑도 시켜서 1등 상금 5만원 주고 막 그랬었어.ㅋ
그런데...
일단 내가 23살이란 말이야?
나와 내 동갑내기 사촌은 아무리 생각해도 후덜덜한거야, 저 장기자랑이.
이모들이 모여서(이모만 얼추 7? 8?) 조카애들 애교 좀 보자고 하는 건데 굉장히 창피했어.
그래서 둘이서만 몰래 빠져나가서 방안에 불끄고 이불덮고 자는 척 누워있었지.
그 방에 들어가려면 신발신고 나와서 걷다가 들어가는 별채같은 방인데, 수돗가 근처..라서 그런지
우물방이라고 불리는 좀 따로 떨어진 방이야.
놀러온 기간동안 나랑 내 사촌이 쓰는 방이었지.
둘이서 이모가 부르는 창과 누군가 치는 북소리, 꽹가리 소리를 들으면서(레알 마을 잔치 수준이었
어. 뒷마당에서 하는데 동네사람들이 구경하고 그랬음.) 그냥 무서운 이야기나 했지.
.......무서운 이야기가 좀 많이 무서웠어.
이건 나중에 몰래 써놓을게.ㅋ
그런데 그 순간이었어.
바깥에 누가 저벅저벅 걷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찾으러 왔나보다. 조용히, 조용히.'
이러면서 둘이 숨죽여 자는 척했어.
아니나다를까 누가 방문을 벌컥 여는거야. 실루엣만 보이고 난 그냥 자는 척.
곧 그 실루엣은 사라졌고, 사촌한테 물어보니깐 또 다른 사촌오빠였다고 하더라.
그래서 둘이 키득키득거리는데,
갑자기 누르지도 않은 TV가 켜지는 거야.
"헐, 저거 왜 켜져!"
사촌이 놀라기에 그냥 난
"원래 가전제품들 저래."
이러고 말았는데, 사실은 나 살면서 그런 경험 처음이었어...
그래서 일단 껐지.
그런데 또 켜지는거야.
몇 번 씨름을 했지.
그러나 이 쌍팔년도 용띠 처녀 둘이서 그냥 누워서 덜덜 떨진 않고 짜증을 부렸어.
..............들킬까봐.
들켜서 뒷마당 무대위에 올라가서 춤추면서 노래할까봐... 하...
그러다가 아차 싶은거야.
핸드폰으로 막 조종할 수 있잖아. TV.
그래서 '야, 이거 사촌오빠가 장난치는 거 아냐? 핸드폰으로 채널도 돌리고 그러는 거 있잖아.'
'어, 그런가?'
'그래서 우리가 tv끄는 거 보고 안 자는 거 확인한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니 다른 의미로 소름이 돋더라.ㄷㄷㄷ
하지만 사촌오빠는 한 동안 안 왔어.
그리고 다시 생각했지..
그 문 각도에선 절대 TV를 키진 못 할텐데...?
왜냐면 방문 옆에 TV가 놓여있었거든.
그럼 창문으로 조종했나?
하지만 창문으로 발자국 소리가 안 들렸어.
바닥이 잔자갈이 있는 곳이거든.
모래도 뎁따많아. 거기 바닷가라서.
발자국 소리가 응당 들려야 할 곳이란 거지.
그런데 또 TV가 켜졌다 꺼졌다 지 혼자 노는거야.
그래서 포기하고 채널이나 돌려서 무릎팍도사나 봤지. 사촌이랑 포기하고 보는데 또 꺼졌다 켜졌
다.
우리는 확신했어.
이건 고장난 티비라고..
그러다 사촌오빠가 갑자기 문열어선
"야 니들 다 나와. 마흔 살 누나도 노래불렀는데 니들도 노래라도 부르고 들어가."
헐.. 설마 믿고 있던 마흔 살 누나도 이모들 앞에서 재롱을 부렸을 줄이야.. 막내 이모가 39살인
데....
결국 끌려가서 사촌은 사물놀이 상받았던 실력으로 장구치고 난 그냥 노래만 불렀지..
내 조카(이모들에게 손주뻘) 애들 재롱도 좀 보구... 이런, 조카가 20대라니.
그러면서 넌지시 사촌오빠한테 '장난 쳤어?' 그러니까 '뭘.' 이라고 묻더라.
'핸드폰으로 우리 방 TV갖고 장난쳤지.'
'뭔 헛소리야.'
....생각해보니 그 인간 30대. 모를 것도 같더라...
그럼 그냥 고장인가?
사촌이랑 나랑 둘이서 그냥 그러고 있었어.
어쨌든 시끌벅적하게 놀고 다시 방에 돌아왔어.
이젠 당당히 불을 키고, 축구를 보려고(그 때 16강 진출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었지.ㅋ) TV도
켰어.
아 맞다. 사촌네 강아지도 데리고 들어왔어.
그런데 이 놈의 개놈이 자꾸 방 밖으로 나가려고 그러는거야.
그래서 주인인 사촌이 계속 끌어안고 있었지.
헌데!
장기자랑 2등에 뽑힌 사촌이 나랑 개만 두고 상금받으러 간거야.
그 방에서 뒷마당까지 가려면 1분은 걸려서 나 혼자 치킨 뜯으면서 축구 보려고 있었지.
개가 자꾸 나한테 앵겨서 개나 끌어안고 있는데 문득 아까가 생각나는거야. TV가 켜졌다 꺼졌다.
근데 나랑 개랑 둘이만 있는데 그러진 않더라. 그래서 멍하니 축구팀 소개하는 거 보고 있는데 사
촌이 들어와선 씩씩 거려.
왜?
그랬더니...
이 돈을 받으려면 춤추고 들어가래서 신들린 듯 춤추고 왔다고. 창피해죽겠다고 씩씩 거리는거야.
그러면서 애가 딱 엎드리는데,
.........이번엔 음량이 올라간 거야.
그냥 계속 켜졌다 꺼졌다 그러면 이 TV고장났네. 이러겠는데 이번엔 음량이 올라간거야.
리모컨은 나와 내 사촌 사이 이불위에 살포시 있는데.
그 순간에 괜히 개가 이 방에서 자꾸 나가려고 했던게 떠오르고...
한 번 무서워지니까 계속 무서운 생각드는 거 아니?
이 방에서 잔 사람들..
내 사촌 빼고 다 아팠어.
물론 나도.
난 눈에도 이상왔고, 밤새 추워서 덜덜덜 떨었거든.
그리고 이모도 그랬구..
그런데 이 사촌은 따뜻하게 잘 잤다 그러네. 바로 옆자린데. 이불 각자 덮었고.
그러다가 나 화장실 가려고 나간 사이에 그 마흔살 언니가 근처 자기네 집 가자고. 그냥 그 언니네
어머니(나한테 이모지.)랑 언니랑 나랑 사촌 강아지 여자 다섯이서만 아파트 가버리자고.. 그래서
갔지.
갔더니 제일 좋아하는게 개더라.
여기저기 막 발라당 발라당 하면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아까까지 시들시들하거나 나가려고 문 박박 긁고 짖고 하던 놈이 아닌거야.
그런데..
갑자기 이 놈이 어느 순간부턴가 탁자밑에 쏙 들어가더라.
정말 말 그대로 갑자기 그런거라 왜 저래? 사촌이 데리러 갔는데 그냥 거기에 있는거야.
그리고 축구보다가 사촌이 아, 발 씻어야지. 하면서 화장실가니까 그 개가 나한테 달려와서 폭 안
기는 거야.
그냥 좋았지.
나 개 엄청 좋아하거든.
근데, 진짜 거짓말 안 하고 개가 딱 와서 나한테 기대는 순간
온 몸이 움찔, 할 정도로 등허리뼈에서부터 목 뒤까지 소름이 쫙 올라온거야.
그 순간 기분 진짜 나빠져서 몸을 다시 따뜻하게 했지.
그냥 내 방법인데 복식호흡하면서 몸 주위에 투명한 막이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그럼 정말 따뜻해져.
나 겨울에 수족냉증이라서 하는 나만의 방법인데 가끔 써봐.
아무튼 그렇게 하면서 개 쓰다듬어주고 그러는데 진짜 그 순간 기분 나쁜게 계속 생각나는거야.
축구 우리가 진 걸로 끝나고 누워서 잠이 안와가지고(개는 여전히 내 옆에..) 사촌이랑 또 귀신 이
야기를 했어.
......진짜 후덜덜한 이야기였는데,
사촌이 집에서 낮잠자다 가위 눌렸는데
그 날 밤 자취방에 내려가서 잠 자는데 똑같은 가위 눌렸다고.
'따라도 오나봐. ㅋㅋ'
이러고 웃으면서 얘기했는데
그 때 우리 둘 같은 생각하고 있었다.
'아까 그거 귀신 장난이고, 그 거가.. 따라온 거 아냐?'
사실 그 날 새벽엔 둘 다 아무말도 안 했는데 다음 날 낮에 둘이서 다시 얘기했거든.
그 방에 무언가가 있었고,
그래서 거기서 잔 사람을 아프게 했고,
TV로 장난을 쳤고.
그래서 개가 그 방에서 나가려고 했고..
그러다가 아파트까지 따라와서 개가 덜덜 떨었던 건 아닌가 하고.
둘 다 같은 생각하면서도
그냥 그 땐 둘 다 모른 척 하면서 하하호호 웃으면서 넘어갔던 거야.
그래놓고 다음 날 낮에 얘기한거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어봤지.
거기서 사는 이모한테
"이모, 우물방 TV고장났어요?"
"아니."
고장 안 난 TV라 그러네.
아무튼 나랑 내 사촌은 신기한 경험했다고 하면서 서로 헤어졌지.
무섭다기보단 좀 신기했어.
진짜 무서웠던 건 둘이서 나눈 귀신잡담이었지. 그래서 무서웠을 경험인데도 그나마 쉬이쉬이 넘어간거 같아.
그리고 공포랑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는데 보너스로 신비한 이야기해줄게.
우리 어머니 외삼촌이 겪으신 이야긴데
낙산사 아니? 옛날에 불탔다가 이제 복구된 곳인데 그 이모네 별장... .......이라고 말하기 뭐한게 막내 이모 옛날에 살던 곳 다시 사서 개조한 거라서..ㅋ 아무튼 그 별장 앞에 큰 이모댁이 옛날 외할머니 살고 하셨던 곳이야.
그 집과 이어지는 길로 낙산사랑 연결됐는데 길이 외길이야.
딱 그 마을 사람들만 사용하는 길이었어.
한 겨울에 새하얀 눈이 그 외길에 쌓여있더래.
그래서 작은 외할아버지께서 그 길을 걸으셨데. 아무리 길어도 20분이 안 넘는 길인데 걷고 걷고 하염없이 걸어도 길이 끝이 안 나더래.
계속 그 길만을 보고 걷는데...
그러면서도 '언제 집이 나올까.. 언제 집에 도착할까....' 하면서 걷는데 순간 정신이 퍼뜩 나더라는거야.
'이렇게 멀리가 없지!'
그리고 그 순간 새하얀 눈길만 보이던 시야기 넓어지더니 철도 위에 서 계셨데.
그러니까 이미 그 길을 지나쳐선 철도 외길을 따라 걷고 계셨던 거.
그런데 소름이 끼쳤던 건 3.8선 그어지고 난 뒤 운행하지 않게 된 철도였던 사실이지.
만약 그게 ... 계속 운행이 됐더라면 우리 작은 외할아버지께선 어떻게 되셨을까?
그리고 그 분 겨울엔 그러시더니, 여름엔 설악산에서 겉 옷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허공에 혼자 얘기하면서 막걸리 자시고 계셨었다고 하더라.
하... .....할아버지.....
도깨비 만나셨나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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