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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아파트 410호

금강촹퐈2015.05.23 15:29조회 수 745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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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제가 중학생 때 겪은 일입니다.

10년 전 이맘때쯤이었을 겁니다. 부산에서 살다가 천안 신당동의 모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부산의 바퀴벌레 득실거리던 오래된 빌라에서 벗어나 깔끔한 아파트로 옮기게 되어서 많이 들떠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바퀴벌레에서 해방된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아파트의 위치는 4차선 도로에서 우측 샛길로 800미터 가량 빠지면 논밭 한가운데에 있었고, 총 4동에 각 동마다 23층까지 있는 복도식 아파트였습니다.

지금은 동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호수는 410호로 복도 끝이었습니다. 집 구조는 현관을 중심으로 좌측에 제방, 우측으로 누나 방, 복도를 지나치면 좌측으로 거실, 우측으로 응접실, 정면으로 안방, 응접실 끝부분에 욕실이 있었습니다.

아파트로 이사 와서 며칠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중학생이던 저는 하교 후에 조금 놀다가 집으로 오면 18시정도였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일이 끝나고 8시쯤에, 누나는 고등학생이어서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 앞에 섰는데 집 안에서 인기척이 나는 겁니다. 사람들 말소리가 웅얼웅얼 들리는가 하면 방문 열고 닫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에 저는 부모님이 오늘은 일찍 돌아오셨구나 하는 생각에 열쇠를 찾았습니다. 

그날따라 열쇠가 어디 있는지 주머니를 다 털어도 안보였습니다. 혹시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에 가방을 벗고 탈탈 털자 온갖 잡동사니와 함께 찰그랑 거리며 떨어지는 열쇠 소리가 들렸습니다. 살았다! 싶어서 재빨리 바닥에 쏟아진 잡동사니들을 도로 가방에 쑤셔 넣고 열쇠를 돌렸습니다.

부모님이 계시는 것은 저의 착각이었을까요?
저를 반긴 건 캄캄한 어둠과 정적…….
아. 순간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고, 팔에 돋아난 소름을 문지르며 현관에서부터 재빨리 불을 켜고 들어가면서 화장실까지 집안의 온갖 전등을 다 켜고 텔레비전 볼륨을 크게 해 놓은 채로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벌벌 떨어야만 했습니다.

그 뒤로도 종종 집에 들어가기 전에 인기척을 느꼈지만 실제론 아무도 없는 상황을 겪었고 나중에는 인기척을 일부러 무시하고 저쪽에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집에 나 혼자 있다는 걸 애써 인지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8월 즈음해서 에어컨이 없던 때라서 무척이나 더운 여름밤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자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날도 그렇게 방문을 열어놓고 열린 방문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왜 그렇게 잠이 안 오던지. 한참을 뒤척이던 순간 거실 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습니다.

스윽……. 스윽……. 스윽……. 스윽…….

마치 긴 옷자락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
소리는 점점 커졌다가 다시 점점 작아졌다가를 반복했습니다.

당시 집의 거실에 좌탁이 하나 있었는데 누군가 그 좌탁 주위를 맴돌고 있는 소리였습니다. 그때 저는 엄마나 누나가 깨어서 돌아다니나? 하고 잠도 안 오는 차에 나도 물이나 마시자 하고 일어나려던 찰나. 소리가 하나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옷자락 끌리는 소리와 같이 나야할 그 소리.

왜 여름에 장판 바닥 밟으면 쩍쩍 하고 나는 소리 있죠?
밤에 잘 시간에 양말을 신고 있었을 리는 없으니. 그때부터 엉거주춤 일어나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습니다. 소리는 계속 들리지 방문은 활짝 열려있지 순간 더위가 싹 날아갔습니다. 그대로 아주 천천히 자세를 되돌리고 발치에 팽개쳐져 있던 이불을 조금씩 끌어당겨서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채로 귀를 틀어막고 밤을 지새우다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머니와 누나에게 물었지만 밤중에 돌아다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답니다. 그날 아침 저는 그때까지 있었던 일들을 부모님께 이야기했습니다. 잠시 묵묵히 계시던 어머니가 꺼낸 말씀은 또다시 저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주무실 때 거의 항상 비슷한 악몽을 꾸시는데 꿈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고 있으면 누군가 안 방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하더랍니다. 한사람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하자 어머니는 들여보내면 큰일 나겠다 하는 생각에 온몸으로 문을 밀며 비집고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밀어내며 사투를 벌이신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잠꼬대로 욕도 하시고 휘두르는 팔에 아버지가 맞아서 깨어나시는 경우도 많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그 이야기는 결국 아버지의 '몸이 허약해서 그렇지'라는 말 한마디에 일축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저런 일이 자주 있었지만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융자도 남아있는 터라 무시하고 살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위에 눌렸습니다.

제가 보통 잠을 자면 똑바로 누워서 천장을 보고는 절대로 못잡니다.
반드시 옆으로 돌아누워야 잠을 잘 수 있는데 한밤중에 눈을 떠 보니 大자로 양 팔과 다리를 벌리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눈을 뜨고 멍~ 하니 좀 있으니 몸이 안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 이게 가위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리저리 용을 써 봤지만 소용 없었고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다가 문득 시야 왼쪽 한켠의 의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컴퓨터 책상의 회전의자…….
그 회전의자가 살짝 빠져나와 제쪽으로 정확하게 돌려져 있었습니다.
누군가 앉아서 바라보고 있을때만 나오는 위치와 각도였습니다.
저는 의자가 그렇게 무서운 것인줄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더구나 누군가가 앉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살짝 흔들흔들 거리기 까지 했습니다.

온갖 비명과 악을 질렀지만 목소리도 안 나오고 몸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몇 번 이상한 일이 있었고, 결국 제가 그 집에서 계속 살면 가출하겠다고 강짜를 부린 덕에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급하게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사는 집에서는 예전의 그 집과 같은 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집에 있던 것들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위험한 것이라기 보다는 장난기 많은 녀석이었던것 같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지금 그 집에 살고있을 사람들이 무사하기를 빕니다…….

[투고] 백영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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