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현충원

금강촹퐈2015.05.24 15:49조회 수 797추천 수 1댓글 3

    • 글자 크기


제가 중1때 일입니다.


솔직히 지금도 그 일이 환상이었는지 뭐였는지 잘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만, 당시엔 정말 놀랐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중1때 일본어부에 들었었는데, 어느 봄날 일본어부 전체가 토요일 현충원으로 봉사활동을 가기로 했었습니다. 토요일에 있는 수업을 전부 빠진다는 특례에 좋아하며 버스를 타고 현충원으로 향했습니다.


현충원에 도착해서 저희는 각자 가져온 마른수건으로 비석 하나하나를 닦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수업 빼먹는다고 좋아했더니 생각보다 꽤나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봄날 화창한 햇빛도 거침없이 내려쬐고, 허리도 뻐근하게 아파오기 시작하자 저는 잠시 묘비 단락 옆길에 있는 벤치에 앉아 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화창하니 좋던 날씨에 갑자기 구름이 살짝 끼기 시작하는 겁니다. 햇빛 때문에 땀이 삐질 났던 참이라 오히려 좋게 여겼습니다. 그렇게 몇 분을 앉아 맞은편 묘비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시야에 무언가가 잡혔습니다. 


제가 바라보고 있던 묘비에 무언가가 앉아있는데, 뭐랄까 설명하기가 쉽지 않군요. 제가 상상해낸 환상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희끄무레한 연기 같은 것이 사람형상을 하고 묘비위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옆을 보면서 묘비에 비스듬하게 앉아있는 형상이었는데 갑자기 저를 휙 돌아보다니 벌떡 일어서는 겁니다. 그러더니 저를 향해 달려오는가 싶더니 휙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불과 몇 초 동안에 일어난 일♥♥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고 제 눈을 믿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다시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언가가 앉아있던 묘비 위에도 말이죠. 순간 든 기분은 묘하게도 '무섭다'나 '신기하다'가 아닌, 뭐랄까, 굉장히 슬프고 안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아까 그 묘비를 따뜻하게 내려쬐어 주는 햇빛을 보고 있자니 뭔가 마음에 응어리가 진 듯한, 울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이상한 경험을 겪고 저는 아무 탈 없이 현충원 묘비에 묻힌 이들에 대한 경례와 묵념을 하고선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에게도 이 경험을 말해주었는데, 다들 거짓말~ 이라면서 믿질 않더군요. 뭐 솔직히 저도 제가 정말 이것을 본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기분만큼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랄까요, 무서운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현충일 날이면 묘비를 정말 열심히, 정성들여 닦습니다. 그게 제가 그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이 아닐까-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묘비를 하나하나 볼 때마다 그 때의 그 느낌이 되살아납니다. 부디 그 분들이 편안하게 저세상에서 잠들어계시기를 빕니다.


[투고] 뚜뚭…님



    • 글자 크기
댓글 3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4153 실화 [실화]흉몽을 돈주고 사버린 후..(스압)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6080 1
4152 실화 1박 2일1 클라우드9 1600 1
4151 실화 존재하지 않는 초소1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097 1
4150 실화 몸에 귀신 붙어왔던 이야기1 title: 하트햄찌녀 480 1
4149 실화 신내림의 과정1 여고생 2055 1
4148 기묘한 급살할 팔자와 무당 tmi1 title: 하트햄찌녀 6249 2
4147 전설/설화 조선조 숙종의 수호령..1 title: 섹시호날두마리치킨 919 1
4146 2CH 마귀 들린 해먹1 title: 고양이3티끌모아티끌 662 2
4145 실화 예비 무속인 이야기15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069 3
4144 실화 예비 무당 이야기28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637 2
4143 기묘한 최근 유행하는 서양판 분신사바 : 찰리 찰리 챌린지1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478 0
4142 기묘한 신화속 괴물1 title: 병아리커피우유 857 1
4141 실화 저승사자 만났던 이야기 3 완결1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985 1
4140 미스테리 신기한이야기/신기한폭포/미스테리이야기 1 하히 946 1
4139 단편 내 이름1 title: 애니쨩노스트라단무지 481 1
4138 실화 낚시 카페에 올라왔던 경험담 이야기1 굴요긔 1569 1
4137 실화 산속에서 할머니가 도와준 이야기 + 조상 잘못 만난 이야기1 title: 메딕오디 1187 0
4136 실화 회사 화장실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223 1
4135 실화 강원도 포병부대 괴담1 클라우드9 1509 1
4134 실화 경기도 화성 모회사에서 겪었던 일.... -운동장편-1 title: 메딕오디 1624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