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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산후조리원

금강촹퐈2015.05.24 15:52조회 수 873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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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겪은 일입니다.

저희 회사는 매년 사업계획 수립 시, 팀 단위로 아파트나 빌라를 1개월 정도 빌려서 합숙을 합니다.
그런데 재작년에는 워낙 집이 안 구해져서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한군데를 섭외 했었습니다.

그 건물은 2층은 산부인과이고 3층은 원래 산후조리원이었던 곳인데, 산후조리원은 영업을 그만두고 고시원으로 변경하려고 하던 중이었습니다.

저희 팀장님은 썩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셨지만, 대안이 없는 터라 결국 그곳에서 합숙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조는 긴 복도가 거실을 기점으로 좌우로 있고, 그 복도에 자그마한 방이 여러 개, 샤워실과 화장실은 거실 가운데에 있는 구조입니다. 이 중 저희는 제일 큰방 하나와 작은방 두개를 쓰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방은 모두 문을 잠갔습니다.

입실한 날 밤이었습니다.
새벽에 갑자기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서 잠에서 깼습니다.
소리가 어디서 나는가. 했더니 사용하지 않는 구석방의 텔레비전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알람 설정이 되어 있나 싶어 주인아저씨에게 꺼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며칠 지나다보니 적응이 되었고, 신경 쓰지 않고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일요일.
다들 집으로 쉬러 가시고 저를 포함한 두 명이 남아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산후조리원으로 운영되던 곳이라 찜질방이 내부에 있어서, 거기서 잠깐 낮잠을 자는데 가위가 눌렸습니다.

그날 저녁. 팀장님을 제외한 팀원들이 모두 돌아와서 맥주를 한잔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마시고 있는데, 샤워 실에서 물소리가 나면서 허밍소리와 함께 씻는 있는 소리가 났습니다. 샤워 커튼 밑으로 발뒤꿈치도 보였습니다.

팀원 중 안 보이는 한명이 씻고 있겠거니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안보이던 한명은 샤워 실이 아닌 방에서 나왔습니다. 순간 모두 얼어서 누군가가 장난친 게 아닌가 싶어서 팀원들의 머리에 물기가 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습니다.

둘러봤지만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었습니다. 잘못 들었나 싶어 샤워 실에 들어갔는데, 바닥에 물이 흥건히 젖어있고 긴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참고로 합숙은 남자들만 합니다.

모두 얼어서 당황하고 있는데, 구석방에서 전화벨 소리가 났습니다. 잠겨 있는 방에서요. 산후조리원을 접으면서 분명 일반전화는 다 끊어진 상태인데 말입니다. 다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입구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벨소리가 끊어졌습니다.

이윽고 저희 팀장님이 오셨습니다. 다시 상황을 정리하고 팀장님께 방금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놀라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 팀장님이 이곳에서 합숙을 하기 싫은 이유가 있으셨답니다.

팀장님 댁에 아이가 두 명인데 터울이 좀 있습니다. 그 이유가 예전에 둘째를 가지셨는데 몸이 안 좋아서 유산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병원이 아래층에 있는 산부인과고, 유산 후 이곳 산후조리원에서 며칠 계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싹한 밤을 보내고 난 이후엔 아무런 일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 날 밤 있었던 일은 십 수 년 만에 이곳에 온 아빠에게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라고 부탁하는 애기 혼령의 작은 몸짓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건 팀장님이 오시기 전엔 존재를 알리기 위한 신호를 보내던 그 무엇인가가 팀장님이 오시자 조용해진 건 무슨 이유일까요? 오랜만이라 부끄러워서 일까요. 아님 놀래키지 않고 싶어서일까요…….

[투고] 훌륭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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