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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집에 도둑이 들었다면,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

온돌방2019.04.20 14:49조회 수 1906추천 수 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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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여년 전 일인데, 문단속을 잘 해야한다는 글을 읽고 문득 내 이야기가 생각나서 끄적여 봄.


그 때는 나는 좆초딩이었는데 디아블로2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겠다던 그런 정신 나간 초딩이었어. 
위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이 현질을 해 놓은 자벨린아마존으로 나는 카우방을 휩쓸고 다녔었지.

그 시절엔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집이 항상 비어있었어 그래서 나는 학교에 가서도 빨리 집에 가서 카우방을 
쓸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곤 했고, 가끔 꾀병을 부리며 조퇴하고 집에 와서 짜장면 시켜먹으면서 디아를 했어. 
(그래서 오늘날에 나는 이 모양 이 꼴인지도 몰라.)

사건이 발생한 날도 어김없이 죄 없는 소들을 때려잡아야 겠다는 생각에. 조퇴를 받아서 집으로 왔는데.
집이 조금 이상한거야. 우리집 화장실 창문이 없어졌더라고..

우리집은 작은 빌라였고, 집 문 바로 옆으로 화장실 창문이 보여. 창문 위치가 너무 오픈되어 있어서 사계절 
내내 절대 열지를 않아. 밖에서 다 보였거든. 

무튼, 우리집 문을 열려고 열쇠를 찾고 있는 동안, 옆집 문 앞쪽에 창문들이 세워져 있는게 보이더라.
뭔가 하고 보니까 우리집 화장실 창문들이더라고.나는 순진하게도 오늘 엄마가 쉬는 날인가? 싶었어. 
엄마는 쉬는 날이면 항상 집을 대청소 하셨었거든.

2000년도 밀레니엄 시대에!! 무슨 강도야. 잘 사는 집도 아니고 이런 낡아 빠진 빌라에 강도라니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 나는 디아블로밖에 모르는 초딩이었으니까.

당연히 엄마일꺼라고 생각한 나는 "지금 내가 이 시간에 집에 왔다는 걸 뭐라고 말하면서 둘러대야 하나.."라는 
걱정으로 열쇠를 돌리면서 집 문을 열었어.

집에 들어와 신발을 벗는데 집이 난장판이더라고. 나는 그때 까지도 "엄마가 집 청소를 하시느라
집안이 난장판인가보다"라고만 생각했고 계속 엄마를 부르면서 찾았어

.우리집은 방 세개에 화장실 하나 주방겸 거실 하나 였는데 엄마를 부르면서 두 개의 방을 확인했더니, 
느낌이 이상한거야.집에 엄마도 없었고. 청소가 아니라 누가 그냥 뒤집어 놓은 것 같은거야.
창문이 빠져있었던 것까지 머릿속을 막 스쳤고. 갑자기 너무 무서워서 빨리 누군가에게 알려야 겠다라는 마음만 들더라고.

울먹거리면서 형한테 바로 전화를 했어.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그러니까 형은 일단 나한테 금방 오겠다며 학원이라도 가서 있으라고 하는거야. 
오전 11시에 학원이 열었을리 없었겠지만 일단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아직 확인 안 한 방이 너무 궁금한거야. 지나친 호기심은 화를 부른다는 것을 그땐 몰랐어 
난 디아블로밖에 몰랐던 초딩이었으니까.

전화를 끊고 울먹거리면서 거실을 지나 안방으로 가려는데. 안방이 미닫이 문이었거든? 
좌우로 밀어서 여는 문. 유리로 되어있는.

문이 열려있어서 거실에서만 봐도 방의 반정도는 보였는 데 역시 난장판이었어. 
근데 한쪽 문 뒤로 사람 실루엣이 보이더라. 쪼르려 않아있는 실루엣 있잖아. 
와 그거 보고 온몸이 굳더라. 울먹거리던 것도 딱 멈춰지더라고.

그냥 그 자리에 서있었어 동상같이. 집이 좁았기 때문에 이미 내 전화소리도 다 들었을테고, 
내가 문열고 "엄마엄마!" 부르며 돌아다녔으니 당연히 그 사람들도 저 애새끼를 어찌해야되나 고민 많이 했을꺼야.

한 1분도 안되서 그 사람들이 방에서 나오더라고. 실루엣으로는 한명인줄 알았는데 두명이었어.
진짜 무서웠던건 아무말을 안하더라 그사람들이. 신고하면 죽인다. 소리 지르면 죽인다. 뭐 이런말 영화보면 다 하잖아. 
근데 그냥 들고 있던 우리집 칼을 싱크대에 던져 놓고 나가더라. 내가 꼬맹이였어서 그랬던거겠지.

내가 성인이었다면 어찌 됐을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모르겠어. 
나중에 경찰오고 부모님 오시고 난리가 났었는데. 
알고 보니까 옆집도 같이 털렸더라고. 옆집 털고 우리집이 두번째였나봐. 

사실 그 때 그 사람들 인상착의를 지금도 기억하는데. 
부모님이나 경찰한테는 말하지 않았어 아직까지도 
별로 털린 것도 없었고 무섭기도 해서 그랬나봐. 
쓸데없이 말 꺼내면 괜히 일만 커질 것 같아서 아무 말 안 했던 것 같아.

요즘 시대에 강도는 많이 없겠지만. 혹시 몰라. 나도 그때는 도둑이 절대 없을거라고 믿었던 시절이었으니까. 
혹시 집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집이 어질러져 있거나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살펴보지 말고 일단 빠져나와서
신고부터 해. 내 경우 처럼 강도가 아직 집 안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출처 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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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을 지나가면 (by 패널부처핸접) 홋카이도의 불곰 (by 노랑노을ᕙ(•̀‸•́‶)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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