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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나던 날

엘프랑2019.05.07 09:57조회 수 1142추천 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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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전, 아직 대학생이던 무렵 이야기다. 

 


그날은 몸에 열이 좀 있어서, 아침부터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침 8시쯤, 엄마가 [일 다녀올게. 상태가 더 안 좋아지면 전화하렴.] 하고 말한 뒤 집을 나섰다. 

 

 

 


우리 집은 고양이를 키웠는데, 나는 고양이가 침대에 들어오면 신경 쓰여서 잠을 못 이룬다. 

 


몸도 안 좋고, 한숨 푹 자야겠다 싶어서 고양이는 방 밖에 내어놓았다. 

 


집이 낡은 탓에 고양이가 문을 세게 밀면 문이 열리기 때문에, 문도 잠그고. 

 

 

 


잠시 누워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친구와 라인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레 몸상태가 확 나빠졌다. 

 


몸이 너무 무겁고 추운데다, 눈앞이 마구 흔들려 기분이 나빴다. 

 

 

 


서둘러 엄마에게 전화를 하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전파 상태가 나빠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문 밖에서 고양이가 울었다. 

 


[야옹.] 하고, 평소 같은 목소리로. 

 

 

 


하지만 어딘가 심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알 것 같다. 

 

 

 


목소리가 아랫쪽이 아니라 윗쪽에서 들려왔던 것이다. 

 


바닥이 아니라, 사람이 말하는 정도 위치에서. 

 


너무 무서운 나머지 나는 문도 못 열고 가만히 있었다. 

 

 

 


잠시 뒤,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걱정되서 돌아왔어.] 

 


분명 엄마 목소리인데, 그것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심하게 느껴졌다. 

 

 

 


목소리 톤이나 단어 선택 같은게, 평소와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아직 엄마가 일하러 나간지 2시간도 안 된 터였다. 

 


이렇게 갑작스레 돌아올리가 없었다. 

 

 

 


문밖에, 뭔가 알 수 없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워서 문을 바라보려 했지만,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춥고 무서워서 이가 덜덜 떨렸다. 

 

 

 


다음 순간, 문 손잡이가 덜컹덜컹하고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물쇠도 오래 되서 약한 탓에, 저렇게 돌리면 금세 열려버릴텐데... 

 


숨도 못 쉬고 있는 사이, 문 손잡이가 멈추고,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문 앞에서 "무언가" 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나지막하게 들었다. 

 


휴대폰을 보니 전파가 닿고 있어서, 서둘러 엄마에게 전화했다. 

 


역시나 엄마는 집에 돌아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후, 걱정이 되어 일찍 돌아온 어머니는 현관에서 고양이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운차던 고양이가, 상처 하나 없이 누운 채 죽어있었다. 

 


우리 고양이는 문 밖에 있던 "무언가" 가 데리고 가 버린 것일까. 

 

 

 


만약 그때 문을 열었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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