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열이 나던 날

엘프랑2019.05.07 09:57조회 수 1144추천 수 2댓글 3

    • 글자 크기


2년여 전, 아직 대학생이던 무렵 이야기다. 

 


그날은 몸에 열이 좀 있어서, 아침부터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침 8시쯤, 엄마가 [일 다녀올게. 상태가 더 안 좋아지면 전화하렴.] 하고 말한 뒤 집을 나섰다. 

 

 

 


우리 집은 고양이를 키웠는데, 나는 고양이가 침대에 들어오면 신경 쓰여서 잠을 못 이룬다. 

 


몸도 안 좋고, 한숨 푹 자야겠다 싶어서 고양이는 방 밖에 내어놓았다. 

 


집이 낡은 탓에 고양이가 문을 세게 밀면 문이 열리기 때문에, 문도 잠그고. 

 

 

 


잠시 누워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친구와 라인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레 몸상태가 확 나빠졌다. 

 


몸이 너무 무겁고 추운데다, 눈앞이 마구 흔들려 기분이 나빴다. 

 

 

 


서둘러 엄마에게 전화를 하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전파 상태가 나빠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문 밖에서 고양이가 울었다. 

 


[야옹.] 하고, 평소 같은 목소리로. 

 

 

 


하지만 어딘가 심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알 것 같다. 

 

 

 


목소리가 아랫쪽이 아니라 윗쪽에서 들려왔던 것이다. 

 


바닥이 아니라, 사람이 말하는 정도 위치에서. 

 


너무 무서운 나머지 나는 문도 못 열고 가만히 있었다. 

 

 

 


잠시 뒤,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걱정되서 돌아왔어.] 

 


분명 엄마 목소리인데, 그것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심하게 느껴졌다. 

 

 

 


목소리 톤이나 단어 선택 같은게, 평소와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아직 엄마가 일하러 나간지 2시간도 안 된 터였다. 

 


이렇게 갑작스레 돌아올리가 없었다. 

 

 

 


문밖에, 뭔가 알 수 없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워서 문을 바라보려 했지만,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춥고 무서워서 이가 덜덜 떨렸다. 

 

 

 


다음 순간, 문 손잡이가 덜컹덜컹하고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물쇠도 오래 되서 약한 탓에, 저렇게 돌리면 금세 열려버릴텐데... 

 


숨도 못 쉬고 있는 사이, 문 손잡이가 멈추고,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문 앞에서 "무언가" 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나지막하게 들었다. 

 


휴대폰을 보니 전파가 닿고 있어서, 서둘러 엄마에게 전화했다. 

 


역시나 엄마는 집에 돌아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후, 걱정이 되어 일찍 돌아온 어머니는 현관에서 고양이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운차던 고양이가, 상처 하나 없이 누운 채 죽어있었다. 

 


우리 고양이는 문 밖에 있던 "무언가" 가 데리고 가 버린 것일까. 

 

 

 


만약 그때 문을 열었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 글자 크기
댓글 3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3972 실화 퇴마 에피소드 44탄 무당집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887 1
3971 기묘한 자살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할만한 내용3 앙기모찌주는나무 887 2
3970 실화 예비 무속인 이야기11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887 2
3969 미스테리 히틀러의 ufo1 title: 이뻥아이돌공작 887 1
3968 실화 [실화] 제가 어릴 적에 있었던 일인데요..2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887 1
3967 실화 고등학교 때 격은 실화 및 괴담 - 42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887 1
3966 기묘한 전생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아이들1 sdf 887 0
3965 실화 자취방의 귀신 -2-2 title: 이뻥아이돌공작 887 1
3964 실화 실화.. 내가겪은일2 title: 이뻥아이돌공작 887 1
3963 사건/사고 히노시 초4 어린이 사망사건2 title: 메딕제임스오디 886 2
3962 Reddit 집거미1 title: 메딕셱스피어 886 3
3961 2CH 오오 Y냐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886 1
3960 Reddit [reddit] 이 애들은 너무 귀엽잖아1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886 1
3959 실화 사진 속의 남자1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886 1
3958 실화 잊지 못할 여름날의 여행1 title: 잉여킹아리수드라 886 1
3957 사건/사고 푸틴에 반대하여 온 러시아 부호 비행기 사고1 최대8자 885 3
3956 실화 예비 무속인 이야기(++추가)2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885 3
3955 실화 사라진 증거1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885 1
3954 실화 비가올듯 심심하니 73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885 2
3953 실화 눈에 보이는 가위 피해 현상..2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885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