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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행복한 아주머니

title: 병아리커피우유2015.05.28 20:23조회 수 1145추천 수 6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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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저는 달동네에 살았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형편이 다들 좋진 않았지만, 서로 도우면서 가족같이 지냈습니다.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저희 동네로 이사 왔습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이사를 오게 되었다고 들었죠. 그 아주머니는 이사를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방에 거울을 잔뜩 넣고 돌아다니면서 거울을 팔았습니다. 생계유지를 위해선 거울이라도 팔아야 한다면서 말이죠.

매일 같이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달고 다니셔서 아이들은 그 아주머니를 행복한 아주머니라고 불렀습니다. 곧 그 아주머니는 동네사람들하고 아주 많이 친해졌습니다.

어느 날 엄마의 심부름으로 근처 구멍가게를 향하던 나는 행복한 아주머니가 저 멀리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으며 막 심부름거리를 사고 나오는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안녕 꼬마야. 거울을 하나 살래?"

우리 집엔 거울도 있었고, 어린 저에겐 그런 돈도 없었기에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순간 너무나도 놀라고 말았습니다. 제가 사지 않겠다고 고개를 흔드는 순간 아주머니의 얼굴이 불쾌한 걸 봤다는 표정으로 일그러졌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꼭 사렴."

생각해보면 돈이 없어 보이는 꼬마인 저에게 거울을 사라고 이야기한 것도 이상한 거죠. 그 날 이후로 저는 아주머니가 조금 무서워져서 두 번 다시 마주치지 않기 위해 피해 다녔습니다.

며칠 뒤 저는 이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 친구와 놀다가 들은 얘기였습니다.

"나 요즘 너무 무서워."
"뭐가?"

"며칠 전에 엄마가 이상했어."
"왜?"

"아빠가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괜찮아. 비밀로 해줄게 말해봐."
"아, 정말로 안 되는데……. 그럼 꼭 비밀 지켜야 돼?"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어느 날 행복한 아주머니가 친구의 집으로 찾아와서 친구의 어머니에게 거울 사기를 권했다고 합니다. 마침 거울이 필요했고 다들 힘들게 사는걸 알기에 친구의 어머니는 거울을 사셨다고 하네요. 티비 옆에 거울을 세워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날부터 친구 어머니께서 손거울을 수시로 보시면서 웃고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엄마…….왜 자꾸 거울만 봐…….응?"
"엄마 정말로 예쁘지 않니?"

"응?"
"참… 곱다……. 참… 예쁘다……."

참다못한 친구 아버지께서 거울을 부셔 버리셨다고 하네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며칠 전 저에게 신경질 내듯한 아주머니를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랑 헤어지고 집에 돌아갔는데, 저희 어머니는 그 아주머니의 손거울을 들고 계셨습니다. 저를 보고 거울로 시선을 옮긴 엄마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집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참… 곱다……. 참… 예쁘다…….“

순간 이성을 잃어버린 저는 어머니의 손거울 뺏어서 마당에 던져버렸습니다. 왜 그랬냐고 엄청 혼났지만, 당시 저는 어머니를 기이한 무언가에서 지켜냈다고 뿌듯했습니다.

혹시 우연의 일치로 친구 어머니와 저희 어머니께선 비슷한 말을 한 걸지도 모릅니다만, 얼마 후에 동네어르신들이랑 행복한 아주머니랑 싸우고 이사 가신걸 생각하면 역시 기이한 무언가가 있었던 건 아닐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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