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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목

클라우드92019.05.27 07:20조회 수 51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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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이전, 내가 여행지에게 겪은 일이다.
 
N현 어느 온천에 차를 타고 2박 3일짜리 여행을 갔었다.
 
가는 도중, "숲의 거인 100선"이라고 써진 간판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전국 국유림에 있는 나무 중 100위 안에 들어가는 거목이 있는 듯 했다.
 
딱히 거목에 대한 흥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나는 빨려들어가듯 그 자리에 차를 세웠다.
 
 
 
차 뒷좌석에 아내와 아이를 두고, 혼자 잠시 보러나섰다.
 
입구에는 거목에 관한 정보가 조금 기재되어 있었다.
 
그걸 보고 시선을 돌려, 초록색 융단 같이 펼쳐진 길을 따라 올라간다.
 
 
 
몇굽이 돌아 500m 정도 나아가자, 거목이 있는 곳을 알리는 표지판이 하나 덜렁 있었다.
 
그 앞으로 펼쳐진 길은 폭이 50cm 정도 뿐인데다, 잡초투성이라 근래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이 거의 없었다.
 
이런 좁은 길로 가야 하는건가...
 
 
 
그날은 날씨도 우중충하고, 시간도 어느새 저녁 무렵이었기에 주변은 어둑어둑했다.
 
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거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나는 잠시 망설이다 다시 길을 올랐다.
 
곰이 나온다는 관광 안내소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라 조금 쫄아, 막대기를 주워 적당히 소리를 내가며 나아간다.
 
 
 
잠시 후, 땀이 뻘뻘 나면서도 어떻게든 거목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이게 100개 안에 들어가는 나무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서서히 다가간다.
 
비석이 하나 있어, 수령이 천년이 넘었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갑자기 [덜컹...] 하는 소리가 멀리서 울려퍼졌다.
 
아까 전까지 내가 곰을 쫓으려 여기저기 두들기던 소리와 비슷하지만, 더 강한 소리였다.
 
나 말고도 누가 이 숲에 있는건가?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소리가 들려온 방향은 지금 내가 온 길 쪽이 아니었다.
 
다시 덜컹하고 소리가 들려온다.
 
 
 
어느 방향에서 들려온 것인지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거목 너머, 반대쪽 방향이다.
 
하지만 슬쩍 봐도 거목 뒤쪽은 막다른 길이라, 그 이상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어둡고 깊은 숲이 계속 펼쳐져 있을 뿐.
 
우물우물하는 사이, 또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금 전과 또 다른 방향에서 들려온 듯 했다.
 
 
 
그 소리는 마치 처음 들렸던 소리에 호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도 없는 숲에 메아리쳤다.
 
소리의 여운이 사라져 갈 무렵, 지금까지 소리가 들려왔던 곳들과는 다른 곳에서 또 [덜컹...] 하고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습기찬 흙에서 올라오는 안개가 더 자욱해졌다.
 
금방 막 올라온 길인데, 갑자기 싹 사라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나는 뒷걸음질쳤다.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무슨 신호 같은 것일까?
 
하지만 그 나무를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는 하나 들리면, 다른 장소에서 또 하나가 들려왔다.
 
그게 끝났다 싶으면 또 다른 곳에서 소리가 들려와, 계속 멈추지 않고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 소리가 나를 향해, 점점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는 걸.
 
숲 입구부터 여기까지는 1km는 족히 떨어져 있었다.
 
 
 
지금부터 서둘러 돌아가도 차가 있는 곳까지 갈 무렵에는 완전히 어두워져 버리겠지.
 
왜 이런 시간에 여기 왔는지 후회하며, 나는 소름이 끼치고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소리는 더욱더 범위를 좁혀 내게 다가온다.
 
 
 
만약 소리를 내는 게 사람이라고 해도, 대여섯명 정도가 아닌 듯 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열명 정도는 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거목을 관찰할 틈도 없이, 지금까지 왔던 길을 서둘러 돌아가기 시작했다.
 
 
 
올 때는 한 굽이 돌았는데 곰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게 걱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 굽이 너머, 소리를 내고 있는 존재가 있으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는 걸 필사적으로 떨쳐내며, 나는 묵묵히 온 길을 되돌아갔다.
 
그 사이에도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 내게 다가오고 있다.
 
문득 어느 분기점 앞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 앞에서 왠지 모를 무섭고 기분 나쁜 기색이 느껴져, 나는 발을 멈췄다.
 
아니, 기색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그저 작은 위화감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풀이 스치는 작은 소리였을까?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봐선 안될 듯한 생각이 들었다.
 
 
 
소리는 계속 범위를 좁히며 내게 가까워져 온다.
 
뒤를 돌아본다.
 
몇분 전, 내가 있던 부근에서 한층 더 커진 소리가 들려온다.
 
 
 
더 이상 망설일 틈은 없었다.
 
어디 도망칠 곳도 없다.
 
나는 기합을 넣고, 분기점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늙은이 한 사람이 발밑에 손을 뻗어 무언가를 주우려는 듯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야구모자 같은 모자를 쓰고, 사냥 때 입을법한 주머니가 많은 재킷과 넉넉한 바지를 걸치고 있었다.
 
발목 부근을 보니 장화 같은 구두를 신고 있었고, 그 근처에서 무언가를 주우려고 손을 뻗은 채였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아,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걸었다.
 
얼굴 표정은 모자 챙에 가려 전혀 보이질 않았다.
 
늙은이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서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굴이 보일 무렵까지 일어서자, 무슨 특수효과를 보는 것마냥, 몸이 서서히 얇아지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정신을 차리자 나는 우리 차 바로 옆 자갈길에 누워있었다.
 
등짝에 느껴지는 따끔따끔한 통증 때문에 깨어난 듯 했다.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는 낯선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던 아내가, 걱정이 된 나머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 같다.
 
이 부근에서는 황혼 무렵 거목을 보러가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종종 나같은 외지인이 알지도 못하면서 숲에 들어섰다, 나처럼 기절한 상태로 발견되곤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찾아갔을 무렵은 가을이었지만, 여름에도 밤에는 꽤 추운 동네다.
 
발견되는게 늦었더라면 동사했을지도 모를 터였다.
 
 
 
소리의 정체는 결국 지금도 모르지만, 혹시 그 부근에서 죽은 귀신들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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