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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벽지 안쪽 확인 해본 사람?

클라우드92019.06.03 10:52조회 수 1171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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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벽지는 빛깔만 이쁘면 됐지, 무슨 상관이겠어.

 

그런데 나한테는 안 좋은 기억이 있거든. 문뜩 떠오르네.

 

그때는 내가 새내기였던 14년도였어.

 

 

집이 조금 멀기도 하고 자취 한 번 해보고 싶어서 2월 초부터 열심히 원룸가를 돌아다녔어.

 

그런데 집을 구한다는게 썩 쉬운일이 아니더라구.

 

월세가 싸면 대학이랑 멀고. 대학이랑 가까우면 비싸고. 가까운데 월세가 싸면 벌래가 나오더라.

 

'이러다가 영락없이 1시간짜리 통학하겠네' 싶을 무렵, B원룸을 찾았어.

 

월세는 20만원밖에 안됬고, 학교하고는 어찌나 가까운지 비비탄총을 쏘면 강의실까지 닿을 것 같았어.

 

벌래? 도배까지 새로 싹 해서 그렇게 깔끔한데 나올리가 있나.

 

그래, 지금 생각해보니 그 방만 유난히 도배를 새로 했더라고.

 

그 당시의 나는 호구처럼 순삭간에 싸인했고, 짐을 풀었지.

 

그때에도 꿈자리가 조금 뒤숭숭하거나, 깨고나면 몸이 찌뿌둥하긴 했어.

 

특히 술 마시고 들어온 날은 다음날 내가 반죽음이 되어있더라고.

 

숙취가 심했거니 하고 무시하긴 했지만 말이야.

 

진짜 문제는 개강총회날에 일어났어.

 

 

나는 유난히 들떠서 평소 주량보다 조금 많이 마셨었지.

 

그래도 정신머리는 붙어있어서, 용캐도 집까지 걸어들어왔어.

 

그런데 문을 연 순간, 갑자기 구역질이 나오는거야.

 

난 처음엔 술때문인줄 알았어.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는 절대 아니었지.

 

혹시 심령사진 본 사람있어? 그냥 분위기만 무서운 사진 말고.

 

보는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돋고 사진 전체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사진 말이야.

 

내 방 안을 보는 순간 그런 경험을 했어.

 

방 전체가 일그러져 보이고, 서있으려는 다리가 자꾸 풀리는거야.

 

그리고 조금씩 짙어지는 역한 냄새가 있었어.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해.

 

비릿하면서도 냉장고에 오래 방치된 살코기 같은? 하지만 피냄새는 아니었어.

 

정신이 바짝 들더라고. 술? 그딴건 진작에 깨버렸지.

 

나는 뒷걸음질 쳐서 원룸 밖으로 나왔어.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한 까치를 꺼내 물었지.

 

그때는 팔리아멘트를 피웠는데, 호흡이 다급하니까 망할게 엄청 안 빨리더라고.

 

그렇게 한 개피 태우고 내 방으로 올라갔는데,

 

여전히 그 염병할 냄새가 나더라.

 

 

무슨 깡이었는지는 몰라.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갔어. 처음 가진 내 집이라서 그랬나봐.

 

그리고 코를 킁킁거렸어. 증거를 찾고 싶었어. 분명 내가 짬을 안 버려서 냄새가 나는 걸 꺼라고 생각했어.

 

만약 그런게 아니면... 진짜 귀신이 있다는뜻이잖아. 미칠 것 같더라고.

 

그런데 그 냄새는 사방에서 나는거야. 정확히는 벽에서 나고 있었어. 사방의 벽에서.

 

나도 미쳤지, 부엌에서 칼 하나를 가져와서 책장 뒤편의 벽지에 칼질을 했어.

 

분명 이 뒤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았거든.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았어.

 

시맨트 바닥이니까 회색일줄 알았는데, 뭔가 붉은 면이 있더라고.

 

보는 순간 느낌이 왔어. '아, 이게 원인이구나.' 그래서 칼질을 조금 더 넓게 해봤어

 

그땐 뭐 별다른 생각이 없었어. '시발 벽지 까짓거 물어주면 되지' 싶더라고.

 

그런대 그 붉은 색이 그냥 면이 아니라 한자더라?

 

무슨 한잔지는 모르겠는데, 뭐 한자 생긴거 뻔하잖아. 벽면이 부적인 것처럼 붉게 적혀있었어.

 

또 손이 떨리더라고. 하필 칼을 들고 있으니까 오죽하겠어.

 

나는 미친놈처럼 벽 한 면에 붙은 벽지를 칼로 뜯어냈어. 그러고 나서 보니

 

벽면 전체에 빼곡하게 붉은 한자가 적혀있었어.

 

'아 여기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칼 떨어뜨리고 뛰쳐나왔어. 다리가 다 후들거리더라.

 

그날 밤은 과방에서 보냈어. 다음 날 주인 아줌마한테 연락했지, 방 뺀다고.

 

그 씨발년은 다 알면서도 나한테 세놨더라고. 깽판칠려다가 도배값은 지가 낸다고 해서 말았어.

 

 

뭐... 그 후부터는 졸업할 때까지 통학했지. 다시는 모르는 벽에 기대서 자고 싶지 않더라.

 

지금은 직장때문에 어쩔 수 없어 원룸에서 살고 있는데, 주인 몰래 벽지 살짝 뜯어서 확인해보고 계약했어.

 

그때처럼 한자가 붉게 세겨진 원룸은 거의 없더라 ㅋㅋ

 

근데 있긴 했어.

 

출처 원작자 라그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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