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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과정

title: 섹시호날두마리치킨2019.06.10 18:09조회 수 670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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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 방으로 들어왔을 때도, 여동생은 꿈쩍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그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김이 보일정도로 주위의 공기는 얼어붙고 있었다.

여동생은 몸을 떨며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작은 팔로 내 허리를 꼭 감쌌다.

계속 잠든 채로 있으면 좋을텐데.


그가 키가 크고 말랐다는 건 알수 있었지만, 그것이 내가 알아 볼 수 있는 전부였다.

방은 너무나도 어두웠기에, 그의 대부분은 그림자뒤에 감춰져있었다.

숨이 멈춰왔다.

그가 내 침대 옆에 섰다.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엔 공허한 흰 빛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가만히 멈춰서서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계속해서 나를 쳐다봤다.

마침내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들어 올려 그의 앙상하고 얼음장같은 엄지손가락을 내 움푹 파인 왼쪽 눈 부분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부드럽게 눈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난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였다.

그는 나머지 차가운 손가락들이 내 얼굴위로 올라와 내 뺨의 오래된 흉터를 따라 내려갔다.

그러다 그의 검지와 중지가 내 입술위로 멈춰섰다.

붓기는 가라앉은 채였지만, 내 아랫입술은 여전히 갈라져있었다.


그의 손은 내 얼굴을 떠나 내 팔로 향했다.

그는 내 오른 손목을 붙잡아 들어올리고는 살펴보았다.

내 자해의 흔적은 희미해졌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려 하면 여전히 쉽게 찾아볼수 있었다.


그의 목에서 나오는 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곳에는 희미한 절망과 즐거움의 감각이 섞여있었다.


그는 내 오른팔을 조심스럽게 침대로 내려놓고는, 이번엔 왼쪽 팔을 들어올렸다.

이번엔 아플정도로 꽉 내 팔을 쥐었지만, 난 여전히 소리를 내지 않았다.

여동생은 여전히 잠든 채였다.

그것이 나에게 있어선 중요한 전부였다.


그는 나의 금방 난 상처난 부분을 손가락으로 어루 만지며 미소지었다. 

얼기설기 붙여진 밴드위로는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자해의 흔적은 이전 것하고는 달랐다.

이 상처는 분노때문에, 혹은 동생을 잊어 버리고 죽음을 바랬던 나의 나약한 이기심에 의해 만들어진것이 아니었다.

 

아냐, 이 상처는... 좀 더 아름다웠다.

더 세심하게 만들어진 이 상처는 내 팔을 이해할수 없는 눈 문양과 오망성과 숫자와 기호들의 디자인으로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팔에 이걸 새긴다해도 나에게 있어선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었다.

중요한건 이것이 정말 효과가 있냐는 것이었다.

 

그의 입술이 떨어졌다.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입술 사이엔 날카로운 누런 이빨들이 잔뜩 드러나 있었다.

그는 입술이 내 귀에 닿을 때까지 몸을 기울였다.

차가웠다.

그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서서히 아님 빠르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속삭이는 듯 했지만, 그의 단어 하나하나에서 즐거움과 연민이 수를 놓고 있었다.


난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어둠속에선 그녀에게 새로 성긴 멍을 볼수 없었지만, 그 자리에 있다는건 알고 있었다.


"서서히,"

난 속삭였다.


그는 다시 빙그레 웃고는 방을 떠났다.

내 부모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난 미소를 지으며, 내 여동생을 더욱 꼭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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