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많기로 유명한 전라남도 무안 고을.
그 무안 고을 해제면 칠산 앞바다엔 각시섬이라고 불리어지는 섬 하나가 바다에 떠 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로 ,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 각시섬이 꼭 족두리를 쓰고앉아 있는 각시 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아득한 옛날 -
칠산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해제 마을에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 한 채가 있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은 젊은 부부 단 두 사람.
남편이 오랫동안 앓아 누워 있었기 때문에 부인은 남편을 위해 백방으로 정성을 다해 보았지만
남편의 병은 차도를 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있는 때에 부인은 유명한 의원 한 사람을 만나 집으로 안내했다.
" 의원님, 제발 좋은 약을 써주시어 가련한 그 이를 구해주십시오.. 제발 .. 제발 .. "
부인이 이렇게 부탁하자, 의원은 한참 동안 남편을 진맥도 해보고 손과 얼굴도 만져보더니
결국 힘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 가망이 없소.. 도저히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말씀이오. "
부인이 의원에게 한 발 다가 앉았다.
" 의원님의 힘으로썬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으시다니요? 그렇다면 달리 무슨 힘이 있으시다는 말씀이십니까? "
" 그럼 그걸 제게도 알려주시죠. 그것만 알려주시면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꼭 해내보겠습니다! "
의원은 매우 딱하다는 듯이 먼 바다만 바라보더니 이내 무거운 입술을 뗐다.
" 꼭 한가지 길이 있기는 하지만 ... 아낙의 몸으로서는 도저히 실행할 수 없을 것이오. "
" 의원님, 저는 우리 이 양반의 목숨만 건져낼 수 있다면 저는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습니다.
의원님! 의원님! 그 길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
부인이 재촉하자 의원은 한숨을 토해내더니 손으로 먼 바다를 가리켜 보였다.
" 저기,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보이십니까? "
" 저 칠산섬 말입니까? "
" 맞습니다. 일곱 개의 섬이 있다고 하여 칠산섬으로 불리워지고 있지요.
그런데 저 일곱 개의 섬 중에서 제일 작은 섬 하나가 있는데,
그 섬 안에 진시황 같은 사람도 구해 보지 못했다던 신기한 약초가 존재합니다. "
" 그 섬 안에 약초가 있다고요? 그 약초만 뜯어오면 저 이의 병이 단박에 나을 수 있습니까? "
의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부인은 의원에게 한 번 절을 올리더니 의원에게 남편을 맡겼다.
그러고는 남편이 병들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메어 놓아 두었던 배를 푼 다음 손수 저어 칠산섬을 향해 나아갔다.
여자의 몸으로선 가기가 힘든 곳이라고 하던 의원의 말이 자꾸만 머리에 떠올려 마음속으로 불안하기는 했지만,
약초를 구하러 간다는 생각을 하니 그런 불안은 잠깐 동안의 일이었다.
꼬박 하루 해가 다 걸려서야 부인은 작은 섬에 오를 수가 있었다.
해가 서쪽 수평선 너머로 넘어가느라고 하늘이 빨갰다.
온 천지에 불이 붙은 듯한 그 붉은 낙조에서 부인은 손과 옷까지 빨갛게 물든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리가며 저리가며 아무리 뒤져 보아도 마음 속으로 그리고있는 그 약초는 보이지 않았다.
" 그 의원님이 거짓말을 했을 턱은 없는데 .. .. ? "
부인은 하루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깨닫고 갑자기 기운이 빠져 풀섶 위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 아무도 없는 이 무인도에서 약초도 못 캔 채 죽는 건 아닐까 ... ... 그 이도 날 기다리다 쓰러진다면 .. "
그런 생각을 해 가며 누워있는 시각이 얼마나 지나갔을까?
별안간 몸을 움직여 그 길로 풀속을 헤쳐보았더니, 바로 그곳에 약초가 있던 것이 아닌가.
' 아아 .. 신이시여, 감사드리옵니다! '
부인이 그렇게 생각하며 땅에 깊숙히 박힌 약초를 꺼내었다.
그 약초를 달여먹고서 눈 깜짝할 새에 옷을 툭툭 털고 일어서는 남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해 왔다.
그런데 별안간 이게 웬일인가.
난데없이 큰 뱀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만 약초를 들고 있는 부인을 향해 혀를 낼름낼름 놀리는 것이었다.
" 윽 - ! "
부인이 기겁해 뒤로 넘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약초를 손에 꼭 쥔 채로 있던 것은 무엇보다도 다행한 일이었다.
부인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뱀을 피하려 옆으로 한 걸음을 떼놓았다.
그러나 한 걸음 발을 떼놓으며 무얼 하랴.
어디서 쉭쉭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방에 셀 수 없이 많은 뱀들이 몰려와 부인을 포위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한 발도 떼 놓을 수 없게 된 부인은 그 자리에 훌쩍 넘어지고 말았다.
' 천신만고 끝에 약초를 얻어 이렇게 좋아하고 있는 마당에 그 이에게 먹여보지도 못하고 죽고말다니? "
그런데 죽는 일보다 더 기가막힌 일은 자기의 두 팔이 어느샌가 없어져 버리고
대신 온 전신이 뱀의 비늘로 덮혀있는 것이다.
너무도 놀라운 일이어서 이제는 소리를 지르고 할 그런 계제도 아니었다.
' 어찌 하늘은 이리도 무심하신지 .. 내 죄라면 남편의 병을 고쳐 드리려던 그 일 밖에 없었는데 ... .. '
' .. .. 어찌하여 .. .. '
-
남편은 부인이 기다리고 있는 보람도 없이 의원과 함께 부인을 기다리고 있다 병이 심해져 이틀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를 불쌍히 여긴 사람들은 칠산 바다가 보이는 백학산 양지바른 자리에다 묻어주었다.
무덤 만들기를 다 끝낸 뒤 땀을 닦고 있던 참인데, 별안간 어떤 사람이 놀라는 소리를 했다.
" 이보게들! 저것 봐! 어떤 큰 뱀 한마리가 물살을 헤치면서 이쪽으로 헤엄쳐 오고있지 않은가? "
" 어어, 정말! 입에다 무슨 꽃같은 걸 물고서! "
육지로 올라온 뱀은 옆도 돌아보지 않고 이날 장사를 지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이 궁금해서 쫓아내려가 봤더니,
입에다 풀 한 포기를 문 뱀이 머리로 문을 열고 방 안으로 스르륵 들어갔다.
그러나 뱀은 남자가 없는 것을 보고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그러고선 산으로 올라와 온종일 남자를 찾았지만 이미 땅 속에 묻혀버린 사람이 보일 까닭이 없었다.
다시 낡은 초가집으로 내려간 뱀은 물고있던 약초만 방 안에 남겨놓은 채
바다로 도로 들어가 작은 섬을 향해 헤엄쳐갔다.
모든 일을 끝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마을 사람들은 그 뱀이 죽은 남자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들이 없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엔 비만 오면 섬이 족두리를 쓰고
앉아 있는 각시 모양으로 변한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
출처 : 웃대.꼬깔콘세개천원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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