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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술래잡기

title: 병아리커피우유2015.06.04 17:43조회 수 860추천 수 2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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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장에 있었습니다. 날씨는 추웠습니다. 밤이었죠. 상가들의 불이 하나씩 꺼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불은 점점 꺼지고 날은 추워지는데 저는 자리에서 일어날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불이 전부 꺼져가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술래잡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십초 전 같은 것이었습니다. 술래가 절 잡기 전 십 초 말입니다.


집으로 가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잠드는 것이었습니다.


잡히기 전에요. 저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억지로 눈을 감았습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쟤 걸리는 거 아냐? 금방 보일텐데.


알고 있었습니다. 불이 꺼지기 않은 곳이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들킬 것 같았기 때문이죠. 저는 바들바들 떨면서 눈을 꼭 감았습니다. 이불 너머로 기척같은 것들이 이따금씩 느껴졌습니다.


그건 상가 사람들이 장을 접고 하나 둘씩 떠나는 소리였습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습니다.


상가 사람들이 이미 철수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지금 눈을 뜨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술래잡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분명히 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잠은 들지 못했습니다. 무조건 잠든 척 할 생각이었습니다. 날이 밝아올 때까지요.



날은 점점 추워졌습니다. 새벽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제 몸이 떨리는 건 추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연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두 눈을 감고 자다가 몸을 가볍게 들척이는 정도요. 머릿속으로 이성이 계속해서 이해를 강요했습니다.


강박적으로요. 마치 괜찮아, 나는 알고 있으니까 하고 되뇌는 것처럼 말입니다. 생각은 계속 뻗어나갔습니다. 술래가 이불을 들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때까지도 계속 잠든 척 하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니, 발소리는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척이었습니다. 그건 계속 다가왔습니다. 빠르게요. 숨이 멎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상상했던 상황이고 머릿속으로도 그렸지만


상황이 닥치자 그런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아직 제가 잠들지 못했다는 것과, 코앞까지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자연스럽게 숨을 쉬었습니다. 이불 바로 너머로 술래가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거지로 숨을 뱉어내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눈을 뜨지 않았는데 이불 너머가 보이는 기분이었습니다. 큰 눈동자 두 개가 저를 내려다보는 상상입니다. 거기에는 표정이


없습니다. 몸이 계속 떨려왔습니다. 온 몸이 공포로 얼어붙었습니다. 그 때, 술래가 이불을 툭 쳤습니다. 저는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지금 눈을 뜨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술래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뜨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극도로 긴장된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천천히 눈꺼풀을 열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시야가 밝아왔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건


이불이었습니다. 저는 천천히 이불을 내렸습니다. 제 방이었습니다. 저는 꿈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정신은 전에 없을 정도로


맑았습니다. 핸드폰을 확인했을 때는 오전 5시 47분이었습니다. 술래는 없었습니다. 술래잡기는 이미 끝난 후였습니다.



그대로 거실에 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 시간 정도밖에 잠들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시가 넘어서 잠에 들었는데 말이죠. 꿈에서 눈을 뜨는 순간 현실이었으니까요. 몸은 피곤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오히려 정신이 너무 맑았습니다. 꿈이라 다행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거실의 컴퓨터 옆에는 작은 와인 진열대가 있습니다. 유리로 되어 있어 맞은 편의 큰방이 비치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의자를 조금 제끼면


종종 컴퓨터 앞에 폐인처럼 앉아 있는 제 모습도 비치지요. 얼핏 보기에는 큰방 문이 열려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일어나신 모양입니다.


저는 타이핑을 하면서 왼쪽으로 시선을 잠깐 돌렸습니다. 그리고 곧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 것의 정체를 깨달았습니다.



큰방의 문은 열려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리에 비친 큰방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잠깐만요, 유리 안의 큰방에서 누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술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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