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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모르는게 약 아는게 힘-3☆

title: 병아리커피우유2015.06.04 17:49조회 수 2672추천 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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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부터 이어집니다.)


4)
손에 묻은 찐득한 붉은색의 액체는 거의 굳어가고 있어서 손으로 비비니 가루가 되어서 부스러졌다.

피가 묻어나온곳은 수도꼭지 뒤편의 벽과 연결된 곳이였다.

그곳에 약간의 말라 굳어가는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왜 피가 묻어있는가?

순간 꿈에서 손을 휘젓다가 잡은게 이 수도꼭지라는게 생각났다.

나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해봤다.

a전 주인이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코피를 쏟은게 묻었을 수도 있다.
b피가 아니라 다른 물질이다. 예를 들면 락스가 무언가 섞여서 변색됐거나,수도관의 녹물일수도 있다.
c.여기에 피가 묻어있어서 문제라도 되는가?

결론적으로, 당장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나의 결론이었다.

만약에 이 피가 심각한 무언가라면?

경찰에 신고해야하나? 수도꼭지에 피가 묻어있어요. 라고?

불가능하다. 이정도로 사소한걸로 신고한들 나만 부끄러워지겠지.

아마 경우의 수는 a,b둘중의 하나일 것이고, 아니라고 해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c와 같이 이 피는 딱히 심각한 사안은 아니었다.

나는 벌거벗고 무슨 궁상이냐 싶어서 몸을 일으켰다.

혹시 감염의 위험이 있으니 손을 깨끗이 씻어냈다.



5)
전 주인은 냉장고나 전자렌지, 가스렌지 식탁등의 무게가 나가는 것들을 전부 두고 갔다.

다시 사지 않아도 되니 좋긴 하지만 먼지가 뽀얗게 쌓여서 것들을 청소하기는 상당히 고역이었다.

베란다에는 화분들이 있었는데, 관상용 화초들이 자라고 있었다.

어느정도 방치된듯 몇개는 말라서 시들어있었다.

저걸 처리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귀찮음이 몰려왔다.

문득 허기가져서 냉장고를 열었다.

청소해서 거의 비어있는 냉장고에는 물과 우유,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만이 들어있었다.

문득 컵이 없다는걸 기억해냈다.

혹시 전 주인이 두고갔을까 싶어서 구석구석 살펴보다 찬장 깊숙한 곳에서 머그컵을 찾아냈다.

핑크색에 하트무늬가 있는, 전 집주인처럼 중년의 남성이 쓰기에는 상당히 안어울리는 디자인이다.

아마 전 집주인의 아내나 딸이 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묻어있는 먼지를 물로 씼어냈다.


딸깍


나는 편의점 도시락을 묵묵히 먹기 시작했다.

혼자살기에는 지나치게 넓고 조용한 집에 나의 음식 씹는 소리만이 울렸다.

문득 TV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TV를 보면서 밥을 먹자 싶어서 도시락을 TV앞으로 들고 갔다.

TV를 켜니 막 예능방송이 시작하고 있었다.

도시락을 소파에 올려놓고 작은 테이블이나 식탁대용으로 쓸 물건이 없나 둘러보고 있는 와중


챙강!


식탁 위에 있던 머그컵이 떨어지면서 깨져버렸다.

다행이 아직 아무것도 붓지 않았기 때문에 사금파리만이 바닥에 흩어졌다.

머그컵이 혼자 떨어졌다.

물기때문에 컵이 미끌어지는건 흔한 일이다. 묻어있던 물기에 미끌어지던 컵이 시간차를 두고 떨어졌다.

라고 지극히 이성적인 생각하며 청소기를 가져왔다.

그런데 청소기를 켜니 작동하지 않았다.

코드는 끼워져있다.

전등이 켜져있으니 정전도 아니다.

다시 보니 먼지통이 다 찼는지 전구에 붉은 빛이 들어와있었다.

나는 청소기의 뚜껑을 열고 먼지통을 꺼냈다.

그리고 쓰레기봉투에 부었는데 먼지와 함께 여자 머리카락이,

그리고 붉은 피가묻은 흰색 사금파리조각과 흙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득 베란다를 보니 화분들이 이 사금파리와 같은 종류이다.


기이한 꿈, 피묻은 수도꼭지, 피묻은 사금파리 조각.

연속되는 상황들이 연결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이성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어머니처럼-미신적으로-생각해보면 꿈에 나온 그 여자가 이 피의 주인이라고 추측해볼 수도 있다. 또한,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거나.

문득 내가 심한 감기에 걸리자 신내림 굿을 해야한다고 난리치던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때 결국 아버지께서 병원에 데려가서 독감이라고 진단을 받고 입원했었다.

물론 그 후에는 깨끗이 나았지.



나는 귀신같은건 전부 허구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는 지금 단순한 현상을 확대해석 하고 있는 것이다.

피에 너무 과민반응하고 있다.

피가 그리 보기 힘든 물질은 아닐지언데 단순히 피를 봤다고 해서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 피를 흘릴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피를 흘렸다고 해도 나와는 정 관계 없지 않는가?

나는 어머니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

귀신은 믿는 사람에게 보인다.

믿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자신이 바보같다고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생활공간이 바뀌여서 신경이 예민해진 모양이다.

나는 도시락을 마저 먹고 청소기로 집안을 청소하고 바로 잠잘 준비를 했다.

아직 10시밖에 안됐지만 피곤하고 지쳐있었기 때문에 어서 잠자리에 들고싶었다.

다행이 안방에는 큰 침대가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매트리스만 남아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가져온 옷들을 이불 대신에 덮을 수 밖에 없었다.


미리 말하자면 절대로 편안한 잠자리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믿지 않아도 보인다는걸 알았으니까.

아니면 내가 사실 믿고있다는걸 알게 됐거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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