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바닥이 파인 탁자

클라우드92019.07.01 21:32조회 수 893댓글 0

    • 글자 크기


어느 날, 친구 둘과 함께 술 한 잔하러 가자는 약속을 했다.

그날은 예약을 잡아놨었기에, 약속 시간 얼마 전에 가게에 도착했다.

 


준비된 독실로 안내된 뒤 나는 자리를 잡았다.

방에는 아직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다다미 방에는 방석이 깔려 있고, 작은 탁자 밑은 바닥이 한층 낮게 파여 있어

다리를 내려놓고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어찌 되었건 앉은 뒤,

나는 웃옷을 벗어 옆에 두었다.

 


아무 생각 없이 메뉴를 보며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발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들여다봤지만 아무것도 없다.

 


순간 탁자 다리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탁자의 짧은 다리는 다다미 바닥에 닿아 있었다.

 


즉, 내가 발을 내려두고 있는 빈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

나는 발을 좀 움직여서 다시 한 번 아까 그 감촉을 찾았다.

 


있었다.

정확히 내 정면 근처에, 조금 동그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평평한 물체가 있었다.

 


다리를 조금 더 움직여보니 이번에는 발끝이 아니라

정강이 바깥쪽에서 무언가 세로로 길쭉한 게 닿았다.

 


바닥에서 수직으로 솟아 있는 게 아니라,

조금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다.

그 끝에는 또 둥글고 평평한 것이 있다.

 


나는 그게 무언지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또는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리다.

지금 내가 발로 더듬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사람의 다리였다.

 


다시 한 번 내가 놓인 상황을 떠올려본다.

독실에는 나 혼자, 고개를 들어봐도 확실히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다리가 있다.

 


몸은 가위라도 눌린 듯 움직이질 않았다.

나는 그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표현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다리와 다리가 맞닿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자,

어느샌가 문득 그 다리의 감촉이 사라졌다.

 


아마 그 다리가 사라진 건 아닐 것이다.

탁자 밑에서 다리와 다리가 맞닿을 때,

다들 그러는 것처럼 그냥 다리를 움직인 거지..

 


알 수 없는 존재가 조금이나마 인간적인 행동을 한 덕에,

나는 조금이나마 냉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까 그건 뭐였지?

유령?

요괴?

 


볼일을 보면서, 나는 혼자 생각했다.

그것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뭐랄까, 의지 같은 것이..

 


마치 거기에 있는 것이 당연한 듯,

거기에 그저 있는 것이다.

 


생각이 채 정리되지 않은 채 다시 독실로 돌아왔다.

익숙한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여어.]

어색한 목소리로 말을 걸며 그 앞에 앉았다.

 


한참 술을 마시며 별거 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친구가 갑자기 [아,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내게는 친구가 왜 그런 말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없었기에 오히려 알아차리고 말았다.

 


아마 친구 녀석 다리가 닿고 만 거겠지..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그 다리에..

 


[괜찮아, 신경 쓰지 마.]라고,

나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출처: VK's Epitaph



    • 글자 크기
[2ch] 3층의 토시코 (by 엉덩일흔드록봐) 이별택시 (by ss오공본드)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207 2CH 할머니와 쿠로 title: 투츠키71일12깡 721 0
206 2CH 테디베어가 버려져 있었다 클라우드9 697 0
205 2CH [2ch] 3층의 토시코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981 0
2CH 바닥이 파인 탁자 클라우드9 893 0
203 2CH 이별택시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 1119 0
202 2CH 버려진 금고1 여고생너무해ᕙ(•̀‸•́‶)ᕗ 2197 0
201 2CH 나가사키의 호텔 title: 잉여킹냠냠냠냠 1100 0
200 2CH [번역괴담][2ch괴담][771st]오두막에서 아르바이트2 여고생너무해ᕙ(•̀‸•́‶)ᕗ 798 0
199 2CH 일본의 마을에서 발생한 귀신 목격담.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028 0
198 2CH 만나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 시치닌미사키(七人ミサキ) 익명할거임 504 0
197 2CH 검은 여드름 title: 메르시운영자 1203 0
196 2CH 이상한 메모리카드2 여고생너무해ᕙ(•̀‸•́‶)ᕗ 472 0
195 2CH 끝나지 않는 복수 여고생너무해ᕙ(•̀‸•́‶)ᕗ 926 0
194 2CH 시골에서 전해오던 들어가선 안되는곳 익명할거임 617 0
193 2CH 타임워프 아리가리똥 1036 0
192 2CH 횡단보도의 모녀 아리가리똥 1103 0
191 2CH 머리맡에서 중얼거린 것은 아리가리똥 744 0
190 2CH [2ch괴담][번역괴담] 한밤 중, 창밖의 여인 여고생너무해ᕙ(•̀‸•́‶)ᕗ 654 0
189 2CH 썩어가던 것 아리가리똥 1155 0
188 2CH 아버지의 교육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1048 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