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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불신지옥

title: 다이아10개나는굿이다2015.06.08 10:02조회 수 754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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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첫 걸음마를 떼고 아장아장 걸어 다닐 무렵의 일입니다.

변변한 재산 하나 없이 시작했던 결혼생활에, 딱히 배워놓은 기술도 없었던 아버지는 급한 대로 택시 일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택시 일이 으레 그렇듯 수입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가장으로서 직장을 구하고 나니 숨통이 조금 트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집안에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제가 시도 때도 없이 벌레(심지어 모기, 파리까지도)만 보면 경기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멀쩡하던 아이가 이유도 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입에 거품을 물고 넘어가니 걱정이 되어 온 병원을 가도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 소식을 들으신 큰어머니께서 평소 알고 지내시던 여스님 한분을 소개시켜 주셨는데, 이 스님께서 저를 보시고는 백마의 피로 어른 키 절반만 한 큰 부적을 써주셨다고 합니다.

그 부적을 액자에 넣어 벽에 걸고 일주일이 지나자, 벌레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던 제가 신기하게도 손으로 벌레를 퍽퍽 잡으며 놀더랍니다.

그 이후 몇 년이 지나, 아버지는 다른 종교를 믿기 시작하셨습니다.(분쟁의 씨앗이 될지도 모르니 종교명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제 외가 쪽이 대부분 그 종교이고, 아버지도 당시 연달아 사고가 나는 등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서서히 그 종교에 의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업용 차량이다 보니 사고가 한번 나면 집안 경제에 큰 타격이 가는 게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개 종교들이 그렇듯 타 종교를 동시에 믿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집안에서 타 종교의 흔적을 없애는 것이 좋다는 말에, 아버지는 고민하시다가 그 부적을 태워 없애버리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밤, 아버지는 평생 잊히지 않을 무서운 꿈을 꾸셨습니다.

꿈속의 아버지는 집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선녀처럼 예쁜 여자가 들어와 아버지 앞에 앉더랍니다.

놀란 아버지는 '아줌마는 여기 올 자리가 아닌데 왜 왔느냐, 어서 나가라'며 소리쳤는데, 싱긋 웃기만 하고 나갈 생각을 않더랍니다.

그 웃음이 순간 너무나도 소름끼쳤던 아버지는 여자의 팔을 낚아채 문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안 나가려고 버티는 힘이 장사보다 더했다고 합니다.

한참을 실랑이하다 힘을 내서 확 밀쳐내는 순간, 여자가 잡고 버티던 문틀을 놓치면서 그 곱던 얼굴이 악귀로 서서히 변해가더랍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던 그 악귀의 형상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하십니다.

쫓겨나면서도 끝까지 노려보던 그 핏발 선 눈초리에 숨이 멎을 듯…….

이후 명절에 큰집에서 아버지는 그 스님이 이미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선 '스님이 써주신 부적을 태워버리고, 거기다 변절까지 했으니 화가 나서 악귀를 보내신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덕을 많이 쌓으신 스님께서 그런 형상으로 나타나셨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출처 : 잠밤기 [투고] bluesage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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