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갑순이

개팬더2015.06.09 23:47조회 수 1019추천 수 1댓글 4

    • 글자 크기


이건 어디까지나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아닌 '괴담'임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그러니까 1994년에 국어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국어선생님께서 대학생이셨던 70년대. 대한민국은 아직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었고 입양을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나라였다고 합니다.

당시의 입양은 체계적인 방식이 아니라서 각종 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수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었고, 현재 그 시절 입양 보낸 자녀를 찾거나 혹은 입양된 아이들이 부모를 찾고 있지만 기록이 워낙 조악하여
누가 어디로 입양되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그런 시절에 이런 이야기가 돌았다고 합니다.

갑순이라는 여자아이는 여섯 형제의 막내였습니다.
갑순이의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날품팔이를 하고 계셨습니다만
여섯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 가장 어렸던 막내를 입양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입양기관에 아이를 맡기면서 어머니는 계속 눈물을 흘렸겠지요.

한동안 보육시설에 맡겨졌던 아이는 해외의 잘 사는 집으로 입양을 갔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처음 들어보는 낯선 말.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따뜻하고 푸근한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갑순이는 행복했을까요.

그 집에는 갑순이보다 두 살 많은 딸이 있었습니다.
금발에 창백한 피부의, 병약해 보이는 아이는 두 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갑순이보다 조금 더 큰 정도였습니다.
아마 어딘가 몸이 좋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나고. 새로운 가족과의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갑순이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예쁘고 건강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두 살 위의 언니는 점점 병색이 짙어지고 있었지요.

그리고 어느 봄날에. 갑순이의 양부모는 갑순이와 언니를 데리고 먼 여행을 떠납니다.
갑순이가 겪은 태어나서 두 번째 여행.
첫 번째 여행은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던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멋진 검은색 자동차를 타고 가족이 함께 떠나는 신나는 여행입니다. 갑순이는 즐거웠을까요.

며칠을 자동차로 달려 도착한 한적한 시골길의 끝에 나타난 것은 크고 하얀 병원 건물이었습니다. 넓은 병실이 몇 개나 있고 침대마다 회복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편안한 얼굴로 누워있었습니다.

아픈 언니는 이제 나을 수 있을까요?

갑순이가 새 가족들과 함께 병원에 들어가고 일 년 뒤.
갑순이의 양부모와 두 살 위의 금발 언니는 밝게 웃으며
병원을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갑순이는 거기 없었습니다.

일 년 전 어느 날에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병원 뒷문으로 먼저 나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영화 아저씨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야기에서 뭔가 닮은 부분을 찾으시겠지요.
이 이야기는 분명히 픽션이며 절대로 실화에 근거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알려질 정도라면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해도 사회적 파장이 어마어마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런 괴담이 돌아다녔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입양에 관해 부끄러워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도 입양에 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고
공개입양을 꺼리는 이유도 그것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안타까웠던 시절의 씁쓸한 괴담입니다.


    • 글자 크기
댓글 4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3064 실화 부르기 쉬운 귀신일수록 악령에 가깝다 제미니 938 1
3063 실화 여름 휴가때 일 title: 잉여킹냠냠냠냠 773 1
3062 실화 용현동 굴다리다방 흉가 21 title: 잉여킹냠냠냠냠 8624 1
3061 실화 자취할때 겪은 이야기5 title: 투츠키71일12깡 1125 1
3060 실화 오래된 소름돋는 실화이야기2 노사연칸타빌레 148 1
3059 실화 한국예술종합학교 괴담 title: 팝콘팽귄노인코래방 1206 1
3058 실화 나와 귀신이야기 13 - 가위눌림4 형슈뉴 2159 1
3057 실화 주차장의 광녀(狂女)1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904 1
3056 실화 할머니와 손가락2 말찬휘 1181 1
3055 실화 BGM 청운고 괴담3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1765 1
3054 실화 노크(Knock)2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683 1
3053 실화 무서운 실화 몇가지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856 1
3052 실화 우리집 뒷산 현충탑2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7170 1
3051 실화 상주 할머니 이야기 외전 - 3 (下) title: 이뻥날아오르라주작이여 1048 1
3050 실화 짧은 괴담 모음2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079 1
3049 실화 군대 상병시절 후임병에게 들은 이야기1 백상아리예술대상 478 1
3048 실화 내 소꿉친구를 소개 합니다. - 121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 1091 1
3047 실화 제발..2 title: 이뻥아이돌공작 960 1
3046 실화 바다에 홀린다는 말 아시나요?4 Double 3266 1
3045 실화 할머니 집 근처 개울 / 유채영 씨가 겪은 가발 이야기1 title: 메딕제임스오디 644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