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왜 없지?

개팬더2015.06.10 00:05조회 수 2581추천 수 11댓글 7

    • 글자 크기


예전 수업시간에 저희 국어 선생님이 들려주신 그 분의 경험담입니다.

저희 선생님은 남자 분 이신데도 얼굴이 좀 곱상하달까, 다소곳하게(?)생기셨고 체구도 남자치고는 왜소하신 편이라 첫 인상이 좋게 말하면 온화해 보이고 나쁘게 말하면 만만해 보이는 그런 분이십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새벽까지 친우들과 격한 우정을 다지시다 수업준비 할 게 있어서 먼저 빠져나오셨답니다.

택시 구하기가 힘들 시간대라 10분여를 방황하다 가까스로 한 대가 앞에서 멈췄는데, 선생님이 **동 괜찮으세요? 하니까 꼭 무언가를 가늠하듯이, 잠깐 선생님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랍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끄덕 하셨대요.

선생님은 한창 장거리 손님 태울 시간에 자기 목적지는 15분 달리면 도착하는 거리라 태울까 말까 고민했던 거라고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조수석에 탔답니다.


그런데 탄 지 1분도 채 안 돼서 택시기사 분들 프로필 같은 게 붙어 있어야 할 자리가 그냥 휑하니 비어있다는 걸 깨달으셨답니다.

선생님이 그 공백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까 기사 아저씨가 먼저,

"아 그거요. 오늘 저녁에 어떤 손님이 그 위에 커피를 쏟아서요. 너무 보기 흉해서 그냥 치웠어요."

이러더니 대뜸,

"아, 그러고 보니 커피 있는데. 드실래요?"

하더랍니다.

선생님은 좀 이상한 기분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택시범죄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라는 인식이 강해서였나, 크게 개의치는 않았답니다.

그것과는 무관하게 선생님이 선천적으로 커피를 못 드시는 체질이라 감사하지만 커피를 못 마신다고 거절하니, 기사 분이 아무렇지 않게 녹차나 식혜도 있다면서 운전석 옆에 놓인 무언가를 뒤지더랍니다.

거기에 마침 신호가 걸려서 차가 멈추니까 기사 분이 아예 몸을 틀어서 뭘 뒤적뒤적 하는데, 찾는 게 안 나오는지 계속 "어? 어? 왜 없지? 이상하다. 어?" 이 말을 반복하더랍니다. 선생님은 그냥 웃으면서 됐다고 했는데 들은 척도 안 하고 계속 뒤적뒤적, "왜 없지? 없을 리가 없는데." 이것만 반복하더라는 겁니다.

계속 찾는 게 안 나오니까 이 분이 점점 말투가 난폭해지고 동작이 커지더니 이윽고 말에 욕설까지 섞이기 시작했답니다.

"아 씨발, 왜 없어!"

선생님은 점점 기분이 이상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조수석 옆문에 손을 가져갔고, 그 순간 신호가 바뀌었답니다. 근데 그러거나 말거나 기사 아저씨는 계속 욕설을 내뱉어가며 뭘 뒤지고만 있고, 뒤차에서는 빵빵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했습니다.

경적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든 선생님은 택시비를 뿌리듯이 집어던지고는 그냥 문을 열고 도로로 뛰쳐나왔답니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등 뒤에서 "있다! 있어야지!" 하는 소리가 들렸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답니다.

기사 아저씨가 들고 있는 건 녹차나 식혜 같은 게 아닌, 굉장히 육중해 보이는 웬 공구였답니다.

선생님은 힘이 풀리는 기분에 정신없이 도로를 가로질러 달려서는 근처에 있던 편의점으로 들어가 룸메이트한테 전화를 걸었고, 룸메이트가 올 때까지 편의점에서 떨고 있었답니다.

저희한테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를 그냥 가로질렀다는 게 더 무섭다며 웃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셨지만, 그래도 바로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안 좋은 일을 당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오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글자 크기
댓글 7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9491 실화 어뜨의 실화 4탄 - 본인 이야기!2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3343 3
9490 미스테리 미스테리 로어 모음 42 title: 고양이3망고오렌지 1774 2
9489 실화 돌고 도는 무서운 이야기#14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2475 0
9488 사건/사고 전당포 노부부 살인사건2 사스미리 789 0
9487 실화 한국에서 들어본 무서운 이야기 3-42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1881 2
9486 실화 공포는 아니지만 영혼에 관련된 실화 하나 올려보려구요...2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032 1
9485 실화 택시기사인 친구 아버지의 이야기2 title: 이뻥아이돌공작 2624 3
9484 실화 저희 가족 몰살당할뻔한 사건(실화)2 title: 이뻥아이돌공작 2852 2
9483 미스테리 [미스테리]인간의뇌(액체가 되버린뇌) 3편 2 와우장인 1786 2
9482 실화 옆집의 살인마2 title: 하트햄찌녀 5047 3
9481 실화 어릴 때는 귀신이 보였지만 지금은 일반인인 내 이야기12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1357 1
9480 실화 사주이야기+뽀나스 신기한 경험2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1871 1
9479 실화 12년 전 제주도에서 대학교 다닐 때 입니다.2 쥬시쿨피스 477 1
9478 실화 나는 귀신따위 볼줄 모르는 사람임 52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059 1
9477 실화 내 액운을 가져가신 증조할머니2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1502 1
9476 기묘한 20세기 초 기침약 성분2 한량이 1880 3
9475 2CH 정신병원 감호실2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641 1
9474 실화 앞 날이 보이는 약수터2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1468 1
9473 2CH 중국괴담2 우다 172 1
9472 기타 죽은 언니가 보이는 만화2 title: 연예인1버뮤다삼각팬티 280 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