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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2014년 겨울....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2015.06.11 20:50조회 수 1025추천 수 1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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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이익…”


아직 몽중에 있는 느낌이었지만, 싸구려 모텔의 녹슨 문이 열리는 소리가 꿈이 아니란 걸 알려준다.


실눈을 떠봤지만, 아직 방은 빛 한 점 없이 어두컴컴하다. 
아직 해도 안 떴는데 누가 밖에 나갔다 온 것 인가…?



“부스럭..부스럭”

“빡!”

청각을 자극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왠지 듣기 싫은 불쾌한 사운드..


“으…뭔소리야?”


이상한 잡소리와 마치 수박이 터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에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야..주혁아… , 상수야.. 뭔 소리 못 들었어?”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릴 만큼의 고요한 정적이 흐른 후…..

어두운 침실 안에서 낯선 무언가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사람인가…? 짐승인가…? 아니면 설마 귀신?


피로 때문에 마치 온 몸에 추라도 단 듯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핸드폰을 집으려 던 찰나에

깨닫고 말았다… , 이미 늦었다는 것을 …

어둠에 적응 된 나의 눈에 보이는 두 남자…

나의 뇌는 이미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빨리 이 곳에서 도망치라고 경고를 보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내 눈 앞으로 희미하게 날아오는 쇠파이프가 빠르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나의 귀에 박혀온다..

도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휘익!”


“빠악!”















………………………………………………………..









콧속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냉기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2014년의 겨울 12월…

지금 우리들이 서있는 이 곳은 남자들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xx대대 위병소 앞





“야, 씨발 그냥 형이라고 불러 밖에 나가서도 존댓말 쓸 거냐?”

“예..알겠습니다”

“아니 병신 새끼야…말 편하게 하라고 이미지 관리하는 척 하지 말고 말이야”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거참..나 답답한 거 싫어하는 거 알지? 응…?”

“아…그럼 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래, 새끼야 어차피 길어봤자 하루 반 밖에 안 된다. 야 상수 넌 주혁이한테 말 안 놔줄꺼냐?”

“어? 그래야지 말 놔라 주혁아 니가 그렇게 우리를 불편하게 대하면 모처럼 나 온 외박인데, 분위기 딱딱해서 쓰겠냐”

“으음..알았어 형들 말 편하게 할게”

“짜식.. 재밌게 놀다 들어가자”

“근데 항상 궁금한 게 있었는데, 위병소 앞에 저 빨간 석상은 뭐야?”

“저 석상…? 우리 부대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같은 건데 말이야…. 음… 근데 알아서 뭐하게? 군대에 말뚝이라도 박으려고?”

“….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 본 건데”

“크크..관심 있는 척 하지마 짜샤 할 말 없어서 그냥 물어 본 거잖아”

“….”





우리는 2014년의 끝, 너무 추워서 입수보행을 하지 않고는 절대 못 베길 것 같은 12월에 군대에서 외박을 나왔다.



우리들의 인생에 한 획을 그을 휴가도 아닌 외박…



위병소 앞… 경계 조장에게 확인을 받은 후 문을 통과하면서 근무 인원들에게 고생하라는 말을 한 마디 건네고, 문 밖에 있는 빨간 소년 석상에게도 가벼운 목례 후, 투명한 아침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군생활을 얼마나 했을까? 엄청 오래 한 것 같은데 이제서야 겨우 물병장 인가..?


요즘 군대 많이 편해졌다고 하지만, 내가 아버지 세대의 군대를 경험 해 봤을까… 그냥 군대는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도 항상 힘들 것 이라고 생각한다.

뭐..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자기가 겪고 있는 시대의 군대가 제일 힘들다고..


여하튼.. 그런 고 된 훈련과 남자들 밖에 없는 … , 속 된 말로 좆비린내가 진동하는 부대에서 탈출을 해서 1박2일간의 외박을 나왔다. 물론 혼자가 아닌 동기1명과 후임1명과 말이다.




“얘들아 택배 찾으러 가자”

“역시 바깥공기가 좋네”

“형들 오늘 뭐하고 놀거야?”


모처럼의 외박, 다들 신났는지 하는 얘기가 저마다 다 달랐다.


“일단 택배부터 찾아야지, 빨리 핸드폰 찾고 옷부터 좀 갈아입자”

“형 폰도 갖고 왔어? 난 옷만 보냈는데”

“어, 핸드폰 쓰레기라 안 보내달라고 할려 했는데, 한 명 정돈 가지고 있어야 편해서..”

“크..주혁이 같은 짬찌새끼가 뭘 알겠어, 너 외박 첨이지?”

“아..형들 너무 한 거 아니야?”



익살스럽고 짓궂은 말 장난 속에서 우리는 사회의 거리를 걷고 있다.


택배를 찾은 후 근처 역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나온 후에 우리는 남은 짐들을 물품 보관소에 맡기고 난 후에 아침 끼니를 해결하기 위하여 피자체인점에 들렸다.



“아오.. 요 며칠 사이에 피자가 얼마나 먹고 싶었는데, PX에서 냉동치킨은 파는데 왜 냉동피자는 안 팔지 짜증나게..시발”


“새끼, 말 한번 진짜 존나게 많네 진짜.. 빨리 주문이나 하자, 먹고 싶은 피자 골라봐 주혁아”

“내가 골라도 돼? 흠…나는 이거랑 이거 먹고 싶은데…”

“포테이토랑 콤비네이션? 알았어 오케이”

“저기요 사장님 여기 포테이토 피자랑 콤비네이션 피자 라지 사이즈로 주시고 콜라 1.25L짜리 하나 주세요”

“예, 주문 받았습니다”






우리는 아침을 부대 근처에 있는 피자집에서 간단히 해결을 하고 본격적으로 외박을 즐길 준비를 하러 길거리를 탐색하며 걷고 있었다.



“막상 나오니깐 그렇게 할 게 없네”

“군인이 뭐 그렇지… 이 짧은 머리로 뭘 하겠냐! 잉여처럼 이렇게 있지 말고 일단 PC방이나 함 땡겨 볼까?”

“PC방? 좋지 서든 한 번 때리고 사람 2명 구해서 롤 좀 하다가 나가자”

“새끼들 한번 털려봐야 정신차리지…”

“형들 저 챌린저에요, 제가 버스 태워줄게요”

“너가 챌린저 라고? 지랄 하지마 새끼야”

“진짠데…”



맛있는 피자를 먹고 기분 좋은 상태에서 우리는 PC방을 가게 되었고, PC방에서 7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 가장 중요한 것을 망각 했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아 맞다 미친…우리 모텔 안 잡았지?”

“모텔? 맞다 씨벌.. 그냥 이왕 늦은 거 가라로 보고 때린 담에 밤에 적당한데 하나 잡아서 자고 갈래?”

“아…근데 밤에 방이 있으려나…”

“찾아보면 있겠지, 지금 빨리 행정실에 보고하고 술 한잔 걸친 다음에 노래방이나 가자”

“그래.. 뭐 우리 짬에 일일이 다 보고해줘야 되냐”

“하긴.. 신경도 안 쓰니깐 뭐… , PC방에 너무 오래 있었다, 밥이랑 술 한 딱가리하고 노래 부르러 가자”




지겹고 힘든 훈련들 덕에 글라스에 기스가 많이 난 나의 전자 시계는 벌써 시간이 저녁 6시가 되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저물었고, 우리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도심 속의 찬란한 네온 사인에 취해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술집 하나를 찾아 들어가 끼니를 해결하고는 노래방을 갔다.


그렇게 군인이라는 무거운 족쇄를 벗어 던지고 정신 없이 놀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넘긴 새벽 1시가 되었다.


“조금..피곤한데, 이제 방하나 잡고 잠이나 잘래?”

“야…새끼야… 오랜만에 나왔는데, 코는 풀고 가야지 응?”

“뭔 좆 같은 소리야.. 클럽 가자고? 아님 퇴폐업소라도 가자는 얘기냐?”

“이 시간에 클럽은 이미 물 건너갔고, 주혁이 데리고 함 가야지 안 그러냐?”

“이런 미친…근데 나도 함 하고 싶긴 하다… 근처에 괜찮은데 있나?”

“그거는 한번 찾아보면 되지 새끼야… 남는 게 시간인데, 그냥 날밤 까고 복귀해서 자도 되잖아”

“미친놈…”




우리는 군대에서 휴가를 나가지 못한 몇 달 동안 썩어 온 제3의 다리에게 보상이라도 해준다는 명목 하에 가격이 괜찮은 퇴폐업소를 한 시간 가량이나 찾아 다닌 후에야 겨우 발견하고 묵혀 둔 코를 시원하게 풀고 왔다.


이런 속이 시꺼먼 일탈… 지금이 아니면 언제 즐겨보겠는가…?


시간은 도심 속의 찬란한 불빛들이 이제는 하나 둘 씩 꺼지기 시작하는 늦은 새벽..

그 고요하고 정적만이 감도는 시간에 우린 추운 겨울의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잠을 청할 곳을 찾아 다니고 있다.





“저기… 혹시 방 하나 있나요?”

“방이요? 다 찼어요. 다른 데 가셔야 할 것 같네요”

“아..근처에 모텔이나 숙소 없나요? 너무 피곤한데..”

“아마 이 근방에 있는 곳들은 방이 다 찼을텐데..”

“…..”



한참 동안이나 눈에 보이는 모텔이랑 숙소에 모두 다 들어가 봤지만, 가는 곳 마다 모두 다 허탕이었다.


겨울의 칼바람은 살점을 도려내기라도 하는 듯 차갑고 아프게 느껴졌다.


시간이 1초…. 1분 …. 10분씩 흘러 갈수록 피로는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고 몸의 기운은 점점 빠져나가 누우면 기절을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영혼 없는 좀비마냥 길거리를 계속 걷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 뒤를 살짝 돌아봤는데, 누군가가 우리를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미행인가…? 기분이 오묘했다.


언제부터 였을까.. 저 자식이 우리를 미행하기 시작한 지가
살면서 난생 처음으로 당해보는 미행…

당장이라도 저놈을 묵사발 내주고 싶었지만, 현재 나의 신분은 군인이고 미행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에 일단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야…상수 지금 뒤에 있는 저 새끼 언제부터 우리 따라다녔냐?”

“뭐라고? 뒤에 누가 있었어?”

“…..”

“주혁아 너는 저 새끼 언제부터 붙었는지 봤어?”

“아니…잘 모르겠는데, 그냥 지나가는 행인 아니야?”



“야… 잠만 걸음 멈춰봐”




나는 상수와 주혁이를 멈춰 세우곤 뒤를 휙 돌아봤다.

내가 고개를 돌려 돌아 본 그곳엔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 남자와 우리의 거리는 약 7m 남짓… 굉장히 가까운 거리였다.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8초의 정적이 흘렀다.

1..2..3..4..5..6..7..8……

남자는 갑자기 빠른 발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왔고, 나는 순간 움찔하여 양손을

얼굴위로 올려 복싱 자세를 취했다.




“저기… 외박 나 온 군인들 아니세요?”


칼 같은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올린 채로 남자를 쳐다 본 내가 민망해지게,
남자는 우리에게 다가오면서 미소를 짓고 말을 건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미소를 짓는 남자의 얼굴이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마치 연기력이 모자란 배우가 어설프게 연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냥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 것이라고 나 자신을 타이르곤 남자의 질문에 답을 해준다.


“예, 군인 맞는데요. 왜요?”

“아..군인들 맞으시구나, 날도 추운데 아직까지 안자고 밖에서 뭐하세요?”


“그게.. 방을 아침에 잡았어야 했는데, 깜박하고 잡지 못해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네요”

“에고..벌써 새벽4시가 다 되어가고 있는데… 저쪽 구석에 건물 하나 보여요?”


남자가 검은색 가죽장갑을 낀 손을 치켜들며 구석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네..보이는데요”

“저 건물 뒤쪽에 보면 그OO모텔이라고 있는데 아마 거기에 자리가 있을거에요. 구석 진 곳이라서 사람들이 몰라서 잘 안 오거든요”

“아 정말이에요?.. 감사합니다..”



남자의 이유 모를 호의에 의심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짐과 동시에 긴장이 풀려 또 졸음이 쏟아졌다.

“한번 가보세요, 아마 가격도 괜찮을거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수상쩍게 만난 사람이었지만, 훈훈하게 대화를 마친 후에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알려 준 모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가 가리 킨 건물에 도착하자 뒤 쪽 후미 진 곳에 희미한 빨간색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그OO모탤 간판이 보였고 우리는 드디어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상태로 모텔에 입장을 하였다.


다행히도 남자의 말대로 모텔에 방은 있었지만,
시설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마치 철거를 하기 직전의 낡은 건물 같은 느낌이라고 할 까…

이 모텔에 손님이 없는 이유와 방이 남아도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모텔 주인 아주머니에게 방 키를 받고 침실로 향한다.

쓰레기 같은 모텔이지만… 따뜻한 곳에서 두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는게 어딘가…


“딸칵”

“끼이이익”

기름칠을 안 한지 한참 된 듯 문돌쩌귀가 듣기 싫은 쇳소리를 내며 열렸고, 우리는 들어가자 마자 신발이랑 옷들을 그냥 다 내팽개치고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드디어 자는구나…”

“형들 재밌게 놀았는데 밤에 진짜 고생했어..잘자고 있다 아침에 보자”

“그래, 너도”


우리는 씻지도 않은 채로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생각 외로 넓은 침대와 따뜻하고 푹신한 이불…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이런 느낌일까?

이불 속에서 한기가 시린 얼음장 같은 몸이 녹아 내리고 우리는 금새 잠이 들고 말았다.








…………………………………….




“끼이이익…”

“터벅…터벅..”

“부스럭…부스럭…”



“빠악!”


“응..?”


수박이 터지는 것과 같은 둔탁한 소리에 눈이 떠졌다.


“뭔 소리야… 주혁아 상수야 자냐?”

“어…?”



이 따뜻한 침실 안 과는 다른 괴리감이 느껴지는 차가운 한기가 느껴진다.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차가운 쇠파이프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휘익”


“빠악!”









“으..으윽..”


기절을 했었던 건가…

뒷목이 땡기고 머리가 팅팅 부은 것처럼 무겁고 느낌이 안 좋다.


“일어났니 일현아?”


“읍…으읍..”


말이 안 나온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 몸이 안 움직인다. 몸이 아프다.
무서워서 그냥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 난 걸까…





“슥..스윽..슥”

눈을 감싸고 있던 두건이 풀려진다.




“크으으읍…으으…윽..읍”



청테이프에 막힌 입으로 살려달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애를 써봤지만, 모두 헛된 일이었다.
이미 그들은 제 정신이 아니었다.


죽은 지 한참 된 듯 해 보이는 상수와 주혁이....., 사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다 토막 나고 살점만 몇 개 떨어져 있어서 말이다.

지금 내가 묶여 있는 이곳은 지옥인가…? 바닥엔 새빨간 핏물이 흥건하고 나를 보면서 웃고 있는 건 악마인가…인간인가…?


이 상황에서 침착하게 생각을 할 수 없겠지만,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익숙한 얼굴, 익숙한 목소리…


아까 밖에서 만났던 남자와… 중대장…
믿기지 않았지만, 맞았다..

이것 때문에 우리들한테 그렇게 외박을 권한 것 이었나?

인간의 미소와 인간의 따뜻한 언행을 연기한 소름 돋는 쓰레기 새끼들…


나는 더 이상 생각하는 걸 멈췄다.

멈출 수 밖에 없었다가 맞는 말 인가…


점점 다가온다… 차갑고 예리한 쇠붙이가…


숙련된 손질로 나의 몸을 거쳐갈 때 마다 나의 눈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고, 나의 코는 이제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었고, 나의 귀는 더 이상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었고 나의 장기들은 더 이상 나의 몸 속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장기들은 나의 몸을 하나하나씩 떠나갔고 이내 요동치는 심장마저도 나의 몸을 벗어나 나는 이제 더 이상 인간으로써의 자격을 박탈당했다.

한 마디로 죽게 되었다.


나의 장기들은 어디로…갈까……

나의 피,뼈,살……….





“오..씨발 이거 죽이는데?”

“이제 뒷정리만 잘하면 된다. 빨리 끝내고 여기서 뜨자”

“그래 새꺄, 다 끝내고 국밥이나 한사바리 하러 갈까?”

“너도…참… 나 만큼 미친 새끼구나…”

“뭘 새삼스레…키크크큭큭큭”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그들의 이야기….



“너..요즘 자살 생각하고 있냐?”

“뭐…? 니가 그걸 어떻게…”

“너랑 맨날 술 마실 때 마다 하는 소리가 그거다 새끼야..”

“후아…씨발 모르겠다 .. 어차피 나 혼자 인데 그냥 확 죽어버릴까?”

“뭐라는거야 이 새끼…나잇값좀 해 임마..너도 이제 좀 있으면 40대야”

“크..나이? 그거 좆도 없더라..그냥 씨발 겉만 늙는거지 결국엔 다 똑같아…”

“하…”



내 이름 김정욱 xx대대 x중대의 중대장으로 중대 내에서는 최고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나름 밑에 100명이 넘는 병사와 10명이 넘는 장교와 부사관들이 있다 곤 하지만,
그것은 한낱 거품과도 같은 존재들… 내가 원했 던 군대는 이런 곳이 아니었다.



처음 내가 장교를 지원할 때… 능력을 인정 받고 깨끗한 지휘관이 되기를 다짐 했지만 결국 그것은 인맥과 학벌이 받쳐줘야만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젊음의 열정과 신입이라는 패기로 100번 넘어져도 100번 일어났지만,
아무리 노력을 하고 죽기 살기로 달려와봐도 절대로 되지 않는 영역이 있었다.

아니…어떻게 보면은 나의 노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신은 너무나도 불공평했다.

우리같이 힘없는 사람이 1000의 노력을 해야 이룰 수 있는 결과를 금수저를 물고 태어 난 녀석들은 단 10의 노력만으로도 이뤄내는 그러한 결과…

그렇게 나는 잔인하고도 냉혹한 현실 속에서 이리저리 치여가며

인생에 패배했다…


그마저도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직업군인으로써 달마다 돈을 받아오며 연명을 해왔지만,
이제 그마저도 진급을 하지 못하면 퇴출을 당할 위기에 놓여있다.

이렇게 인생의 적신호를 맞이하고 있지만…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미 나의 몸은 술과 담배가 잘근잘근 갉아 먹어 치명적인 지병을 앓고 있고 놀음은 나의 통장 잔고의 금액을 순식간에 0원으로 만들어 버린지 오래이기 때문에 말이다.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 것 같다….

어차피 이제 혼자 남은 인생…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에

친구는 나에게 무시무시한 제안을 했다.

그건 바로… 말로만 들어 왔던 ’인신매매’…





“그러니깐…정욱아 니가 좀 괜찮고 싱싱한 애들 외박으로 한 3명 정도만 빼봐”

“누구든 상관없긴 한데, 웬만하면 집이 멀고 편부나 편모 인 애들로 말이야”

“그래야 일이 끝난 후 뒷처리가 편하고 위험부담이 적어”

“어차피 이번 일 크게 한 건 성공하면 해외로 뜰 거라 상관은 없지만, 이왕 하는거 안전한게 좋잖아, 안그래?”


사실 처음엔 친구녀석이 이런 제안을 했을 때 나는 무섭고 도망치고 싶었다.

내가 그 동안 알고 지내오 던 녀석이 아니었기 때문에 말이다... 그 녀석을 볼 때엔 마치 지옥에서 튀어 나 온 악마와도 같았다.



하지만..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 악마 같은 친구녀석과 인신매매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쪽 세계에 빠져들고 말았다.


친구 녀석이 사는 세계는 내가 사는 세계와 달랐다.

그곳은 아주 깊은 심연 속… , 보통 인간은 절대로 느낄 수도 볼 수도 없는 더럽고 추악한 곳..
한 때는 내가 아주 혐오했던 곳…


하지만 이젠 그런 심연 속에서 빨려 들어가 나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8월… 무더운 여름에서부터 계획을 시작한 우리의 게임은 계절을 두 번이나 지나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고서야 실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긴장되고 설렌다… 인간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게임이라니 말이다.

사실 돈은 어찌됐든 상관없다. 그냥 이 재밌는 게임을 즐기고 영상으로 남기고 추억하고 싶다.
나만의 소중한 보물로…





콧속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냉기가 아직까지는 내가 인간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2014년의 겨울

12월…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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