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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항아리

title: 하트햄찌녀2019.08.26 11:00조회 수 2304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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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촌의 오피스텔에 이사를 와 독립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의 나는 처음으로 갖게된 나만의 집을 나의 취향대로 꾸미고 싶어했고 평소 오컬트적인 것과 골동품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여기저기서 장식을 위한 아이템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벽에는 탈과 가면들이 장식되었고 조금 어두운 분위기의 그림도 한개 걸어 놓았다. 그리고 나서 나는 조금 부족한 것을 느꼈고 나는 어느 골동품 가게에서 기묘한 무늬의 항아리를 하나 구입하게 되었다.


항아리에 새겨진 그 무늬는 매우 독특했다. 마치 사람같기도 하고 문자같기도 했으며 단지 그저 곡선의 이어짐 같이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 항아리를 가면들이 걸린 벽 앞에 두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항아리를 가져다 놓고 다음날 아침 나는 벽에 걸어두었던 아프리카 원주민 전통의 가면이 떨어져 부숴진 것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 가면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기 때문에 굉장히 아쉬웠으나 이미 부숴져 버린 것은 어쩔 방도가 없었고 결국 부숴진 가면은 쓰레기통에 담기게 되었다.


그이후로도 내 장식품 가면들은 하나 둘씩 날이 갈수록 벽에서 떨어져 부숴져 버렸고 결국 탈과 가면들은 모조리 버려지게 되었다.


가면들이 모조리 다 떨어졌을 때까지도 나는 그것이 항아리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던 내가 항아리를 의심하게 된 것은 비가오며 천둥이 심하게 치던 날이었다.


그 날 나는 비 때문에 집에 조금 늦게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집의 문을 여는 순간 번개가 내려치며 불꺼진 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리고 나는 그 찰나의 순간 볼 수 있었다.


항아리가 있던 자리의 벽에 셀 수도 없이 많은 붉은 손바닥 자국이 찍혀있는 것을


그 손바닥 자국들은 번개 때문에 순간 밝아졌던 방안이 다시 어둠에 잠기자 함께 사라져 버렸고 내가 방의 불을 켰을 때는 벽에 그 어떤 자국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내가 헛것을 보았나 싶었으나 왠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인터넷에 항아리의 사진을 올려보기로했다.


나는 항아리의 사진을 내가 자주가던 커뮤니티의 공포 심령 게시판에 올리고 심령 전문가나 무속인이 있으면 좀 보아달라고 게시해 놓았다.


사진을 게시하고 한시간동안은 조회수만 올라가고 댓글은 쓸데없이 '항아리가 멋있네요'라던가 '조금 소름끼친다'정도의 댓글만이 달렸다.


나는 조금 답답한 마음에 일단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그때는 내가 원하던 댓글이 달려있었다.


-저거 어디서 났냐?

-작성자야 저거 좀 위험해 보이는데...저기 항아리안에 뭔 사람이 들어있는거 같다.

-저 항아리에서 손이 나와서 벽을 더듬는거 같은데 댓글 보면 쪽지해라


나는 그 댓글을 읽는데 소름이 등골을 타고흐르며 순간적으로 방안의 공기가 차갑게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그 댓글을 단 사람에게 쪽지를 날려보았다.


-저 항아리 사진 작성자인데요

-야 그거 당장 버려라!

-그정도로 심각한가요...?

-ㅁㅊ 지금 껏 집에 이상한 일 없었냐? 벽에 손자국 보니까 점점 높이가 올라가던데 조만간 튀어 나올거같다.

-손자국이요?

-너는 안보이냐? 지금 피뭍은거 같은 빨간 손자국이 저 항아리 있는 벽쪽에 개 많다.


나는 인터넷상의 쪽지로 나눈 대화를 통해 내가 들어오면서 보았던 붉은 손자국이 잘못 본 것이 아님을 깨닳았다. 내가 잠시 충격에 멍하니 있는 동안에도 쪽지는 계속해서 날아왔다.


-야 저 항아리 당장 가져다 버려라

-아니다 깨트려

-아니 태워라 아 ㅅㅂ 항아리는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는데 암튼 집에 두지마


나는 댓글이 아니더라도 항아리를 더이상 집에 둘 용기가 없었고 사실 들고 가서 버리기도 무서웠지만 집에 두는 것은 더욱 무서웠다.


때문에 나는 항아리를 잡고 집을 나섰다. 막상 항아리를 들고 나왔으나 나는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때문에 동네를 돌며 이 항아리를 버릴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빗발이 점점 심해지고 결국 내가 아무데나 버려야 겠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번쩍


소리도 없이 번개가 내려치며 순간 시야가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나는 항아리에서 튀어 나온 붉은 손이 내 몸을 더듬으며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헉!"


너무 놀란 나는 항아리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떨어지는 항아리의 주둥이에서 손을 뻗고 있는 창백한 꼬마 아이를 본 순간 천둥소리가 뒤늦게 들렸다.

땅에 떨어진 항아리는 산산히 부숴진채 박살이 나 버렸고 나는 두려움에 덜덜 떨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나는 집의 벽지로 모조리 새것으로 바꾸었고 오컬트나 골동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끊게 되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별다른 이상 없이 살고 있다.


그런데 비가 왔던 어제 나는 번개가 치는 순간 집의 문 앞에 셀 수도 없이 찍혀 있는 붉은 손 자국을 보았다.


아무래도 이사를 가야할 것 같다.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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