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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경남 해동 물귀신

클라우드92019.08.27 17:11조회 수 2766추천 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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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으로는 초등학교 2학년 때니까 아마도 18~9년 전 이야기겠네요. 경남 김해 대동이란 곳에서 살았습니다. 나름 촌구석에 속하는 터라 5~6km 정도 되는 거리를 고학년(6학년) 형들이 인솔자가 되어 논 밭 시골길을 거쳐 등하교를 했습니다.

어느 날, 평상시와 다름없이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그날 수업에서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서 나머지 수업을 받았습니다. 같은 동네친구들은 먼저 하교를 하고 저를 포함한 몇몇 친구들과 같이 구구단을 외우기 위해 나머지 공부를 했습니다.

다 끝났을 때는 이미 해가 어느 정도 기울어지고 있었습니다.

혼자 하굣길에 올라 시원한 바람과 함께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룰루랄라 논 밭 시골길을 거쳐 귀가하고 있었죠. 아직 저물지 않은 태양 때문인지, 더운 날씨에 땅이 식지 않아서인지 눈앞에 아지랑이가 올라옵니다.

간혹 무더운 여름날 보이던 아지랑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 그리고 좀 많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대략 100m 정도 갔을까…….

눈앞에 보이는 다리 아래 뭔가가 보입니다.

참고로 제가 살던 동네의 등하굣길은 낙동강과 양쪽 하굿둑의 형상을 마치 축소시켜 놓은 것처럼 유사합니다. 대략 1/10 정도 크기로, 강폭은 약 15미터 정도며, 2단짜리 둑이 있습니다. 강 깊이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종종 익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깊었던 것 같네요.

여하튼 다리 밑으로 뭔가 보였습니다.
흰색인데 움직이고 있었죠.
집에 가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곳이라 계속 그걸 바라보면 걸었습니다.

점점 그 형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다리아래에서, 움직이던 그 형체가 눈에 들어왔을 때 머리와 온몸의 털이 곤두섰습니다.

어찌해야 할까!? 도망갈까!? 뛰어서 통과를 해볼까!?

이런 생각을 우선해야 할 텐데, 그냥 저는 한발자국 점점 그 형체에 가깝게 갈뿐이었습니다. 이제는 눈앞에서 그 형체의 모습이 다 담겨졌습니다.

하얀 소복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마르지 않은 검고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강물과 둑의 1단 부분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습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구나…….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온몸이 떨려 뛸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도망치긴 커녕,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한발자국씩 그 형체에게 가깝게 다가만 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제 의지인양.

점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와 가까워집니다.

이제는 얼굴의 형체가 어느 정도 자세히 보일 수 있는 거리지만, 여전히 눈과 코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으로 인해서 눈과 코가 가려진 것인지 아니면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는 보입니다.
진한 화장을 한 그 붉은 입술이 보였습니다.
굳게 다문 입술……. 아주 빨간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강렬한 입술…….

이제는 손만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까워졌습니다. 저의 온몸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된 것 같고, 마치 가위에 눌린 마냥 움직이기도 어렵습니다. 이제 그 형체는 움직이던 방향을 틀어 저에게 한발자국 옵니다.

굳게 다물었던, 무척이나 빨간 그 입술이 왼쪽위로 치우치며, 마치 어서 오라는것처럼 보였습니다.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한발을 더 내딛는 그 순간,
귓가에 누군가가 이러더군요.

"야이야, 너 여서 머하노? 퍼뜩 가라~ 퍼뜩."

그러시고는 제 손을 잡고 둑 위(2단)로 올려주시더군요 펑퍼짐한 몸빼 바지를 입으시고 머리에는 새참용 대야를 이신 아주머니께서 저를 구해 주셨습니다.

아주머니께서 둑의 1단 (제가 있던 곳)에서 하얀 소복을 입고 있던 여자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를 보고 마치 어서 가라는 듯, 손짓하셨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달렸습니다. 몸이 제 의지대로 움직이더군요. 그런데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앞에 있는 다리를 건너는 것이 무섭더군요. 그래서 다시 아주머니에게 같이 가달라 말하려고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불과 10초도 안 되는 순간이었는데,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도, 아주머니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 뒤로는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신발이 벗겨지는지도 모르고 달렸던 모양입니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그 아주머니를 동네서 뵌 적이 없던 분이었습니다. 작은 동네라 누가 어디 사는지 다 아는 형편인데.. 누구신지도 모르지만, 지금도 그 아주머니 덕분에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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