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단편

분재

클라우드92019.09.06 16:02조회 수 903댓글 0

    • 글자 크기


우리집 근처에는 낡은 집이 하나 있어서,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작년까지 살아계셨지만, 할아버지는 15년 전,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생전에는 말 그대로 호랑이 할아버지로 유명한 분이셨습니다.

 

하필 그 집 앞에 공터가 있어서 야구나 축구를 하다가 공이 그 집에 들어가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이 놈들!]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혼을 내곤 하셨습니다.

내가 4학년 때의 일입니다.

 

상으로 받았던가 하는 이유로 할아버지가 무척 아끼던 분재를 축구공으로 세게 차서 부러트린 적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너무나 큰 쇼크를 받았던 탓인지 화를 내기는 커녕 드러누워버렸습니다.

부모님도 놀라서 온 가족이 다 같이 사과를 하러 갔습니다.

 

그 때 봤던 할아버지는 평소의 호랑이 할아버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생기가 없이 쓸쓸한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어린 나이였지만 죄책감에 가득 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후 한동안 와병 생활에 들어가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 우리들은 그 공터에서는 공놀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러진 분재가 계속 마음에 걸렸고, 할아버지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에 무엇인가 할아버지가 만족할만한 것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용돈을 모아 분재를 사서, 할아버지에게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의 용돈이라고 해봐야 그리 많은 것도 아니어서, 우리들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5명이 2만엔 정도 밖에 모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분재 하나 정도라면 상으로 받은 분재만큼 좋은 것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을 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초등학생인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일이기에 가까운 분재원에서 아저씨에게 부탁해 대신 구입했습니다.

 


우리는 다같이 분재를 가지고 할아버지의 집을 찾았지만, 할아버지는 아직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셔서 할머니에게 분재를 맡기고 왔습니다.

우리는 할아버지가 분재를 받아줄까 걱정했지만, 며칠 뒤 밖에서 집 뜰을 보니 다른 분재와 함께 우리가 가져간 분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복한 할아버지가 거기에 정성스레 물을 주는 것이 보여, 우리는 모두 안심했던 것입니다.

 

그 이후 당분간 우리들은 그 집에 가까이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 할아버지가 폐렴으로 돌아가셔서 우리는 조문을 가게 되었습니다.

간 김에 우리는 할머니에게 허락을 받고 분재가 놓여있는 뜰에 들어갔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개월 정도 지났고, 허리가 아픈 탓에 할머니는 뜰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어서 분재는 모두 조금씩 말라 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져왔던 분재가 어디 있는지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한 명이 [어!]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달려가보니 큰 분재의 그늘에 마치 숨겨 놓은 것처럼 우리가 가져왔던 분재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우리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것처럼 멈춰서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그 때 받은 충격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분재의 나뭇가지에, 우리들의 성씨가 난잡하게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수십개의 못이 깊게 박혀 있었습니다.



    • 글자 크기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4190 실화 PC방 알바를 하면서1 여고생 1656 1
4189 실화 미아리 사건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1656 1
4188 단편 버스 안에서 title: 토낑도나짜응 1657 0
4187 실화 일본의 고양이 귀신 '네코마타'3 title: 잉여킹아리수드라 1657 1
4186 실화 할머니 누구세요?4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1657 4
4185 실화 열대어 꿈3 금강촹퐈 1658 2
4184 실화 천기누설2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658 1
4183 실화 인어 여고생너무해ᕙ(•̀‸•́‶)ᕗ 1658 0
4182 실화 상주에서 생긴 일 여고생너무해ᕙ(•̀‸•́‶)ᕗ 1658 0
4181 미스테리 실제로 타임슬립한 시간여행자.jpg5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1658 2
4180 기묘한 김군의 믿거나 말거나 -54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659 2
4179 실화 아무에게도 하지않던 제실화를 꺼내볼까 합니다..2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 1659 1
4178 실화 길에서 돈 줍지 마1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1659 4
4177 실화 여자고등학교 무서웠던 선생들 썰1 title: 다이아10개나의라임오지는나무 1659 1
4176 실화 지리산의 공비귀신1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1660 1
4175 사건/사고 펌)교통사고를 당한 가족4 title: 토낑도나짜응 1660 1
4174 실화 미칠듯이 궁금해서 혼숨해봤어요 내아이디는강남미친년 1660 0
4173 사건/사고 대한민국 최악의 무단횡단사고5 클라우드9 1660 2
4172 사건/사고 국내 연쇄 살인범/흉악범 모음1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661 1
4171 미스테리 영국 지하철 실종사건 ㄷㄷ 3 미소테리 1661 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