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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한국 전통 문화 대학교

한량이2019.09.24 15:33조회 수 4552추천 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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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년 전, 제가 입학했던 학교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입니다.

2000년에 개교한, 문화재청 산하의 4년제 특수목적 대학교구요, 초기의 명칭은 국립 한국전통문화학교로 교육부 소속이 아니기에 대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1년에 6개 학과 140명만 선발하기 때문에 총원은 140명X4년=560명이지만, 군대 등 사유의 휴학생을 빼고 나면 교수님 및 교직원 포함해서 500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은 백제역사 재현단지가 운영되면서 부여에도 관광객이 늘어났지만 제가 입학했던 2003년만 하더라도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였습니다. 학교도 부여 읍내에서 백마강 (금강)을 건너야 하는 외지에 있어서 근처에 자취나 하숙 시설도 없었고요. 때문에 거의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남자 기숙사 2개 건물(다동과 라동), 여자 기숙사 2개 건물(가동과 나동)이 있었는데, 4인실로 구성된 가동과 다동은 남쪽에 있어서 양기가 충만한데 비해 2인실인 나동과 라동은 그늘지고 좀 음침한 곳이었죠.

당시 친구 방은 빛이 좀 덜 들어오던 라동 104호였는데 내부엔 2층 침대 하나와 책상 및 책장 등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저흰 아직 1학년이었고 선배들이 주로 침대의 1층을 썼기 때문에 당연히 그 친구도 그 큰 덩치를 끌고 침대 2층으로 올라가서 자고 있었지요. 그런데 뭔가 써늘한 기분을 느낀 친구가 눈을 뜨니 자기 눈앞에 어린 여자아이가 침대 난간을 밟고 서 있더랍니다.

앞뒤로 가볍게 흔들~ 흔들~ 거리면서…….


2.
그 뿐만 아니었습니다. 다동 기숙사 1층에서 3층까지 경사진 계단이 직선으로 죽 이어지는 구조라서 1층에서 올려다보면 3층까지 보입니다.

그런데 가끔 1층에서 보는 3층엔 한밤중에 어린아이가 돌아다니는 게 보인다고 합니다. 3층에 올라와 보면 어린이는 보이지 않는데, 따로 출구가 없기니 와 기숙사에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어린아이가 들어올 일이 없습니다.


3.
이번엔 제가 2008년에 공익을 마치고 복학한 후 사용했던 다동 108호 이야기입니다.

복학해보니 이제 2학년 올라갈 후배 하나, 그리고 새로 입학한 1학년 후배와 함께 다동 1층의 4인실인 108호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여기는 4인실이라 나동과 라동보다 넓고, 햇빛도 환하게 잘 들어오는 방이지요. 묘한 것은 방을 배정받고 들어가 보니 베란다 쪽으로 2층 침대가 두개 놓여 있는데, 그 중 하나에 은박지로 코팅된 돗자리가 깔려 있더군요.

저는 후배들에게 먼저 침대 선택권을 줬었고, 그 결과 남은 자리였던 그 은박지가 깔린 자리를 제가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학교나 그렇겠지만 건축학과는 도면 그리고 설계하고 그러다보면 잠을 못자는 편입니다. 저 역시 거의 토요일 하루만 기숙사에서 등 대고 잤었고 나머지는 설계실이나 캐드실에서 앉아서 조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학기 중반쯤 되었을까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간만에 애들과 맥주 한잔 해야지 싶어서 치맥을 사들고 몰래 들어갔습니다. (술 반입하다 걸리면 벌점, 벌점 쌓이면 기숙사 퇴사입니다.)

들어가서 룸메이트 동생들이랑 한잔 마시고 자려고 누웠는데 그 은박지 돗자리가 바스락 거리는데다 땀이 나서 등에 달라붙는 느낌이 나더군요. 에이~ 이거 치워버려야지 하고 걷어내는데 1학년 후배가 말하길,

"형! 다른 선배들한테 들었는데 그 자리 귀신 나오는 자리래요! 저 얼마 전에 침대 2층 올라가기 귀찮아서 형 자리에서 잤는데 배가 아파서 깨보니까 귀신들이 제 배위에서 반상회 하고 있었어요! 그 돗자리도 수맥 막으려고 쳐놓은 거래요."
"……."

이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110kg 나가던 녀석 배통 위에서 반상회를 했다는데……. 다행히도 저는 체질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위 한 번 안 눌리고 그 방을 1년간 잘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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