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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한기

형슈뉴2015.06.15 13:01조회 수 621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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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습니다.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몸살 때문에 학교를 빠지는 날도 종종 있었습니다.
제가 학교를 빠지는 날이면 어머니께선 늘 안방과 제방을 왔다 갔다 하시며 저를 챙겨주셨습니다.

당시 제가 살았던 집은 꽤나 오래 전에 지어진 집으로 ㄱ자 형태로 되어 방과 방 사이가 조금 먼 구조입니다. 그래서인지 보온이 잘 되지 않아 방마다 한기가 도는 일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집 옆에는 사용하지 않은 방앗간이 있는데, 방앗간이 저희 집보다 커서 햇빛을 가리는 일이 많아 저희 집은 늘 어두컴컴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환경이 저의 건강 상태를 더 악화시켰을지도 모릅니다.

그 날도 몸이 좋지 않아 학교를 빠지고 누워 있었습니다.
약 기운에 비몽사몽한 저는 손가락 하나도 까닥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어머니께서 저희 방에 뭘 가지러 가는 것이려니 하고 가만히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숙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느낌…….

약 기운에 반 쯤 덮인 눈을 뜨며 어머니를 봤습니다.
어, 어머니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낯선 여자였습니다.
(하의가 치마라서 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낯선 여자라고 말하기가 애매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여자는 반 쯤 토막 난 얼굴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려 옷을 적시며 저희 집을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전 처음 느끼는 공포에 저는 소리를 질렀지만 구토로 인한 것인지 가위에 눌린 건지 입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었습니다.

방 안으로 돌아다니던 그녀는 제 시선을 알아챈 것처럼 이윽고 저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방 안은 그녀에게서 떨어진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녀가 점점 다가오지만, 저는 공포에 질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눈을 질끈 감아 그녀의 존재를 애써 부정할 뿐이었습니다.

"**야 병원가자."

이윽고 들린 친숙한 목소리.
어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눈을 뜨니 제 앞에 어머니께서 계셨습니다.
시장을 다녀오시느라 집을 비우신 것입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일어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머니께서 제가 학교를 가지 않은 날에 늘 간호하신 게 아니셨다고 합니다.
제가 눕는 일이 자주 있는 터라 큰 걱정하지 않고 외출하신 적이 더 많다고 하십니다.(이런…….)

그렇다면 제가 누워있을 때마다 본 어머니는 혹시 그녀가 아니었을까? 
친숙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그 느낌…….

그 일이 계기가 된 건 아니지만, 나중에 저희 집은 이사를 갔습니다. 
아무래도 방앗간이 저희 집의 햇빛을 너무 가려서 말입니다.

다행인 건 이사 간 후로는 제가 건강해진 것입니다.
지금은 흔한 감기도 안 걸리고 잘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느낀 그 한기는 조금 다른 느낌의 한기가 아니였난 싶습니다.

아, 이 이야기를 말씀드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저희 집 옆의 큰 방앗간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방앗간에서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래 전에 방앗간의 쌀가루 빻는 기계에 일하시는 여자 분의 머리가 끼는 큰 사고가 있었는데, 긴 머리가 빨려 들어가면서 머리 가죽이 벗겨져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투고] 트리스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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