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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야간경계근무

형슈뉴2015.06.15 13:05조회 수 1027추천 수 1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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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귀신을 믿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태까지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2004년 2월, 저는 훈련소에 입소하였습니다.

처음엔 적응하지 못해 힘들다는 생각과 나완 맞지 않는 곳 같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며칠이 지나자, 현실을 수용하고 훈련소 생활을 나름대로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경계근무는 일반 병사들이 하지만, 훈련소에서 훈련병도 순서대로 일반병사와 짝을 지어 야간 경계근무를 서곤 합니다.

제가 야간경계근무를 서게 된 날, 저는 부대 뒷산에 있는 외곽초소로 배속되었습니다. 
그날 암구호는 "매미-나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함께 근무를 서는 일반병사는 전역이 두 달 남은 병장이었습니다.
병장은 초소 안에 앉아 부대를 바라보고 있고, 저는 초소 밖에서 산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근무를 서는 동안 그 병장은 자랑하듯, 자신의 군 생활 이야기를 해줘서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이야기도 떨어져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산등성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새벽 두시.
어둠 속에서 보이는 건 흑백의 음영으로 비치는 수풀과 나무들 뿐.

그런데.
갑자기…….
정말 갑자기…….

검은 그림자를 한 나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바람에 날린다고 생각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나무들이 작은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열 살 정도의 아이의 그림자들이 제 시야에 하나 둘 씩 늘어만 갔습니다.

저는 턱 하고 숨이 막혔습니다.
고개를 돌려 초소 안을 보니 병장은 졸고 있었습니다.

다시 산등성이를 보니 그 아이 형체의 그림자들은 강강술래를 하듯 손에 손을 쥐고 있었고,
점차 산등성이를 내려왔습니다.

귓가를 때리는 매서운 겨울바람 소리에 목소리가 실려 왔습니다.

"이리와……. 이리와……. 이리와……."
"이리와……. 이리와……. 이리와……."


산등성이를 내려오는 검은 그림자들.
저는 M-16총을 든 채로 이 혼란스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터질 것 같은 심장소리만 느끼고 있었습니다.

"매미! 매미!"

갑자기 초소 뒤에서 암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순찰을 온 장교를 향해 병장이 암구호를 묻고 있었습니다.

장교가 지나간 후, 병장이 말했습니다.

"신병이 그렇게 얼빠져 있으면 어떻게 해! 난 곧 전역하니까 괜찮지만, 신병이 그러면 욕 제대로 먹을 거야. 정말 걱정돼."

변명처럼 저는 제가 본 것을 이야기했는데, 이야기를 들은 병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서 근무를 설 때 하지 말아야 될 게 있어."
"뭡니까?"

"절대 한 군데만 봐선 안 돼."

특히 야간처럼 시야가 흐려질 때 한 곳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동공이 흔들려서 보이는 물체들이 제멋대로 살아서 움직인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일리 있는 해석이라 생각하고 납득했습니다.
어차피 귀신을 안 믿던 저에게는 당황스러운 기억보다,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제가 들었던 소리는 어디에서 울려 퍼진 소리인지…….

"이리와……. 이리와……. 이리와……."
"이리와……. 이리와……. 이리와……."


[투고] feveriot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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