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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영천 은해사 정자

클라우드92019.10.24 14:36조회 수 1192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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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여름에 겪은 일입니다.

영천 은해사 위로 올라가다보면 백운암과 운부암이 갈라지는 길이 있습니다.
거기서 백운암 방향으로 100미터 정도 걸어가면 야영장 같은 공터가 있는데, 정자가 한 채 있습니다. 지금부터 말씀 드릴 이야기는 그 정자에서 겪은 일입니다.

서울에서 여자친구 친구 커플이 대구로 놀러왔습니다.
그 전부터 자주 만나서 잘 알고 있는 친한 커플이었는데, 대구로 오는 건 처음이라 고심하다가 은해사 주변의 깨끗한 경치와 반딧불을 보여주고 싶어서 은해사로 야영을 갔습니다.

낮에 출발했는데 은해사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져서 어슴푸레했습니다.
랜턴을 비추면서 올라갔는데도 잘 보이지 않아 겨우 공터를 찾을 수 있었고, 정자 위에 4인용 텐트를 쳤더니 크지도, 작지도 않아 적절한 크기였습니다.

늦은 저녁밥을 지어먹고 반딧불도 구경하면서 술을 마시다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온 여자친구 친구 커플이 누워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누워서 조용하게 몇 마디 주고받더니 여자가 훌쩍훌쩍 조용히 울었습니다. 저희는 중간에 끼는 것도 어색하여 자는 척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쁜 놈……. 흑, 흑…… 헉~~~ 헉~~~ (호흡이 점점 가빠지더니) 컥!"

숨을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깜짝 놀라 여자의 손목 맥부터 살펴봤습니다.
다행히 맥은 계속 뛰고 있었지만, 숨 쉬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숨을 쉬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푸우~~~'

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는 잠자듯 눈을 감고 있는 여자가 웃습니다.

'후후후후…….'
'후후후후…….'
'후후후후…….'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밖에 누가 있어…….'

싸늘해진 텐트 안.
누구도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 순간,

'덜그럭!'

설거지해서 텐트 앞에 쌓아놓은 코펠이 넘어지는 소리였습니다.
평소 여자친구는 놀랄 때 마다 꺅 하고 비명소리를 지르는데, 얼마나 놀랐던지 소리도 못 지르고 다들 입만 벌린 상태로 얼어붙었습니다.

정신을 그나마 먼저 차린 제가 랜턴을 한 손에 쥐고 텐트를 확 열었으나, 텐트 앞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이윽고 여자는 부스스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까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겁이 많아서 혼자 소변 보러가지도 못했는데, 불빛 하나 없는 산중에 깔깔 웃으면서 혼자서 돌아다니는 겁니다. 무서워서 누구도 따라가지 못했고 내가 겨우 따라 나가서 동이 틀 때쯤에 데리고 와서 텐트에 재웠습니다.

그 다음날.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다른 분들께 했었는데, 빙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그 여자 분이 술 마시다가 무서워서 혼자 못 간다고 제 여친과 함께 소변을 보러갔었는데, 그 때 소변을 보다가 빙의되었을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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