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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심심해서 쓰는, 배타면서 겪은 자1살썰

클라우드92019.10.24 14:40조회 수 3168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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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바다사나이의 인생을 시작했던 2002년 여름이었음.

 

한창 월드컵에 열기로 대한민국이 뜨거울 때 난 인도양을 떠돌아 다녔음 ㅎㅎ

 

보통 일반 선박은 갑판부와 기관부로 나뉨.

 

거기에 갑판사관 갑판부원 / 기관사관 기관부원으로 나뉨.

 

난 초임 갑판사관으로 실습항해사라는 직책을 부여받고 x뺑이 까고 있었음. 

 

(실습항해사-3등항해사-2등항해사-1등항해사-선장 순서임)

 

 

 

사설은 접어두고, 선교에서 1등항해사의 당직인(AM0400~0800) 시간에 공부도 할 겸 같이 당직을 서고, 

 

당직 중 잠이 너무 쏟아져서 순찰 겸 배를 한 바퀴 돌았음. 

 

그 때가 0500시 조금 넘었을 때로 기억함. 

 

갑자기 일항사의 무전이 와서 쿵!하는 소리가 났다고 한번 내려가보라는 거임. 

 

그 때 우리 배 꼭대기부터 밑에까지  총 7층이었음.

 

 

 

"하...X바 도대체 어디서 소리가 났다는 거여.."

 

 

 

하면서 궁시렁 궁시렁 대면서 밖에 나가서 바람이나 쐬고 있었음.

 

근데 그때..... 데크상에 사람같은 형상이 누워있는 게 보였음. 

 

(엎어져 있었음. 차렷자세에서 오른쪽 뺨을 바닥에 대고 손등이 바닥으로 향하게)

 

보통 야간항해시 선박은 절대암흑 상태를 유지해야 함. (항해등만 점등)

 

근데 사람 눈이 야간에 적응된 상태에서 보니까 되게 오싹했음.

 

그래서 천천히 다가가보니까 사람이 쓰러져있는 거임.

 

깜놀해서 어깨 흔들러 가보니 2등 기관사 형님이 쓰러져가지고 머리통이 움푹 들어가있는 거임. 

 

그러면서 입에서 울쿽울컥우럼ㄴ어 소리가...ㅡㅡ;;

 

진짜 심장마비오는 줄 알았음.

 

 

 

놀래가지고 어버버버 어버버버...하다가 무전기에 대고 소리 질렀더니  일항사가 데크 라이트를 퐉! 켜니 모든 게 보였음...

 

다행히 피가 퐉!하고 터진 건 아닌데 입에서 피가 왈콱 왈콱.. 숨은 붙어있는 듯 ㅠㅠ 딱봐도 추락....

 

그랬더니 위에서 일항사도 봤는지 선내방송으로 전선원 집합해서 상태 확인하고 응급처치하려 했더니.. 이미 늦었음..

 

그 때 울쿽울쿽하면서 나랑 마주쳤던 그 형님의 눈빛이 잊혀지질 않음..

 

 

집안이 어려워 배를 탔는데 위로 하나 있는 형님이 법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음.

 

덕분에 본인이 배타서 번 돈 몽땅 형님 뒷바라지하는 걸로 다 들어갔음...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는데.. 결국 그런 선택을 해버림..

 

사람 정말 좋았는데 너무 안타까움.... 

 

 

근데 알고보니 본인 침실에서 1차적으로 동맥을 그었던 거임.

 

본인 침실에 가보니 방전체에 피비린내가...

 

동맥을 한 번 그어서 잘 안됐던지 몇 번 그었고... 

 

빨리 피를 빼서 죽으려고 수건에 미지근한 물까지 적셔서 옆에 챙겨놓은 것 같음..

 

근데도 그게 실패가 되었고 손목에서 피가 질질 흘리면서 밖에 나가서 뛰어내렸던 것 같음..

 

근데 불행히 바다에 떨어지지 않았고 밑에 갑판으로 떨어져버린 것 같음..

 

 

휴우... 불쌍한 형님 머리통 찌그러져서 쳐다보던 눈빛이... 무섭다기보다는 되게 불쌍해 보였음.... 

 

부디 좋은곳 가셨길 바람.

 

 

그리하여 일단은 사건현장 등등 사진으로 남기고 시체는 부식창고(냉동실) 보관.

 

육지 도착까지 3교대식으로 한명씩 번갈아가며 냉동실 앞에서 보초를 섰음.

 

향 피워두고 한 명씩 보초를 섰는데 어찌나 오싹하던지... 

 

결국 육지에 무사히 도착했고 이미 선장과 선주사(본사)는 얘기가 끝났는지 육상 검역 직원들에게 시체 인도하고 이번 사고는 마무리가 되었음.

 

향후 한국 입국시 경찰조사를 대충 받았지만 유서와 자1살동기가 너무 뚜렷했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음.

 

배를 십여년 타는 동안 사람죽는 거 4번 정도 봤는데 어렸을 때여서 그런지 제일 기억에 남는 사고였음..

 

 

 

PS. 그 형님 침실을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해도 피비린내가 안 가셨음. 

 

다음 오신 분들도 오래 못 버티고 다들 하선(귀국)하심.

 

나중에 들었던 얘기지만 그 형님의 형님은 결국 법공부 포기하고 농사 짓고 있다고 함.... 

 

오랜만에 기억이 났더니 그 형님 이름도 기억이 안남... 

 

죄송합니다 형님 부디 그쪽에서는 좋아하시던 진주 실컷 드시고 편하게 쉬십쇼 형님..

 

 

 

출처 : 오유 ...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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