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게에 어울리는 글인지 자신이 음슴으로 음슴체
휴학 후 복학 전 시간이 약간 떠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물색하던 중
집에서 버스 한 번 갈아타면 도착할 거리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기로 함
여대생이 야간 편의점을 하기엔 약간 위험할 수도 있지만,
나름 얼굴에 자신도 있었고 (호신용 얼굴)
여긴 등산로 입구라 밤이 되면 손님도 없고 근처에 편의점 말고는 불빛도 없는데
대체 무슨 깡으로 그 알바를 했는 지.
지금 생각해보면 손님이 없어 편한 것과 나의 안전을 맞바꾼 정말 위험한 짓이었음
그래도, 100m 거리에 옆가게 고기써는 오빠3~4명이 기숙을 하는 방이 있어서 그 거 하나 믿고 알바를 시작함
편의점과 고기가게 사장이 동일해서 사장이 오빠들에게 나를 부탁해놓음
새벽에 너무 일찍 자지 말고 밤에 술도 좀 처먹으면서
(맥주만 허락하심, 다른 거 사가면 내가 사장에게 신고함ㅋㅋ)
편의점 자주 들락거리라고.
또 하나 다행인 건, 주변에 미군부대가 있어서 가끔씩 미군+카투사들이 들락거리거나
사복입은 군인들이 편의점 옆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해서 나름 든든
+ 여알바가 새벽에 일하니까 경찰분들이 순찰을 자주 와주셨음
취객이나 강도가 오기조차 너무 후미진 곳이라서ㅜ
진상없이 평온한 알바의 나날을 보내던 그 어느 날..
편의점 앞에 어떤 차가 급히 서더니 어떤 아주머니께서 헐레벌떡 뛰어오심
들어오자 마자
"문 잠가요!!!! 문 잠가줘요!!!!!!!!!!!!!!!!나 죽어요!!!!!!!!!!!!!"
하고 소리치며 들어옴
같은 여자고, 신발도 없이 꼴이 말이 아니길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해서 정말 재빨리 편의점 문을 잠금
무슨 일이냐고 괜찮으시냐고 가까이가서 물어보니,
블라우스 뒷 섶이 찢어져 있고, 머리도 산발.... 폭력의 흔적이 보여서 정말 핵멘붕..
"아...아주머니... 옷..옷이.. 옷 찢어지셨어요.."
그러자,
"야유.. 놀랬죠, 미안해요.. 여기 옷핀 있어요?"
하고 계산 후 옷을 추스리시려는데
뒷 목덜미 쪽이라 좀 헤매시길래 내가 해준다 하고
아주머니는 그냥 그대로 바닥에 앉으신 채로 내가 옷을 여며 주는데, 갑자기 막 눈물이 날라 하는 거임.
그 때 옷 여미고 있을 게 아니라
빨리 아줌마를 창고에 숨기고 경찰을 부르던가 오빠들 부르러 기숙방으로 뛰어 갔어야 했는데..
옷을 옷핀으로 추스린 후 30초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차량이 급정거..
아저씨가 씩씩거리면서 오더니 편의점 안의 아줌마를 보고 들어오려는데 문이 잠겨 있으니
나한테 문을 열라고 소리침
아줌마가, 문 열면 안된다고 경기를 일으키심
나: 죄송합니다 못열어요
아저씨: 안에 아줌마 남편이니까, 괜찮으니까 문 열어요
나: 안돼요!
몇 번의 부드러운 회유에도 내가 너무 단호히 안열어요!!!! 하니까
열어!!!!!!!!!!! 열어!!!!!!!! 이깟 문!!!! 부숴버린다!!! 열어!!!!!!
하고 막 소리지르길래,아줌마에게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말하니까
아들이 곧 올테니 경찰에 신고할 필요는 없고,
자기가 문 열어 달라고 하기 전까진 절대 문 열지 말아 주기만 하면 된다고 하길래
어리석고 우매한 나는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음
아저씨는 화를 내다 힘이 빠졌는지 분을 삭이는 표정으로 편의점에서 좀 떨어지심 (전화를 하는 듯..?)
아줌마랑 편의점 제일 구석에 숨어서 거의 부둥켜 안다시피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와중에 젊은 오빠가 도착
'아들이구나!!! 이제 아줌마도 나도 안전해지겠구나!!!' 함
"아주머니!!! 아들 왔어요!!!"
하니까, 바깥의 그 오빠가, 자기가 그 아줌마 아들 맞으니 문을 열라고 하는거임
내가 "문 열어도 돼요?" 하니, 아줌마가 안됀다고 소리침
???????
아들오면 가는 거 아녔어?
뭐지...??
"아들... 아니예요?"
하고 물어보니까 대답을 안함 그저 안절부절...
????????
이번엔 아저씨랑 젊은 오빠가 같이 문에 매달려서 회유 2차전
"엄마~ 나 왔으니까 이제 나와, 집에 가자!!!"
나: (아줌마를 쳐다봄)
아줌마: .. 경찰오면 나갈거야!!!
??? 경찰 신고하지 말람서요
근데 아줌마가 저 말을 하자
갑자기 젊은 오빠가 손잡이를 잡고 막 쿵쾅쿵쾅 덜컬덜컹 있는 힘껏 막 밀고 땡기고를 시전..
열어!!! 씨발 열어!!!! 열어!!! 나가자고!! 가자고!!!!!!!!!!!
얇은 유리문을 잡고 문이 부서져라 흔드니 진짜 부서질 것 같이 막 유리가 휘청거림..ㅜㅜ
저 문이 부서지면 아줌마를 지키지 못한다는 생각에 (나의 안위따윈 걱정도 안함.. 멍청한 나새끼....)
그 오빠보고 막
문 못 열어요!!! 하지 마세요!!!
하고 무서움의 악다구니를 쓰며 경찰에 울먹거리면서 신고함
난 계속
경찰에 신고했어요!!!!!!!!! 가세요!!!!! 하고 경찰 올 때까지 울먹거리며 소리 지름
경찰 아저씨 사이렌 켜고 날아오신 듯ㅜ
경찰이 와서 내가 신고자라서 상황 설명 드린 후 아줌마를 밖에 내보내고 상황을 지켜봤는데..
0. 경찰이 경찰서가게 아줌마보고 경찰차에 타라고 하니
아줌마가 이제 괜찮다며(뭐가 괜찮은거지?) 자기 차있으니 집에 가겠다고 함
1. 젊은 오빠가 나서며, 자기가 아들이니 어머니를 모시고 가겠다고 함
2. 경찰이 아줌마에게 "아들과 같이 가겠냐"고 물어봄
3. 아줌마 : 아니, 내 차가 있으니 내가 몰고 가겠음
4. 오빠 : 엄마 지금 놀랬으니까 내가 운전할게 내 차 타
5. 아줌마 : 내차 내가 몰고 가겠음 (오빠한테 대답한게 아니라, 경찰한테 대답함)
6. 경찰 : ㅇㅇ 그럼 집까지 차로 뒤 따라 가겠음
이렇게 차 4대가 한번에 쪼로록 빠져 나감
끝
.
.
.
.
이었으면 좋았을 걸
며칠 뒤 새벽에 단골 손님이 들러서 해준 말이 공포
"징녀씨 며칠 전에 무서운 일 있었죠?"
"??? 그걸 사장님이 어찌 아세요? 경찰 친구 있음? 가게 오빠들이 말해줌?"
"앞으로 또 그런 일 있으면, 문 잠그지 말고, 보호하려고 하지말고, 끼어 들지 말아요"
"?? 나닛?"
"징녀씨 큰일날 뻔한 거 내가 형님들한테 말 잘해놔서 다행인 줄 알아요"
.........형님??
그러하다
학기 복학으로 인해 알바가 얼마 안남아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산 근처에 하우스.. 도박장이 있다고 함. 꽤 큼.
쫒겨왔던 아줌마는 하우스에서 돈 날려서 잡혀 있다가 도망쳐서 나한테로 온 것이었다.
그 아줌마를 숨겨준, 그리고 경찰을 불러버린 내가 괘씸해서 조폭이 나한테 해꼬지를 하려다가,
내 단골 아저씨가 우연히 그 얘기를 듣고
아직 어린 민간 애기 건드려서 뭐 좋을 일 있냐고, 열심히 사는 착한 애기라고 보호해주신 거임..
(알바 여러분!!! 친절한 행동 하나 = 목숨 1UP)
그 얘기를 듣고 보니 기묘했던 그 상황이 아다리가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음
아저씨 = 중간 직급
젊은 오빠 = 아저씨 부하
아줌마가 "아들이 곧 온다" 는 말을 듣고 아저씨가 젊은 부하를 불러 냈던 것
아줌마도 도박하다 도망쳐 온 거라서 내가 경찰 부르기를 꺼려했다가
자기가 아줌마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젊은 오빠의 존재+유리문이 부서질 것 같으니까 그제서야 신고 하라고 했던 것
남편 못들어오게 경기를 일으키며 문을 열지 말라던 아줌마가, 왜 집으로 간다 했겠음?
도망친 곳이 집이 아니었던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은 남편도, 아들도 아니었던 것
가끔씩 화투패나 카드랑 편의점 커피, 담배를 쓸어가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친구들이랑 밤새 노시나보다.. 싶었던 그 아저씨가 실은 심부름꾼이었던 것.
어쩐지 술은 한 병도 안사가더라... 난 그냥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들인 줄 알았지..
사장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왜 말 안해줬냐고 하니까
편의점 알바가 경찰이랑 짜고 심부름꾼 신고해서 뒤 밟으면 도박장 들통나니까
신입 알바들한테 도박장에 대해 말 안해준다는 거임
가게와 가게 사람들(알바 포함) 안위를 위해서..
나는 곧 알바 그만 두니까, 그리고 그런 일 있었으니까 말해준 거라고............
세상에는..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덧,
새벽에 알바하면서 폐기먹는 바람에 포동포동 찌는 살을 빼보겠다며
혼자 스포츠댄스 추고 싯업, 팔굽혀펴기를 하는 미친 나의 몸짓을 보며
나의 쪽을 지켜주기 위해 그 날은 금주를 하셨다던 오빠들과...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씨씨티비 안보신다던 사장님..
감사했습니다.....
출처 : 오유 ... 순수^홍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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