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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필 무렵에 2

클라우드92019.12.17 16:18조회 수 592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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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몇 주간에 걸쳐 수색은 계속 되었지만, 사쿠라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매일 숲에 모여서 사쿠라를 찾았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어느 정도 마음의 각오는 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사쿠라의 시체를 찾는 게 아니라, 사쿠라를 찾는거야!] 라고 자신을 타이르며 계속 찾았다.


결국 사쿠라가 발견된 것은 다음해 봄, 벚꽃이 필 무렵에서야였다.


사쿠라는 숲의 출구 부근에서 뼈만 남은 채 발견되었다.




옷과 소지품을 확인한 결과 사쿠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숲 속은 빠짐없이 찾았는데 왜 진작 찾아내지 못했을까.


우리는 자책하면서 장례식에 참석했다.






사쿠라의 부모님은 우리를 전혀 탓하지 않고, 딸의 친한 친구로서 대해주셨다.


그것이 얼마나 괴롭고 어려운 일일지, 당시의 우리도 아플만큼 느끼고 있었다.


A가 사쿠라의 부모님에게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우리는 사전에 같이 정했던 부탁을 했다.







[혹시 사쿠라의 뼛조각을 나눠주실 수 있으십니까?]


사쿠라의 부모님은 어안이벙벙해져서 A를 바라본다.


[다섯명이 늘 같이 놀던 공원 벚꽃나무 아래에 사쿠라를 묻어주고 싶습니다.]








내가 말을 이었다.


[너희 기분은 알겠지만, 납골묘를 관리할 스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은데...]


부모님이 당황해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주지 스님이 [가족만 허락한다면 저희는 상관 없습니다.] 라고 허락해 주셨다.







우리는 장례식이 끝난 뒤 울면서 사쿠라의 일부를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 묻었다.


그 후 우리들은 진학, 취직 등 각자 다른 길을 걸었다.


나와 A는 대학에 갔고, B는 백수로 남았고, C는 취직을 했다.







서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 점차 사쿠라의 비참한 죽음은 마음 속에서 잊혀져 갔다.


그래도 무언가 기념할만한 날에는 공원을 찾아 그 벚꽃나무 아래 앉아서 사쿠라를 생각하며 말을 걸기도 했다.


제멋대로기는 해도 사쿠라와의 아름다운 추억만을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다음해 성인의 날.


오랜만에 4명이 다 모여서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옛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슬슬 취기가 올라올 무렵, C가 갑작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 사쿠라 만나러 갈까?]


A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너, 잘도 그런 소리를...]







당황해서 C가 해명한다.


[아니, 공원에 가보자는 거야!]


B는 그 때처럼 여전히 내켜하지 않았다.







[유, 유령이라도 되서 나오면 어떻게 해...] 라며 무서워하고 있었다.


C는 B의 등을 두드리며 [야, 사쿠라라면 귀신이라도 만나고 싶다!] 라고 웃었다.


C 나름대로 그 사건을 추모하고 싶어하는 거라고 여긴 나와 A는, 같이 공원에 가기로 했다.







네 명이 다같이 공원에 온 것은 사쿠라를 묻은 그 날 이후 처음이었다.


밤바람은 술로 데워진 몸을 가차없이 식힌다.


벚꽃나무 아래는 무척 추워서, 아직 봄은 멀었다는 생각만 든다.







[사쿠라, 만나고 싶다...]


C가 중얼거렸다.


[어릴 때부터 계속, 좋아했었는데...]








이어진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말하고 싶었었지만, 끝내 말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나도야.] 라고, A가, 그리고 내가 말한다.






마지막으로 B가 말하고, 우리는 누구 하나 먼저랄 것 없이 합장을 했다.


[으아아아악!]


그리고 그 순간, 그 날처럼 B가 소리쳤다.







벚꽃나무 뒤에서 사쿠라가 그 날 그 모습 그대로 천천히 나타난 것이었다.


그 날과 다른 것은, 분노에 가득 찬 표정과 몸 전체에 가득한 상처들뿐.


그리고 다리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파과의 혈흔이었다.







사쿠라는 천천히 우리들에게, 그 중에서도 B에게 다가간다.


B는 깜짝 놀라 기겁한 것인지,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나와 A, C는 가위에 눌린 것마냥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용서해 줘! 용서해 줘!]


B는 벌벌 떨면서 새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사쿠라는 B의 눈 앞까지 다가가더니, B 속에 비집고 들어가듯 슥 사라졌다.







순간 B가 무서운 기세로 구토를 시작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토한다.


피도 섞여 나오고 있었다.







다 토하고 나자 이번에는 말도 안 되는 모습으로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B의 입 안에서 피와 살점이 흘러나왔다.


그것이 혀와 입 안을 씹어 뱉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무렵, B의 몸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음소리를 내며 흰자를 치켜떴다.


간신히 B의 곁으로 달려간 우리 머리 위에서, [미안해.]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올려다 본 위에는 아름다웠던 모습 그대로의 사쿠라가 있었다.






희미하게 눈물을 머금은 채, 사쿠라는 사라졌다.


[사쿠라! 가지마!]


A가 소리쳤다.







C는 쓰러져 있는 B에게 달려가 정신을 잃은 B를 후려갈겼다.


[네가! 네가! 왜 그런 짓을!]


C는 울면서 B를 계속 때렸다.







나는 그것을 말릴 수조차 없었다.


B는 그 후 구급차로 후송되어 어떻게 목숨은 건졌지만, 입 안과 내장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광대뼈도 부러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정신에 이상이 있었기 때문에 상처가 회복된 후에도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C는 B가 입은 상처의 책임을 모두 지게 되어 상해죄로 체포되었지만, 취중에 일어난 가벼운 싸움으로 취급되어 벌금형으로 끝났다.


봄이 되고 나와 A는 다시 공원을 찾았다.


사쿠라는 무사히 천국에 갈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뒤에서 A가 말했다.


[사쿠라는 강했어... 그 날 무덤 뒤에서 여자가 나왔을 때, 나도 무서워서 도망치고 말았지만, 그 와중에 문득 뒤를 돌아봤다가 봤거든. 사쿠라가 뒤늦게 겁에 질려 도망치던 B를 기다리고 있던 걸... 그런데도 B 그 자식은 사쿠라를...]


A의 목소리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슬픔과 허무함이 배어있었다.







나는 벚꽃나무에 손을 모아 빌었다.


부디 사쿠라가 천국에서는 행복하기를.


해마다 벚꽃이 필 무렵이면, 환하게 웃던 사쿠라의 모습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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