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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필 무렵에

클라우드92019.12.17 16:18조회 수 864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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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벚꽃이 필 무렵이 되면 추억이 떠오른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장난꾸러기 친구 3명과 친했고, 우리의 우정은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A, B, C와 나.

 

 

 

 


그리고 또 한 명,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사쿠라라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사쿠라는 우리들 사이에서 떠받들어질 정도의 존재는 아니었지만, 딱히 따로 친한 여자아이가 있던 것도 아닌데다, 그녀는 꽤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탓에 다들 [사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서로 그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그런 답답하지만, 돌아보면 그리운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고등학교 3학년 여름에 우리 5명은 축제가 끝난 뒤 술을 사서 근처 공원에서 마시게 되었다.

 


술기운이 올라서인지, 어느덧 화제는 담력시험으로 넘어가 있었다.

 


근처 숲 속에는 무덤이 있었고, 그 무덤 앞에서 합장을 하면 무서운 꼴을 한 여자가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여자를 보면 미쳐버린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도시전설처럼 유행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우리끼리 한 번 가보자구.]

 


그 무렵, 우리 사이에서 가장 폼을 잡기 좋아하던 C가 말했다.

 

 

 

 


조금 경박한 성격의 B는 어째서인지 기운 없이 [그만두자...] 라며 비 맞은 강아지마냥 C를 바라 보았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 신경도 뛰어난데다, 정의감도 강해서 우리 사이에서는 리더 격이었던 A는 가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사쿠라에게 [너는 어떻게 할래? 돌아갈까?] 라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어땠냐고 하면, 사쿠라와 함께 가서 내가 얼마나 용기가 있는지 보여줘서 환심을 사고 싶었다.

 

 

 

 


아마 당시에는 다들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A의 질문에 고개를 젓는 사쿠라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갈래! 너희들만 가면 혼자 남아서 불안하잖아.]

 

 

 

 


결국 사쿠라도 같이 가기로 해서, 우리들은 숲으로 향했다.

 


거기서 어떤 결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상상조차 못한채.

 


숲 속을 가로질러 묵묵히 나아간다.

 

 

 

 


술기운도 서서히 옅어져 말수가 적어진다.

 


운 좋게도 사쿠라는 내 옆에서 걷고 있어서, 내 셔츠의 소매를 잡고 있었다.

 


한밤 중의 숲 속에서, 우리는 달빛과 A가 들고 있는 랜턴의 가냘픈 빛만을 의지해야 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겨우 소문의 그 무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합장을 하는 거였나?]

 


C는 아직 술이 덜 깬 건지, 무서움을 애써 참는 것인지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장난스런 모습으로 무덤에 다가간다.

 

 

 

 


B는 이미 얼굴이 창백해져서 [돌아가자...] 라며 나와 A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A는 침착하게 냉정을 유지하며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

 


사쿠라는 변함없이 내 소매를 잡고 있었지만, 겁에 질린 탓인지 셔츠가 뜯어질 것 같이 꽉 잡고 있었다.

 

 

 

 


소매를 잡은 손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으아아아악!]

 

 

 

 


B가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순간 우리는 공포와 긴장의 극에 달해 토끼처럼 도망치기 시작했다.

 


누가 어떻게 도망쳤는지, 어디를 어떻게 달렸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저 어두운 구름에 휩싸인 채, 주변은 돌아볼 생각도 못하고 그저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나는 겨우 숲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공원에 돌아와 망연자실해 있자, 잠시 뒤 A가 나타났다.

 

 

 

 


[다른 녀석들은? B랑, C랑, 사쿠라는 어디 갔어? 같이 안 온거야?]

 


A에게 추궁당한 나는 혼자 도망친 것을 후회하면서, 못 봤다고 대답했다.

 


A는 혀를 차고 함께 찾으러 가자고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A라도 무서웠던 것인지, 도망치는 와중에 랜턴을 떨어트리고 왔다는 것이었다.

 


결국 공원에서 가장 집이 가까웠던 내가 랜턴을 가지고 와서 다시 숲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집에서 랜턴을 가지고 공원에 돌아왔을 때는 C도 간신히 공원에 도착해 있었다.

 

 

 

 


C도 나처럼 B와 사쿠라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게다가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싫다는 것이었다.

 


[장난하냐? 애초에 거기 가자고 한 건 너였잖아!]

 

 

 

 


A는 C에게 잔뜩 화를 냈다.

 


C는 난처하다는 듯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라고 계속 사과했다.

 


[그렇지만 난 봤단 말이야. 여자 같은 그림자가 무덤 뒤에서 나오려고 했어...]

 

 

 

 


평소에는 짓궂게 우리를 비웃던 C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당장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자가 얼굴을 들려는 순간 B가 소리를 질러서, 너무 무서웠어...]

 


그 이야기를 듣자 나도 아까 전의 광경이 떠올라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졌다.

 

 

 

 


다시 숲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C.

 


가서 친구들을 찾아야 한다는 A.

 


이쪽도 저쪽도 아닌 애매한 나.

 

 

 

 


3명이 의견의 합의를 보지를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졌을 무렵, 숲 속에서 흙투성이가 된 B가 터벅터벅 걸어 왔다.

 


숨을 거칠게 몰아 쉬고, T셔츠는 찢어진데다 여기저기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괜찮아?] 라며 달려가서 [사쿠라는?] 이라고 B에게 물었다.

 

 

 

 


B는 울면서 [모르겠어.]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부모님에게 사정을 이야기했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 날 밤은 동네 사람들이 총출동해서 사쿠라의 행방을 찾았지만 사쿠라는 찾을 수 없었다.

 

 

 

 


문제의 무덤 주변을 중점적으로 수색했지만, 단서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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