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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묫자리

클라우드92020.01.10 13:24조회 수 1734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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묫자리  

 

 

 

부모님하고 떨어져서 지내는데 가끔 부모님이 집에 오시면 새벽까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가 잠에 든단 말이야.

 

그때 엄마가 해준 아빠 이야기가 소름돋아서 올려본다...!

 

 

아빠 젊었을 적에 아홉수가 들었을 때 이야기야.

 

꿈을 꿨는데 허허벌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묫자리를 파고 있었대.

 

파다보니

 

윗줄은 구덩이 세개 ㅁ ㅁ ㅁ

 

아랫줄은 구덩이 두개 ㅁ ㅁ

 

이렇게.. 총 다섯 구덩이나 파고 만거야.

 

 

한참 그 파진 자리들을 쳐다보고만 있다가 잠에서 깼는데 기분이 엄청 안 좋고 불쾌하더래. 

 

그때 한창 우리 할아버지가 편찮으셨을 때였거든.

 

아빠는 혹시 내가 꿈에서 아빠 무덤 자리를 파버린 건 아닐까 걱정하신거지.

 

너무 크게 걱정한게 문제였을까? 정말 그 다음 날 아빠의 친척 두 분이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어.. 원인은 교통사고.

 

그 주 주말에 장례식을 다녀온 후에 또 다시 꿈을 꾸는데 아빠가 팠던 묫자리 중 두 개가 흙으로 덮여 있었대.

 

하지만 돌아가셨던 분이 왕래가 별로 없었던 먼 친척부부인지라 묫자리가 두개나 메꿔졌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대.

 

꿈이었지만 그 안도감이 너무 생생해서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고.

 

 

꿈에서 깨서 처음 든 생각은 앞으로 남은 세 자리는 누구일까에 대한 걱정이었어. 

 

혹시나 가까운 사람이 죽는다면, 내 가족, 친구들이 갑자기 떠나버린다면 너무 슬플테니까...

 

하지만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지. 

 

그래서 아빠는 주변 사람들한테 몸조심하라고 안부 연락을 하고, 그냥 잊는게 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다행히 한동안은 아무 일이 없었대.

 

그렇게 아빠가 그 꿈을 잊어버렸을 무렵에 갑자기 아빠 직장 상사분이 돌아가셨고... 또 장례식을 다녀오니 그 꿈에 묫자리 하나가 메꿔지더래. 

 

그리고 아빠는 슬슬 무섭기 시작했대.

 

그냥 웃고 넘어갈 개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꿈이 맞아 떨어지니까... 

 

그래서 집 근처에 철학관에 가서 꿈 해몽을 부탁했더니 무덤파는 꿈은 흉몽이 아니라고 오히려 좋은 꿈이라고, 

 

주변분들이 돌아가신건 그냥 우연의 일치일뿐이라고 아빠를 달래주셨대. 

 

나름 꿈해몽을 잘 하신다고 지역에서 유명한 분이라서 아빠도 할 수 있는게 없으니 그냥 잊고 살아야지하고 체념했어.

 

 

그 후엔 어떻게 됐냐고? 몇 달 뒤에 회사가 휴무일이라서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는데 그때 남은 두 묫자리까지 전부 덮여버린거야. 

 

아빠는 역시 요즘 고민이 많아서 그런 꿈을 꿨던거라며 주변에 죽은 사람도 없는데 묫자리가 덮였으니 이제 큰 일은 해결됐다며 기뻐했어.

 

그리고 그동안은 엄마가 걱정할까봐 이야기도 안하고 끙끙 앓고 있다가, 엄마한테도 꿈 얘기를 해줬어....

 

여기까지가 내가 들은 이야기라면 나름 해피엔딩은 아닐까?하는데...

 

사실 이 이야기엔 숨겨진 뒷 얘기가 있었어. 

 

 

 

그 당시에 엄마가 아빠가 충격받을까봐 전하지 못한 이야기인데...

 

우리 친가쪽이 되게 남아선호사상이 강하단 말이야. 

 

우리 엄마가 당시에 딸 셋을 낳고 할머니한테 온갖 구박당하면서 시집살이를 했었어. 

 

그걸 본 작은 엄마가 본인도 딸쌍둥이를 임신했는데 할머니가 무섭다고 우리 엄마한테만 몰래 이야기를 해서 아이를 지웠었나봐.

 

나머지 묫자리 둘은 그 두 아이가 채우게 된거지... 

 

 

 

출처 : 웃대 ...   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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