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죽순 캐기

한량이2020.03.04 13:32조회 수 5313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벌써 20년은 된 이야기로,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야마나시현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 죽순을 캐러 갔었다.
봄방학이었는지 골든 위크였는지는 까먹었지만, 우리 집에서는 매년 초봄이 되면 할아버지 집 뒷산에 죽순을 캐러가곤 했었다.
그 날도 예년처럼 다들 아침부터 뒷산에 올라 죽순을 캐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 조가 되고, 나는 할아버지와 한 조가 되어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할아버지는 죽순을 무척 잘 찾아내셔서, 나는 할아버지가 파보라는 곳을 파보는 것만으로 쑥쑥 죽순을 캐낼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그 덕에 오후가 될 무렵에는 가져온 자루가 가득 차게 되었다.


부모님 쪽도 풍년이었다.
그래서 슬슬 이제 정리하고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직 죽순을 더 캐고 싶었던 나는 할아버지에게 떼를 써서 조금 더 뒷산에서 죽순을 캐기로 했다.
그리하여 캤던 죽순은 아버지에게 넘겨주고, 할아버지와 둘이서 잠시 죽순을 캐고 있을 무렵이었다.


어디서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감귤 같은 것의 냄새인지, 오렌지 같은 냄새가 풍겨왔다.

어느새 그것은 냄새가 나는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


마치 밀실에서 향수병을 확 풀어놓은 것 같이, 주변 전체가 갑자기 오렌지 향으로 가득 찬 것이다.
숨을 쉬면 오렌지가 입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주변을 돌아봤지만 그럴만한 꽃이나 과일 같은 건 없었다.


대나무숲 속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할아버지도 나도 곧바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서둘러 돌아가기로 했다.
좁은 산길을 둘이서 죽순을 껴안은채 달려갔지만, 아무리 걸어도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점점 무서워져서, 울면서 할아버지 옷자락을 부여잡고 계속 걸었다.
시간으로는 20분 정도 걸렸을까.
터벅터벅 걸어서 간신히 도로가 보이는 곳까지 내려오자 겨우 마음이 놓였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오렌지 냄새는 사라진 후였다.
하지만 정작 큰일은 돌아온 후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나와 할아버지가 돌아왔을 때는 이튿날 점심 무렵이었던 것이다.


부모님과 헤어지고 꼬박 하루가 지났던 셈이었다.
나와 할아버지로서는 아버지에게 죽순을 건네주고 헤어진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았다고 느꼈었다.
아버지 말에 따르면 저녁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된 나머지 뒷산으로 찾으러 갔지만, 어디에서도 나와 할아버지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어디에서 넘어지기라도 한게 아닌가 싶어, 주변 마을 사람들과 소방서에 연락해서 뒷산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못 찾았었다는 것이다.
그 후 일단 나와 할아버지는 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도 없었다.
결국 나와 할아버지가 할머니랑 어머니한테 잔뜩 혼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그 후로도 종종 할아버지 집에 놀러갔었지만, 무서워서 뒷산에는 차마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오렌지 냄새에 관해서도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전혀 알아낼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집 주변의 노인분들도 전혀 모른다는 말 뿐이다. https://instiz.net/pt/1633720 



    • 글자 크기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0869 실화 서대문 형무소 견학때 생긴일1 title: 하트햄찌녀 945 2
10868 실화 베트남에서 찍은 사진인데 저게 뭐죠?2 title: 하트햄찌녀 1701 3
10867 전설/설화 고대 그리스의 놀라운 ‘4가지 천문학적 발견’ yohji 750 2
10866 실화 군대 최악의 패싸움 - 해병대 공군비행학교 습격사건1 skadnfl 1054 3
10865 전설/설화 경남 통영 실화 도깨비 이야기1 skadnfl 1116 3
10864 사건/사고 이철규 의문사 사건 - 21 skadnfl 637 2
10863 실화 이철규 의문사 사건 - 11 skadnfl 803 1
10862 사건/사고 산골소녀 영자 살인사건3 skadnfl 1195 3
10861 사건/사고 부평 네모녀 실종사건3 skadnfl 1172 2
10860 기타 비극을 만나기 전 촬영된 사진들1 jollyp 1020 0
10859 사건/사고 이윤상군 유괴 살인사건1 skadnfl 766 1
10858 전설/설화 조선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사건 jollyp 853 1
10857 사건/사고 아일랜드 대기근, 영국이 저지른 학살이나 다를 거 없는 사건 고수진 727 1
10856 사건/사고 훗카이도 불곰 습격 사건2 skadnfl 1063 4
10855 실화 대구 계x대 인신매매 사건1 skadnfl 1278 1
10854 사건/사고 인신매매와 장기적출에 관한 조직폭력배의 증언2 skadnfl 1830 3
10853 실화  족지도 사건2 skadnfl 1328 3
10852 실화 집을 알아볼떄는 조심합시다2 skadnfl 1909 3
10851 사건/사고 2차세계대전 식인 사건 jollyp 825 0
10850 사건/사고 과천 토막 살인1 skadnfl 1306 3
첨부 (0)
로그인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