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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풍경화

한량이2020.03.04 13:33조회 수 5187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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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중 영감이 강하다는 M에게서 들은 이상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역전에는 큰 단지가 줄지어 있고, M은 집에 돌아올 때 언제나 그 단지를 가로질러 다녔습니다.
어느날 집에 돌아가려고 평소처럼 단지를 가로질러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날은 일이 좀 있어서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돌아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언제나 아이들이 뛰어 놀거나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주부들로 떠들썩했던 거리지만, 밤이 깊은 탓인지 주변에는 그닥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1동, 2동을 지나 모래밭과 벤치, 그네만 있는 작은 놀이터에 들어서자 슬쩍 사람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런 밤 늦게 뭘 하는 거야 싶어 멀리서 눈을 흘겨보자, 그것은 목을 매단 여자의 시체였다고 합니다.
어째서 이런 시간에 이런 것이...
보통 이런 상황에 처하면 깜짝 놀라 도망치거나 패닉에 빠지겠지만, M은 간이 큰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고 생각하며 경찰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경찰이 도착할 무렵에는 구경꾼도 몰려왔고, M은 경찰서에 끌려가 긴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목을 매단 모래밭의 나무가 정면으로 보이는 벤치에 앉아, 경찰관 한 명에게 똑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집에 돌아가자 도저히 일을 할 상황이 아니었고, 그 날은 곧바로 잠에 들고 말았다고 합니다.


다음날, M이 눈을 뜨고 출근 준비를 하는데 경찰에서 전화가 와서, 곧바로 출두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M은 회사에 가야하는데다 사정은 어제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느냐고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경찰 측에서는 [그게 아닙니다. 보여드려야 할 것이 있어요.] 라며 어쩐지 이상한 태도였기에 어쩔 수 없이 경찰서로 향했다고 합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어제 그 경찰관이 나왔고, 방 안으로 안내했다고 합니다.
도착하자마자 M은 무슨 이유에서 자신을 불렀냐고 물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경찰관은 말하기 힘든 것처럼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M이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자, [확실히 그 여성분과는 안면이 없으신거죠? 아니, 여성분 어머니가 유서를 찾다가 이상한 걸 찾으셔서...] 라며 말한 뒤 갈색 봉투에서 스케치북 하나를 꺼냈다고 합니다.
[이걸 좀 봐주세요...]
M은 천천히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미대에라도 다닌 것인지, 거기에는 과일이나 가구의 데셍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딱 한 장, 풍경화가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광경입니다...


거기에는 그네가 있고, 모래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 나무에 로프를 묶고 목을 매단 여자...
그리고 벤치에는 청년 한 명과, 경찰관 같이 보이는 사람이 앉아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그 스케치북은 자물쇠가 달린 책상 서랍에서 나온 것으로, 그 여자 이외의 다른 사람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그 때문에 M에게는 여성과 무슨 관계였냐는 추궁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M은 [그렇게치면 왜 경찰관도 있는데요!] 라면서 반쯤 패닉이 되서 말싸움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결론은 나지 않았고, M은 그대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 사건은 유서 없는 자살 사건으로 종결되었다고 합니다.
M은 영감이 있어 지금까지 귀신을 본 적도 있다고 합니다만 이 정도로 이해할 수 없고 두려운 사건은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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