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안녕, 미미

title: 잉여킹가지볶음2020.04.15 02:50조회 수 1328댓글 0

    • 글자 크기


안녕, 미미 

 

 

 

1.

 

누나가 초등학교 1학년 이었고 나는 유치원에 다닐 쯤이었다. 

 

다른 남매와는 조금 다르게 누나가 동생인 나를 꽤나 예뻐해서 어딜 가도 항상 데리고 다녔다고 하는데 

 

그런 우리에게 토요일 저녁마다 가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있었다.

 

 

키가 작고 마른체형에 빨간색 줄 테가 있는 안경을 쓰신 집사님의 집이었다. 

 

내 기억엔 그랬다. 그 분은 우리가 다녔던 교회의 집사님이었다.

 

그곳에 가면 항상 따듯한 우유에 코코아를 타서 주시거나 당신이 드실 과일들 까지 내어 주시며 우리를 반겨주셨다. 

 

누나와 내가 언제부터 그곳에 놀러 다녔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그곳에 가면 항상 먹을 것을 주셨고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반 지하 집에 어울리지 않는 마리오네트 인형이 있었다. 

 

난생 처음 봤던 터라 조금은 무서웠지만 볼수록 어떻게 사람처럼 큰 인형이 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말을 걸면 대답을 해줄 것만 같았다.

 

 

“이 인형은 이름이 뭐에요?”

 

“음... 이름이 아직 없는데 준이가 지어줘 볼래?”

 

“정말요?! 어... 그러면 미미 로 할래요!”

 

 

당시 유, 초등생들 중 특히나 여자아이들에게서 최고의 사랑을 받았던 미미 인형을 나만 갖지 못한 게 한이 되어 

 

난 그 인형에게 ‘미미’ 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엄마는 늘 이런 나를 못마땅해 하셨다. 남자 아이가 무슨 인형을 이렇게 좋아하냐며 말이다.) 

 

우리는 이후로도 거의 매주 그 집에 놀러갔었다.

 

 

집에 없는 인형과 맘껏 놀 수 있는 곳이었고, 누나는 여러 음식을 맛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집사님께선 우리가 오실 것을 예상해서 과일들도 미리 미리 사놓고 너희가 좋아하는 과자도 몇 개 사놨다고 늘 웃어주시곤 하셨다. 

 

그러다 가끔은 ‘집사님이 돈이 없어서 오늘은 너희가 먹을 게 없어. 어쩌지?’ 하며 우릴 챙겨주셨다.

 

하지만 여러 해가 지나면서 우리는 더 이상 그 집에 방문하는 일은 없었다. 

 

이유를 알 순 없다. 그냥 안 가게 되었다. 

 

마치 매일 같이 사먹던 과자를 매번 사먹다 보니 이제 질렸어 라며 더 이상 사먹지 않는 것처럼 우린 더 이상 미미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가끔 생각이 나곤 했다.

 

그 집에 가면 미미가 있었는데 집사님은 아직 거기 계실까? 그 미미 인형도 아직 있을까? 하고 말이다.

 

 

2.

 

 

머리가 자라면서 점차 그때의 기억도 희미해지고 매일같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면 또 옷을 버렸다고 엄마께 혼이 났던 

 

그 시절의 누나와 내가 이제는 성인이 되어 진흙이 아닌 술잔을 기울이며 그래, 그땐 그랬었지. 하며 추억을 회상하던 어느 날이었다.

 

 

“너 기억나니? 그 반지하방?”

 

“기억하지 미미.”

 

“이야, 너 대단하다 그게 진짜 기억난다고?”

 

 

한참을 떠들며 대화를 나누던 중, 문득 아빠가 이런 말을 꺼냈다.

 

 

“니 그라믄 그 인형 집에 들고 온 것도 기억 나냐?”

 

“에??”

 

 

누나랑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전개였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매주 토요일마다 그 집에 놀러갔다는 기억과, 언제부턴지 더 이상 그 집에 안 가게 됐다는 것 말고는 전혀 몰랐는데 

 

내가 인형을 가져왔다니 혹시 그 집사님이 내게 주신건가? 싶었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는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누나와 아빠는 내가 몰래 가져왔네, 집사님이 줬네. 라며 말씨름을 하고 있었고 중간에 내가 말을 끊고 물었다.

 

 

“내가 가져왔다고 그 큰 인형을? 혼자서?”

 

 

하지만 아빠는 대답을 안 하셨다. 그냥 지나간 일을 들춰서 뭐하냐며 말이다. 

 

우린 그렇게 다시 술을 마시고 옛날이야기를 이어가면서 회포를 풀었다. 

 

이후 나는 군대를 다녀왔고 어느새 내일모레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지금 까지 그 미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잊고 살았다.

 

 

3.

 

 

이틀 전, 누나에게 전해줄 물건이 있어 집에 들렀다가 같이 엄마를 보러 갔는데 

 

저녁에 술을 한잔 하면서 누나가 우리 어릴 적 이야기를 꺼냈고, 엄마가 미미 이야기를 해주셨다. 

 

매일같이 학교 운동장에서 진흙이나 만지고 놀던 애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손이랑 옷이 깨끗하게 돌아오더란다. 

 

뭔가 이상했던지 엄마는 누나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동생이랑 어디 갔다 온 거야?”

 

“집사님 집에!”

 

 

엄마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셨다고 했다. 

 

일요일마다 같이 손잡고 교회를 다녔었으니 그 교회 집사님인가보다 했다고. 

 

그런데 하루는 내가 문제의 미미를 집에 데려오더란다. 

 

집사님이 주셨다면서 난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데 내가 미미를 데려왔더란다.

 

 

가뜩이나 집도 좁은 탓에 둘 곳도 없거니와 마냥 보고 있자니 섬뜩 섬뜩 해서 갖다 버리려고 하셨으나 

 

나한테 둘러댈 핑계가 없어서 나를 시켜서 그 집에 다시 갖다 놓으면 황금로봇 골드런을 사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집을 나섰고, 

 

집에 돌아와 인형을 제자리에 놓고 왔다며 어서 로봇을 사러 가자고 엄마를 바깥으로 끌었다고 했다. 

 

엄마는 나온 겸에 장도 볼 겸 시장으로 들어가는데 문득 내가 팔을 잡아당기면서 한 집을 가리키더란다.

 

‘엄마 저기가 집사님 집이야.’ 라고. 

 

이어 엄마는 ‘어디?’ 하고 봤지만 내가 가리킨 곳은 집이 아니라 공가였다고 한다.

 

 

 

출처:웃대 ... 팬탐



맛있당

    • 글자 크기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0888 2CH [2ch괴담] 윗층의 아이1 화성인잼 2060 1
10887 실화 임백천쇼의 인터뷰2 title: 팝콘팽귄이리듐 2059 1
10886 실화 인신매매하니까 기억나는 거 익명_386d14 2059 0
10885 실화 장난치는 누나 (사진有스압)2 한량이 2058 1
10884 혐오 어떤 여성의 생생한 티눈일기3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2058 1
10883 미스테리 우리가 몰랐던 신기한 사실 섬뜩해~5 ?? 2058 1
10882 2CH [2ch괴담]사채 수금업자4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2058 1
10881 2CH [2ch괴담] 404호1 화성인잼 2058 1
10880 실화 퍼온자료가 아닌 밤놀에 직접 쓰는 직,간접 경험담 이야기. 311 title: 샤샤샤님이좋도 2057 5
10879 실화 신내림을 거부한 집안에 내린 저주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2057 1
10878 실화 무당의 관한 실화3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 2057 2
10877 실화 상주 할머니46 title: 병아리커피우유 2056 10
10876 실화 한때 웃대 공포 월베 올랐던 내 실화를 오랜만에 꺼내볼까 한다;2 금강촹퐈 2056 1
10875 2CH [2ch] 결벽증2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2056 1
10874 Reddit 두 문장 공포소설 #511 클라우드9 2055 2
10873 실화 신내림의 과정1 여고생 2055 1
10872 2CH 사진1 화성인잼 2055 1
10871 실화 간접 경험한 이상한 일들 10편7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2055 2
10870 실화 포항 M 아파트 이야기5 여고생 2053 2
10869 전설/설화 세계7대악마 세계악마 호이쫭 2053 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