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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당구장

title: 잉여킹가지볶음2020.04.15 02:51조회 수 1650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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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당구장 

 

 

그때 당시 당구장에 미성년자는 출입이 불가하던 시절이었다. 

 

내가 막 스무살이 되었을 무렵 당구장 알바를 시작했는데 그곳은 3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1층에는 노래방과 식당이 2층에는 내가 일하던 당구장이 있었고 꼭대기 3층은 아주 오래된 고시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 자체가 오래되어 그런지 면접을 보러 갔을 당시에도 이상하리만치 어딘가 음침한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첫 출근을 했던 그날, 사장님은 열심히 청소를 하고 계셨고 

 

내가 열고 들어간 입구에 달린 풍경소리가 묻힐 정도로 청소기는 엄청난 굉음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인지 사장님은 내가 왔다는 사실조차 인지를 하지 못한 채 청소기만 열심히 돌리고 계셨다. 

 

난 가까이 다가가 안녕하세요!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사장님은 그제야 뒤를 돌아보시며 '어 어~ 왔어요?' 하며 청소기 전원 버튼을 누르며 옆으로 잠시 치우는 듯 했다.

 

 

"억수로 일찍 오셨네. 저쪽에 잠깐만 앉아 있어요 나 여기만 돌리고.."

 

"네네."

 

 

뒤를 돌아 당구장 내부를 돌아보며 현관 옆에 위치한 의자에 잠시 앉았다. 

 

면접을 봤던 당시에는 손님도 많고 매장이 워낙 시끌시끌해서 제대로 못봤던 터라 난 그제야 매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은 아주 저렴하고 오래됐다는 것을 증명하듯 여기 저기 얼룩이 져 있고 꽤나 지저분해 보였다. 

 

그리고 그제야 느껴지는 시큼 시큼 하면서도 퀘퀘한 냄새들... 

 

흡연실이 따로 있지만 밤에는 손님들이 실내에서 그냥 담배를 피우는 듯 했다.

 

 

"아이고 이놈에 청소가 끝이 안 나네.. 혹시 담배 펴요?"

 

"아 네 핍니다."

 

"이리 와요."

 

 

그리고는 나를 흡연실로 데려갔다. 방금까지 맡았던 냄새의 두배는 되는 듯 했다. 

 

골골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환풍기는 얼마나 청소를 안 했을런지... 

 

먼지를 잔뜩 머금은 채 돌아가고 있었고 테이블은 여기저기 담배불에 지져서 누렇게 혹은 까맣게 그을린 흔적들이 난무했다.

 

 

"당구장은 처음이라 캤죠?"

 

 

사장이 물어왔다.

 

 

"네. 헤어샵이랑 주유소랑... 편의점은 해봤는데 당구장은 처음이에요."

 

 

"그렇구나. 별거 없어요 여기는 그냥 청소가 전부에요. 손님이 달라는 거 주고 계산해주면 끝. 

 

다만 청소가 좀 오래 걸리고 이것저것 자잘하게 할 게 많아서 그렇지 어려운 거 없어요."

 

 

그리고는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있는 종이컵 안에 담배를 지긋이 누르더니 말했다.

 

 

"일하는 거 일단 배워야 하니까 와봐요."

 

 

그날은 거의 청소만 하다가 끝난 것 같았다. 

 

다이 청소 하는 법, 바닥 청소 하는 법, 화장실 청소, 큐 관리 방법 등등..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일을 배우고 7시가 되자 사장은 내게 이만 가보라고 했다.

 

 

"자 가게 열쇠에요. 내일은 혼자 해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다 알겠어요?"

 

"네 뭐 크게 어려운건 없는 거 같아요."

 

"그래요! 혹시나 뭐 막히는 거 있으면 전화 줘요. 낮에 자고 있긴 한데 한 두세번 계속 하면 받을 거에요. 조심히 들어가요!"

 

 

그리고는 다시 음침한 계단을 내려와 어둑어둑 해진 하늘을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크게 어려운 건 없어 보였고 무엇보다 근무시간이 짧아서 괜찮았다.

 

주 6일 근무 였지만 그래도 오전 늦게 출근해서 7시 정도면 퇴근을 하니 나름 꿀알바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때까진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까진...

 

 

다음날 10시 30분 쯤 가게 건물에 도착을 하여 2층으로 올라가 가게 문을 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앞에 아무것도 없는데 섬칫 하면서 놀라 본 적이 있는가...

 

난 그랬다. 가게 창문을 죄다 암막 블라인드로 막아놔서 대낮에도 어둡긴 했으나 딱히 무서울 게 없는 공간인데.. 그냥 놀랐다.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데 "어 뭐야 ㅆㅂ 깜짝이야.. " 하고 들어갔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뭘 보거나 한것도 아닌데 말이다. 

 

당시엔 그냥 단순히 내가 요새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생각하며 

 

가게 불을 켜고 어제 배운대로 청소를 시작했는데 이상한 기분을 자꾸 느꼈던 것 같다.

 

 

입구에 누가 자꾸 서있는 듯한 느 낌이 들어서 돌아보면 없고, 풍경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입구를 보면 아무도 없고... 

 

청소기의 그 엄청난 굉음 속에서도 뭔가 둑 둑 거리면서 구둣굽으로 카펫을 밟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면 역시나 없고... 반복이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리고 가장 이상했던 건 거기서 일한 지 2주 정도 되어갈 때쯤 일어났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첫 출근 했던 그 날 처럼 뭔가 섬칫한 기분이 들었다.

 

 

 '뭐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하면서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켜고 청소기를 열심히 돌리다가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물에 락스를 희석해서 구석 구석 솔질 해가며 청소를 마쳤고 방향제를 뿌리고 화장실 바닥 전체에 물을 한번 촤악 뿌려준 뒤, 

 

문을 딱! 닫고 뒤를 돌아 담배를 피우려고 흡연실로 가려다가 화장실 안에 락스통을 두고 나온 게 떠올라 

 

다시 뒤를 돌아 화장실을 봤는데 글쎄 화장실 문이 떡하니 열려있던 것이다..

 

 

"내가 안 닫았나...?" 

 

 

혼잣말로 궁시렁거리면서 락스통을 들고 나와 다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몇걸음 뗀 후 다시 뒤를 돌아봤지만 이번엔 문이 제대로 닫혀 있었다. 

 

난 그곳에서 2주간 일을 하면서 화장실 청소를 마치면 문을 열어둔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아무리 락스로 문질러대도 어디선가 악취가 올라와 문을 열어놓으면 어느샌가 가게 안에서 화장실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뭐 내가 안 닫았나보다. 하며 그냥 지나갔는데

 

 

날이 갈수록 이상한 일은 계속 일어났다. 

 

보통 내가 가게 오픈을 하고 사장님이 야간에 나와 일 하시는데 내가 오픈을 하면 가게는 언제나 청소는 안 돼어 있어도 크게크게 정리는 돼있는 편이었다. 

 

하루는 내가 흡연실 청소를 하려고 들어가서 환풍기를 켜고 의자를 살짝 앞으로 밀어낸 채 허리를 숙여 구석에 있는 먼지를 꺼내려고 

 

빗자루 질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딱 들었는데.. 의자가 나를 향해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내가 의자를 밀때 나를 등돌리게 밀어놨는데 스스로 몸을 돌려 내 쪽을 보고 있는 꼴이었다. 

 

좌,우로 돌아가는 식의 의자가 아닌 고정식이었기에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소름이 돋았다.

 

마치 "왜 돌려?" 라고 물어보듯 의자가 나를 향해 있는데 미처 허리를 다 펴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멍하니 의자만 바라보고 있고... 

 

환풍기 돌아가는 윙윙 소리만 들리는데 너무 무서운 것이다. 

 

이 대낮에 이게 뭔 상황인가 싶기도 하고, 가게 문을 열어놓고 도망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오만 생각이 오가는 와중에 

 

마침 손님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난 그곳에서 얼른 나와버렸다. 

 

손님께 인사를 하고 고개를 돌려 창문을 통해 흡연실 내부를 살폈지만 역시나 의자는 나를 바라보던 그 각도 그대로 있었다.

 

 

이쯤 되니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화장실 문이 스스로 열리질 않나, 고정식 의자가 멋대로 움직이질 않나... 

 

아무래도 여기서 오래 일하진 못하겠다 싶어서 사장님께 솔직히 말씀을 드렸다. 

 

출근 첫날부터 지금까지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고 이런 경험도 했다고 주절 주절 말씀 드렸는데 

 

사장님은 뭔가 이미 들어봤던 내용이라는 듯 내게 말씀하셨다.

 

 

"전에 알바도 그러던데 무슨 아침에 와 보니까 의자가 막 쓰러져 있다 카고 

 

쾅 소리 들려서 뒤돌아보면 흡연실 문이 닫혀있다 그러고... 다들 왜그래? 일하기 싫어서 그런가?"

 

 

뭔가 사장님만 모르는 그런 일이 벌어지는 듯 했다. 

 

내 전임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데 전혀 일면식도 없는 나까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질 않아 참... 낙천적인 사람이구나 하며 그러려니 하려는데 

 

문득 사장이 뜬금없이 웃으며 이상한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 내가 예전에 고양이를 하나 죽인 적이 있는데... 고것이 내를 저주 하나?"

 

"고양이를 죽였다구요?"

 

 

"아니... 허구헛날 요 입구에 서가 밥달라 카는 건지 우얀 건지 야옹야옹거리는데 너무 시끄럽어가 

 

나가라고 발로 확 찼드만 1층에 딱 서 가가, 눈 똑바로 뜨고... 내를 막 죽일 듯이 쳐다보드만... 죽었는가 어챘는가 몰라.."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사장과 크게 탈 없이 그 가게를 그만두고 나왔지만 아직 그곳에서 영업을 하시는 지는 잘 모르겠다. 

 

하늘이 꼭 비가 올 것만 같은데 문득 어머니가 은연중에 해주셨던 말이 떠올라 글을 써본다.

 

 

 

고양이는 영물이라 자기한테 해코지를 하면 반드시 복수한다고...

 

 

 

출처:웃대 ... 팬탐



맛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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