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때 일이야.
서대문형무소가 전시관으로 오픈한 지 얼마되지않아서 국사쌤이 숙제로 견학을 다녀오라 하셨어.
형무소 입구에 본인 전신이 나온 사진 현상해서 노트에 붙이고 내부장소 돌아보면서 느낀 점 꼼꼼히
적어오라는 숙제였지.
지금은 어렴풋하게 남은 그 시절 추억인데,
오픈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가
중간중간 지키는 직원도 별로 없었어.
사형장.
그 앞에는 통곡의 미루나무라는 큰 나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해.
사형당하러 들어가는 조선인들이
마지막으로 그 나무를 끌어안고 울부짖었다는
짤막한 설명이 있었어.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같이 간 친구에게 카메라를 넘겨주며
나는 그 나무 옆에 섰어.
노트에 붙일 전신사진을 여기서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왜 그랬을까.
친구도 낄낄거리며 사진을 찍어줬고..
그렇게 전시관에서 필름 24방을 다쓰고
집에 오는 길에 사진관에 들러 현상을 맡겼어.
다음날 현상된 사진을 찾으러가는데
아저씨가 정색하면서 부모님이 찾으러오셔야한대.
뭐지 사진맡길땐 암소리없다가
찾을 때 왜저러나 싶어서
저녁에 퇴근한 아빠가 가셨어.
돌아온 아빠가 사진봉투를 주셨는데
젤 중요한 전신사진이 없는거야.
이거 붙여야 다녀온 증거가 되는거라 발동동했는데
아빠가 쌤한테 잘 말해두시겠대.
진짜루 두분이 이야기가 된건지 선생님도
별 말씀없이 숙제받아주셨고.
이상하게도 나 역시 걍 숙제 잘 넘어갔으니
금방 잊어버렸어.
5월에 첫째네 반이
서대문형무소박물관에
단체견학을 간다는거야.
주말에 친정와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이 견학간다고
걍 가볍게 얘기했는데
친정아빠가 갑자기 표정굳어지면서 그러시는거야
그날 보내지말라고.
아니 아부지 어린이집도 아니고 학교인데
막 결석시키고 그럼 안되요 하는데.
너 생각안나냐. 니도 이제 낼모레 마흔이니 말해준다만.서대문가서 나무 옆에서 사진 찍었던 거 날라갔잖냐.
그게 왜 날라간줄알어. 나무 사이에 두고 이상한 게
찍혔어. 머리는 산발에 흰 수의입고 니랑 같이 찍혔더랬어. 사진관 사장이 이런 일 하다보면 많이 겪는데 니가 아직 학생이고 하니 안보여주는게 좋겠다면서.
내가 가져와서 태웠지. 그러니까 보내지마.
사진 버리고도 너한테 탈 없는지 며칠을 잠도 못자고 니엄마랑 같이 너 살펴보고 그랬다야. 아무일없긴했는데 하긴, 좋은 일 하다가 고생한 억울한 영혼이니 후손들 해코지야 하겠냐만.
그리고 난 첫째를 보내지않았고.
아빠도 다시는 그 얘기 안하셔.
나도 안하고.
아무튼 톨들아.
서대문형무소 갈 일 있으면
사형장과 미루나무 쪽에서는
가볍게 기도정도는 하고 관람하길 바랄게.
지금은 관리가 어케 되는 지는 모르지만
사진이나 동영상은 절대 찍지말구.
아..마무리를 어케하징ㅎㅎ
일본 망해라♡♡♡
통곡의 미루나무
잘읽고간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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