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악수

title: 잉여킹아리수드라2015.07.10 04:38조회 수 586추천 수 1댓글 2

    • 글자 크기


어느덧 8년이나 지난 이야기다.



나는 그 무렵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야간 대학에 다니는 고학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가 끝날 무렵이면 이미 늦은 밤이었다.





평소라면 다음날 일어날 것을 생각하고 일찍 집에 돌아가 그대로 뻗었겠지만, 그 날은 마침 토요일이었다.


다음날은 쉬는 날이니까 오랜만에 여유를 가지고 비척비척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길이라 하기도 힘들 정도로 완전한 시골길이어서, 거의 논두렁을 지나가는 수준이었다.





꽤 기분 나쁜 길이었다.


상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무도 잠들 정도로 늦은 오밤중에 혼자서 그 넓은 시골길을 달리는 것이다.


게다가 주변에는 마네킹의 목을 잘라다 붙인 진짜 같은 허수아비가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그 무렵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무시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돌아가는 도중 문득 평상시라면 쳐다보지도 않을 자판기에 눈이 멈췄다.


간만에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목은 그다지 마르지 않았지만 하나 마시고 가기로 했다.





시골에나 있을 법한 낡은 자판기였다.


유명한 브랜드의 음료수는 하나도 없고, 길쭉한 캔에 담긴 음료수 일색이었다.


거기다가 당첨되면 하나 더 준다는 제비뽑기가 붙어 있었다.





시대에 뒤떨어진 놈이구나 싶었다.


고장난 형광등의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시골은 찻길도 없기 때문에 밤이 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해진다.





그 사이로 내가 동전을 넣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자, 제비뽑기의 램프가 [삐삐삐삐삐...] 하고 울기 시작한다.


어렴풋한 그 광경에는 어울리지 않는 무척 저렴한 전자음이었다.





당첨되더라도 2개는 한 번에 못 마시겠는데... 라며 쓴웃음을 지으며 쥬스를 꺼내려고 했지만, 조명이라고는 자판기의 고장난 형광등 뿐이다.


어슴푸레하기 짝이 없는 빛 때문에 자판기 배출구는 깜깜해서 하나도 안 보인다.


쥬스는 어디 있나 싶어서 손으로 더듬으며 배출구 안을 뒤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손을 잡혀버렸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가겠지만, 말 그대로 배출구 안에서 나온 손이 내 손을 잡았던 것이다.


마치 악수를 하는 것 같은 꼴이었다.





순간적으로 머릿 속이 새햐얘졌다.


틀림없이 사람 손의 감촉이었다.


게다가 점점 잡는 힘은 강해져서 아플 정도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손을 잡아당겼다.


상당히 강하게 잡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손은 쑥 빠졌고, 나는 반쯤 얼이 빠져서 자전거에 올라탄 뒤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분명한 기억은 없지만, 그 손의 감촉과 등 뒤에서 들려오던 [삐삐삐삐삐...] 하는 소리만큼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제비는 버튼을 누르고 5초 정도 후에는 멈추기 마련인데, 지금 생각하면 어째서인지 계속 울리고 있었던 것 같다.


혼자 사는 집에 그대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무서웠기에 나는 그대로 친구 집에 쳐들어갔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혼자 있었다면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손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악수를 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거기만 가위에 눌린 것 같이 꼼짝하지를 않았다.





친구도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우리는 둘이서 밤이 새도록 머릿 속으로 염불을 외웠다.


그러자 밤이 깊어질 무렵 갑자기 무엇인가로부터 풀려나듯 경직이 풀렸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어떤 것이던 입이 달려 있는 것에는 손을 넣을 수가 없게 되었다.





자판기는 물론, 우체통이나 편지함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악수] 당할테니까 말이다, 아마.




맛있당

    • 글자 크기
댓글 2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4690 실화 흰 원피스 입은 여자3 title: 잉여킹아리수드라 1194 1
4689 실화 친구가 겪었던 일 써본다3 title: 잉여킹아리수드라 1089 1
4688 실화 방금 전 딸과의 대화3 title: 잉여킹아리수드라 1359 1
4687 실화 저희 아버지의 경험담3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3436 1
4686 실화 20년 전 제가 본 실화입니다.5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520 1
4685 실화 직접 경험한 실화.3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020 1
4684 실화 내가 겪은일인데 가끔 집에 혼자있을때...3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104 1
4683 실화 어렸을때 겪은 말못해떤 실화3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182 1
4682 실화 나의 어머니에대한 이야기7(나의무서웠던경험)3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535 1
4681 실화 나의 어머니에대한 이야기63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505 1
4680 실화 나의 어머니에대한 이야기53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435 1
4679 실화 나의 어머니에대한 이야기43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388 1
4678 실화 나의 어머니에대한 이야기34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513 1
4677 실화 나의 어머니에대한 이야기 23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579 1
4676 실화 나의 어머니에대한 이야기3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926 1
4675 실화 실화 초등학교4학년때 겪은 신기한일들3 title: 투츠키71일12깡 1039 1
4674 실화 동생이 겪은 실화입니다.(분신사바 이야기)2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452 1
4673 실화 저도 경험담 썰 풀어봅니다..2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1053 1
4672 실화 어느집 화장실에서..2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1416 1
4671 실화 제가 크게 사고난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께서 겪으신일입니다3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1498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