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여기로 온다

형슈뉴2015.07.11 18:19조회 수 749추천 수 2댓글 2

    • 글자 크기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창 밖을 망원경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근처의 집을 엿보거나 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잖아.

 

 

 

 


언제부터였을까?

 


이따금씩 밤에 혼자 있을 때면 아파트 베란다에서 망원경을 통해 강 건너편의 번화가를 바라 보곤 한다.

 


관음증 같은 것은 전혀 없었지만, 어느덧 이것은 습관이 되었고 지금은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

 

 


퇴근길의 회사원들.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대학생들.

 


열대어처럼 울긋불긋하게 차려입은 여자들.

 


여기저기서 호객을 해대는 호객꾼에, 어째서인지 깊은 밤 혼자 어슬렁거리는 학생까지.

 


정말 별 거 없는 어지러운 광경일 뿐이지만, 그것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재미있다.

 


어쩌면 수족관 속의 물고기를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일지도 모른다.

 


방의 불을 켜 놓으면 내가 망원경을 들여다 보는 것이 보일지 모르기 때문에, "관찰"을 할 때는 방의 불을 꺼놓는다.
어둠 속에서 베란다에 나가 혼자 술을 마시며 망원경을 들여다본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기분 나빠하겠지만, 지금 나에게 이 취미를 그만 둘 생각은 전혀 없다.

 


그 날 역시 나는 맥주를 마시면서 한가로이 베란다에서 밤바람을 쐬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꽤 늦어졌지만, 종종 사람들은 지나간다.

 


오히려 재미있는 것을 볼 수 있는 시간대는 대체로 사람들의 왕래가 줄어드는 심야 시간이다.

 

 

 

 


술에 취해 싸워대는 것은 몇 번씩이나 봤었다.

 


멀리서 봐서 확실치는 않지만, 칼 같은 것을 손에 든 늙은 노숙자가 같은 곳을 몇번이고 왕복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날 내가 보고 있던 것은 만취해서 벽에 기댄 채 정신을 잃은 정장 차림의 남자였다.

 


내가 처음 베란다에 나왔을 때부터 계속 거기 앉아 있었다.

 


솔직히 보고 있어서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정신을 잃고 앉아 있을 뿐이니까.

 


초가을이니 방치해 둔다고 해도 얼어 죽지는 않을테니, 나는 맥주 한 캔만 더 마시고 들어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냉장고에서 맥주를 들고 돌아오자, 주저 앉은 남자 주변에 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언뜻 보고서도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망원경을 들여다보자 나는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남자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유치원에 다닐 법한 수준의 어린 아이였던 것이다.

 

 

 

 


모두 3명.

 


멀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사내 아이가 두 명이고 여자 아이가 한 명인 것 같았다.

 


아무리 심야라고는 해도 종종 이 시간대에 아이들을 본 적은 있다.

 

 

 

 


하지만 보호자도 없이 아이들만 3명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아이들이 술에 취한 아버지를 마중 나왔나 생각도 해 봤지만,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반이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가능성이 희박하다.

 

 

 

 


묘하게 신경 쓰이는 광경에, 나는 계속 망원경을 들여다 보았다.

 


아이들은 남자를 둘러싸고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사내 아이 한 명과 여자 아이가 남자에게 다가간다.

 


간호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짐을 옮기는 것 같이 대충 남자의 양팔을 잡고 엄청난 속도로 질질 끌며 달리기 시작했다.

 


어안이벙벙해진 내 시야에서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건물 틈으로 사라졌다.

 


두 명이라고 해도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어른을 그렇게 빠르게 끌고 갈 수 있을리 없다.

 

 

 


아니, 성인이라고 해도 힘들 것이다.

 


마치 꿈이라도 꾸는 기분이었지만, 망원경 너머로 꿈이 아니라는 듯 한 명 남은 사내 아이가 보인다.

 


아이는 방금 전까지 남자가 앉아 있던 벽 앞에서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가만히 서 있다.

 

 

 

 


반쯤 무의식적으로 나는 손을 들어 맥주 캔을 입가에 가져가 한숨에 다 마셨다.

 


입 안에서 튀는 탄산의 감촉과 알코올의 맛.

 


코 끝에 느껴지는 독특한 향기.

 

 

 

 


목을 미끄러져 넘어가는 차가운 액체의 느낌.

 


모두 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땀에 젖은 손으로 망원경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남아 있는 아이의 얼굴이라도 확인하기 위해 눈을 댔다.

 


가로등 아래에는 어느새 또 세 명의 아이가 모여 있다.

 


그리고 세 명 모두 이 쪽을 보고 있다.

 

 

 

 


얼굴은 그림자가 져서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세 명 모두 얼굴을 내 쪽으로 향하고 있다.


나는 겁에 질려 반사적으로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일어 선다.

 


육안으로 보는 강 건너편 가로등 아래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혼란에 빠져 다시 망원경에 눈을 댄다.

 


시야 한 구석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인다.

 


그 쪽으로 망원경을 옮기자, 세 명의 아이가 어느새 강을 건너 와 있었다.

 


세 명 모두 내 아파트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걷는 모습이 어쩐지 기묘하다.

 


마치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사람인 척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이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오싹할만큼 빠르다...

 


피가 차가워지는 것 같은 초조함에 나는 망원경을 내버려두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지갑만 들고 방에서 도망치려고 했을 때,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철컹.]

 


아파트 정문이 닫히는 소리다.

 


문 앞에서 돌처럼 굳어 버린 내 귀에, 계단을 올라오는 여러 사람의 발소리와 마치 수많은 낙엽을 밟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소리는 조금씩 커져서, 마침내 내 방 앞에서 멈췄다.

 


...

 


초인종이 울린다...



    • 글자 크기
댓글 2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2832 실화 단골 손님 덕분에 목숨 구한 ssul-폭풍이 지나간 후가 진짜 공포1 클라우드9 3761 2
2831 전설/설화 조선시대 귀신 대처법1 title: 투츠키71일12깡 611 2
2830 실화 이병장의 장난2 title: 아이돌뉴뉴뉴 1059 2
2829 실화 경주와 부산으로 수학여행2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486 2
2828 실화 오대산에서 생긴 일2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3301 2
2827 실화 제가 어렸을때 실제로 겪었던 실화입니다!!3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928 2
2826 실화 너무나 잔혹한 부부관계 이야기3 쥬시쿨피스 1594 2
2825 실화 야리에용~ 병원귀신이야기,가위눌림이야기 가지고왔어용 ㅋ ㅎ2 화성인잼 1485 2
2824 실화 {등골오싹 이야기#,11}2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성인메뉴관리자 1897 2
2823 실화 고시생이 겪은 기괴한 일들 4편 하편,5편 (약스)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738 2
2822 실화 귀신 볼 줄 아는 잉여이야기 1~23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820 2
2821 실화 예비 무당 이야기 22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716 2
2820 실화 기숙사에서 있었던 실화2 title: 연예인13발기찬하루 1228 2
2819 실화 귀신을 보아온 여자2 title: 고양이3망고오렌지 766 2
2818 미스테리 제주도 고액과외 교사 실종사건 (아직못찾음)6 title: 하트햄찌녀 14259 2
2817 2CH 녹음실3 파랴라 493 2
2816 실화 (실화) 쓰레기를 뒤지는 남자3 title: 다이아10개나는굿이다 1478 2
2815 사건/사고 시골에서 있었던 견(犬)교수형 사건4 6시내고양이 330 2
2814 실화 여행가서 만난 분 실화2 title: 양포켓몬자연보호 1297 2
2813 실화 저는 간호사이고 제가 중환자실 근무할때 겪은이야기 입니다10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5147 2
첨부 (0)
로그인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