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새벽, 대략 3시쯤이었나.. 밑에 층 기숙사가 굉장히 소란 스러웠다.
(밑층 기숙사는 여학생들 기숙사였다.)
비명 소리도 들렸고 "조용히 해!!" 하는 호통 소리도 들려 왔다.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곧 기숙사 모든 층에 불이 켜졌고 3층의 모든 남학생들은 기숙사 방에서 꼼짝 못하고 영문도 모른 채 사감 선생님의 통제 하에 있어야만 했다.
2층의 상황은 예상외로 심각해 보였다.
여자들의 우는 소리며 사감 선생님들이 구급약을 들고 바쁘게 왔다갔다 하는 등 매우 부산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초조하게 있던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 같은 예상을 했고, 결론은 물론 귀신이었다.
해가 뜨고 난 아침, 우리의 예상은 적중했다. 조금 전 새벽에 여자 기숙사방에 우리가 봤던 그 흰색 물체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흰색 히터 앞에 있던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학생들이 자는 걸 지켜 보더니, 처음 발견한 학생이 공포에 질려 옆에 자는 친구를 깨우자
그 친구에게 다가오더란다. 그 친구가 비명을 지르자 또 다른 친구 둘이 깨어 그 여자가 문 밖으로 사라지는 걸 확실하게 봤다는 것이었다.
무려 4명의 여학생이 동시에 목격한 확실한 증거였다. 이 사건으로 많은 학생들이 퇴소하겠다며 항의하기 시작했고
소식을 들은 학원 원장이 사태 수습을 위해 학원으로 곧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학원 분위기는 공부하고는 완전히 거리가 먼.. 모두들 붕 뜬 분위기 속에서 지내야만 햇다..
특히.. 그 기분 나쁜 노을이 학원 뒷쪽으로 지고나서 어둠이 내리면 모두들 아무 말 없이 기숙사 안에서 끼리끼리 모여 앉아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나 하며.. 걱정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수업 시간.. 아마 수학 시간이었던 것 같다..
모두들 축 쳐져 조용히 수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현숙이라는 여자 아이가.
(평소에 말도 별로 없고 무척이나 차분했던 아이였다..) 자지러지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선생님을 비롯해.. 모든 아이들이 화들짝 놀라 그 애를 쳐다봤는데..
현숙이는 선생님 보고 “안돼… 뭐하는 거야..” 라고 하더니… ”선생님 도망가세요!!” 라며 다시 비명을 질러댔다..
주변 아이들과 선생님이 몰려 들어 현숙이에게 진정하라며 몸을 흔들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어디갔어? 그 이상한 남자… 선생님은?” 이라며 우리에게 묻기 시작했다…
현숙이 말로는 조용히 수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교실 앞쪽 출입문이 스르륵 열리더란다..
그러더니 매우 창백한 남자 하나가 불쑥 들어왔는데.. 한 손에 칼이 들려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주위를 둘러 보던 그 남자는 현숙이와 눈을 마주치자 검지를 입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뜻을 보낸 뒤..
갑자기 칠판 앞에 계시던 선생님을 그 칼로 마구 찌르더란다…
그리고는 현숙을 보며 씨익 웃고 나서는 다시 문을 열고 나갔다고 한다...
모두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숙이 혼자만 본 상황이었지만..
어찌했건 모두들 이 학원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 알고 있기에..
다들 두려움에 떨 뿐이었다.. 현숙이는 그 다음 날… 그 수학 선생님이 갑작스런 급성 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 길로 퇴소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우연의 일치일까?
현숙의 상상 속에서 펼쳐진 일이긴 하지만.. 이상한 남자가 선생님을 찌른 부위가 복부였는데..
그 다음 날 선생님은 장염으로 응급실에 가셨다는 게....
그리고 그 다음날.. 학원 원장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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