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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저 예쁘죠?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2015.08.08 20:38조회 수 1110추천 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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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식사하세요-.. 연구도 좋지만 그러다 몸 상할까 염려되어요. "

" 나가, 작업 중에 노크하고 들어오라고 얘기했잖아. 나가라고. 내가 지금 한가롭게 테이블에 앉아서
칼질할 시간이 어딨어? 배고플 때 먹게 빵이랑 잼이나 갖다놔. 기계란 건 옆에서 늘 살펴야 한다고.
알아? 알았으면 지금 이렇게 무례하게 들어오진 않았겠지. "

"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이 저에게 그렇게 말하는 건 싫어요. "

" 방해하지마. "

" 오늘은 당신이 좋아하시는 생선 요리를-.. 여보, 여보. 한 입이라도-. 아아. "

아아.
정성스레 준비한 식탁엔 오늘도 저 혼자만 앉았어요.
둥근 식탁, 예쁘기도 하지. 의자가 여덟 개나 되지요. 아이들이 많이 생길거라며,
그이가 주문제작한 의자에요, 우린 아이들과 둘러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살기로 했었죠.
하지만 이젠 이 식탁이 안 쓰러워요.
저 혼자만 앉아있잖아요.
그래서 더욱 허전해보여요.

남편은 똑똑한 남자에요, 사람들은 그를 학자라고 부르죠.
특히 수학과 공학은 타고났어요. 학교 다닐 적에 저 역시 그에게 배웠구요.
사려깊게 가르쳐주는 그 모습에 전 반했죠.

그렇게 사랑하게 됐고 전 지금도 변함없어요,
하지만 남편은-. 모르겠어요, 외박을 하진 않지만 저에 대해서 조금 식었어요. 분명해요.
대신 기계를 아주 아주, 옛날보다 더 많이 사랑해요.
24시간 지켜준다구-, 후후. 아까도 들으셨나요. 옆에서 늘 살펴주겠다네요.
예민한 아이래요, 후후후.

직업 정신이 투철하기도 하지, 그런 그를 저는 사랑해요.
절 사랑하던 그가 이젠 기계를 사랑해요.
그의 일을, 그의 업을 사랑해요.
그런 그를 제가 사랑해요.

그는 저를 사랑할까요?

아뇨.

그는 이제 절 사랑하지 않아요.
그는 기계만 사랑해요.

그럼 저는 이제 제가 필요없어요.
우리 사이엔 아이도 없잖아요.
제게 사랑이 없다면 전 엄마도 될 수 없어요.
사랑이 없으면 저는 저조차도 될 수 없어요,
그가 없으면 저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제 전부가 '그'인걸요.

사랑해주세요-,
예전처럼 말씀해주세요,
아름답다고,
좋다고,
지켜주겠다고.

아?
좋은 생각!
그가 저를 사랑하게 만들 묘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렇게 된다면 분명 절 사랑하겠죠,
그럼 저도 절 사랑할 수 있겠죠,

전 할 수 있어요.
천재 학자의 옆에서, 그의 반쪽이 될 때까지 배운 저에요.

지식과,
사랑,
삶의 이유까지도, 그가 제게 가르쳐주었죠.

이제 제가 줄 차례인거죠?
예뻐지는거에요,
그가 나를 가장 사랑해줄 수 있는 모습으로!




탁한 공기, 얼마동안이나 이 방 안에 있었을까,
목에선 씁쓸한 쇠맛이 감돈다.
완전히 굳어버린 식빵. 먹긴 글렀군, 허기가 지기는 한데.
이틀이나 지났나. 젠장. 결국 완성하진 못 했잖아.

몇 마디 했기로서니 남편이 이틀이나 방 안에 박혀있는데 식사 한 번을 안 가져와?
차려놓으면 다야? 식사가 아니면 끼니라도 때우도록 해야지, 그 한 번 면박 줬다고 토라진거야?
이래서 여자란 생물이 마음에 안 들어.

" 미릴다! "

거실에 없다라, 잠을 자는건가?
평소엔 '네' 하고 잘만 달려오더니. 정말 토라지긴 한 모양이군.

욕실에도 없어, 뭐 물소리가 안 들렸으니 당연한 결과인가,
저런, 쥐가 있군. 주방 정리를 통 안 했잖아.

이상하다.
이 여자가 집 밖으로 나갈 땐 내 허락을 구하고 나가는데.
잠깐만.
뭐야, 이 바닥은.

피딱지? 피딱지 같은데?
한 두개가 아니야, 젠장, 이게 다 뭐야?

피, 고름, 머리카락이.. 엉켜선.. 이건 피부조직 같고..
이게 무슨..

금발..
미릴다? 미릴다의 머리카락이 분명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피, 핏자국, 핏자국-.. 따라가보자. 따라가보자.
그리 오래되진 않았어. 어딘가를 향해가는군.
발자국,

정확히 한 보폭씩 찍혀있는 걸 봐선 억지로 끌려가진 않았군.
비교적 차분했던거야.. 일단 그건 다행이야. 하지만..

" 미릴다! 어디 있어! "

" 미릴다! "

어디까지 가있는거야,
벌써 현관을 지났다고,
실험실? 실험실까지?

...

점점 핏자국이 선명해져,
마침내 문 앞에서 핏자국은 멈췄지.
피가 진득히 묻은 손잡이 앞에 날 데려다놓았군.
안에서 들리는 소리-..
미릴다, 그녀겠지.
그녀길 바래야지.

" 미릴다? "

" 여보? 아, 저에요! 안에 있어요! "

후.. 진짜, 저 망할 여편네-..

" 피를 흘린 거 같던데! 다쳤으면 다쳤다고 얘기를 해야 병원에 데려갈 것 아냐! "

"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그랬죠! "

" 무슨 헛소리야, 지금? "

" 들어오세요, 절 봐주세요, 예쁜 제 모습을 보고 예전처럼 사랑해주세요! "

뭐라는거야.

" 당신은 충분히 아름다워. 철없이 굴지말고. 어서 나와. "

" 사랑해주지 않으셨잖아요, 이젠 예뻐요, 24시간 옆에서 지켜주고 싶을거에요! "

... 내가 너무 무심하긴 했던 모양이군.
그 양 같던 여자가 마녀처럼 꾀를 쓰는 걸 보면.
핏자국은 자학의 흔적인가. 산책이라도 같이 가야겠어.

" ... 이봐, 성형이라도 한거야? 그런 건 의사한테 맡겨야지, 변변한 마취제도 없이.. "

" 여보! 예쁘죠! "

" ... ?! "

" 예쁘죠! 어때요? 저 예쁘죠! "

" 우, "

" 예쁘다고 해줘요! "

" 우아아악! "

" 거기 계세요? 어디? 어디 있어? 예쁘죠? 그렇죠? "


신이시여,

용서하소서,

제 아내를 용서하소서,

다만 벌하소서,

천사를 타락하게 한 못된 악마인 저를,

부디 벌하소서-..

 

나는 똑똑히 보았다,

실험실에 있던,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출처 : 오늘의 유머 - 환상괴담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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