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Reddit

[reddit] 에밀리 호수에 대해서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2015.08.13 17:00조회 수 875추천 수 2댓글 2

    • 글자 크기



아내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한 것은 신혼 여행때였다. 에밀리 호수로 갔었는데 아내는 세상에서 여기가 제일 좋다면서, 어릴적 여름이면 여름마다 여기서 시간을 보냈었다고 했다. 

그 날 밤에는 호텔에서 보트 하나를 빌려서 호수 위에서 일몰을 보려고 했다. 만약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벌거벗고 수영할 수도 있었다. 

세상에, 빨간 드레스(아내가 좋아하는 옷이다)를 입고 나온 아내의 모습은 정말이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저물어가는 태양빛 아래 피부는 빛났고, 순간 나는 나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가 에밀리에 대해 말했었나?" 
아내는 물을 휘저으며 말했다. 

" 예전에 에밀리라는 사람이 이 호수에 빠져 죽었어. 수영하던 그녀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해초에 감겨서 말이야. 아무도 없어진 줄 몰랐는데, 다음날이 되어서야 발견됬어. 머리가 감겨가지고 호수 표면에 발만 보였는데 아래위로 둥둥 떠다녔대."

"신혼여행에 어울리는 얘기구만"
아내는 웃었다. 

"그냥 유령 얘기야, 이리와 수영이나 하자"
"지금?"  호수를 보니 물이 까맣고 기름기가 있는데다가 해초로 가득했다. "여기서?"

"이러면 괜찮아"
아내는 머리를 땋아올려 빨간 리본으로 묶었다. 빨간 드레스와 참 어울리는 리본이었다. 
"그리고 난 여기가 정말 좋아. 여기선 누구도 날 해칠 수 없거든" 
아내는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갔다.

잠시 후 보트쪽으로 허겁지겁 올라오더니 숨을 헐떡인다.
"뭔가가 머리를 잡았어" 
농담인줄 알았는데 눈빛을 보니 그게 아닌가보다. 수건으로 감싸주고 물속을 바라보는 아내를 안아줬다. 

그러더니 웃는다.
"나 정말 웃기네" 아내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멍청한 옛날 얘기에 혼자 속았나봐. 그냥 내 착각이었던 거 같아. 난 여기가 정말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 소름끼치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닻을 올리고 있는데 아내가 말했다.
"여기선 누구도 날 해칠수 없어"
"당연하지"

거짓말이었다.
닻이 물 밖으로 모습을 비쳤을 때, 나는 아까 아내가 맸던 빨간 리본이 그곳에 나비 모양으로 묶여 있는 것을 봤다.



출처 : 오늘의 유머 -  공명의함정 님
 
 
 


자연보호해요~~

    • 글자 크기
[Reddit] 어두위지는 불빛 (by 안동참품생고기) [Reddit] 여섯 밤 (by 뉴뉴뉴)
댓글 2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2798 Reddit [Reddit] 눈 위의 발자국2 title: 잉여킹아리수드라 682 1
12797 Reddit [Reddit] 당신은 복종합니다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747 1
12796 Reddit [Reddit] 묘지의 낯선이들1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785 1
12795 Reddit [Reddit]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2 title: 아이돌뉴뉴뉴 769 1
12794 Reddit [Reddit] 미안해 엄마2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869 1
12793 미스테리 [Reddit] 벽난로에 있는 미스테리한 무언가2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성인메뉴관리자 776 1
12792 Reddit [Reddit] 보균체2 title: 아이돌뉴뉴뉴 976 1
12791 Reddit [reddit] 비명소리2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 789 1
12790 Reddit [Reddit] 수호자들2 title: 아이돌뉴뉴뉴 763 1
12789 Reddit [Reddit] 아들에게 해주는 무서운 이야기2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1354 1
12788 Reddit [Reddit] 어두위지는 불빛2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1215 1
Reddit [reddit] 에밀리 호수에 대해서2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875 2
12786 Reddit [Reddit] 여섯 밤2 title: 아이돌뉴뉴뉴 668 1
12785 Reddit [Reddit] 오랜 친구들2 title: 아이돌뉴뉴뉴 694 1
12784 Reddit [Reddit] 요리사2 title: 아이돌뉴뉴뉴 915 1
12783 Reddit [reddit] 이 애들은 너무 귀엽잖아1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886 1
12782 Reddit [reddit] 입장료2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952 2
12781 Reddit [reddit] 자살 유서1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289 1
12780 Reddit [Reddit] 줄리아는 똑똑한 아이였어요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751 1
12779 Reddit [Reddit] 줄리아는 똑똑한 아이였어요3 title: 다이아10개나는굿이다 1319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