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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퇴근길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2015.08.13 17:08조회 수 688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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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도 덥네.."
 
점심시간에 회사 밖으로 나와 태양 아래 서니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하루하루 열심히, 하지만 여실히 무력한 내 자신에게 참 미안하기만 하다.
 
"오늘 점심은 뭐 먹나요?"
"오늘은... 음... 아, 오늘 수요일 아닌가?"
 
그래, 오늘은 수요일이지.
일주일 중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밖에서 식사를 해도 비용을 지원해주는 날이다.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자~"
"네."
 
한참 앞서서 얘기하는 S형의 의견에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대답하며 걸어간다.
아.. 덥구나.. 그것도 무척이나..
 
걸어가면서 그냥 해장국을 먹을지, 아니면 내장탕을 먹을지..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것도 참 행복하다.
 
뭐, 지금 아니면 할 수도 없는 고민 아닌가..
오늘은 그냥 무난하게 우거지 해장국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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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9시.. 군대군대 사람들의 빈자리가 보인다.
그리고 곧 내 자리도 빈자리가 되겠지.
 
"먼저 들어갑니다."
"어~ 들어가~"
 
눈맞춤 없는 인사를 주고받고, 회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러다 핸드폰을 보니, 어머니에게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여보세요?"
"어, J냐?"
"네, 어머니. 목소리가 많이 피곤하신가봐요."
"어, 잠깐 잤어."
"아까 연락하셨던데, 무슨 일이세요?"
 
내용인 즉슨, 나에게 안쓰는 TV가 있는데 딱히 용도가 없다면 달라는 내용이였다.
최근에 단순 나의 욕심으로 60인치 TV를 장만하면서 전에 쓰던 32인치 TV를 안쓰고 있었는데, 용캐 기억하신 모양이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주고 가져가시라고, 그리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아... 어둡다.."
 
저녁 밤은 언제나 처럼 어두웠고, 내 마음도 언제나 처럼 꿀렁꿀렁하다.
29살을 시작하면서, 내 서른은 창창하리라 다짐하고 굳게 믿었지만, 글쎄다..
지금이 저녁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내 앞은 답답하고 캄캄하다. 물론, 전혀 생각치 못한 전개라 참 슬프다.
 
"하아.."
 
뭐, 어쩌랴. 이럴 땐 그냥 누구나 그렇겠지 하고 자기 위로라도 열심히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길바닥에 "대" 자로 누워 하늘 바라보고 세월아 네월아 하겠지.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9시 25분이다. 참 빨리도 시간이 갔다.
집에 가면 뭐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전철역으로 향한다.
딱히 집에서 할 것들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그저 이런 생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루저같아 보여 싫다.
고민하는 척이라도 하면서 나에게 의욕을 불어넣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찌됬든, 빨리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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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대림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입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여기저기 커뮤니티 사이트를 뒤적일 무렵, 집에 거의 가까워졌다고 알려주는 안내방송의 소리가 들렸다.
슬슬 정신줄을 굳게 잡아야 할 때다.
매번 정신없이 핸드폰에 집중하다 내릴 역을 지나친게 몇번째던가.. 너무 많아 셀 수가 없다.
그리고, 지하철 안의 사람 역시 너무 많아 셀 수가 없다.
정말 징글징글 하다.
이렇게 많은 인원을 태운 지하철이라는 존재에 대해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을 무렵, 갑자기 지하철이 멈춰섰다.
 
"앞차와의 간격을 위해 잠시 정차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의...."
 
딱히 관심도 없고, 나에게 양해를 구할 필요도 없지 않나 하는 피도 안마른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해집었다.
그냥 빨리 집에가서 씻고, 게임 좀 하고, 인터넷 좀 하고, 침대에 누워서 왕처럼 크게 자고 싶다.
그 뿐이었다.
 
"뭐지? 앞에 무슨 일 났어요?"
"모르겠네요, 저 앞에 뭔가 있나본데 보이질 않아요."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뭔가가 앞에 있고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이제 관심이 좀 생기기 시작한다.
누가 변태 짓을 하다가 걸렸나, 아니면 누가 싸우기라도 하는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광신도가 또 설파를 목적으로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걸까..
이런 저럼 호기심이 내 머리를...
 
빠아아아아아앙!!!!!!!!!!!!!!!!!!!!!!!
 
"꺄아아아악!"
"으아악!"
 
갑자기 어마어마한 경적 소리에 모든 사람들이 단말마 같은 비명을 질렀다.
나도 마찬가지, 아직도 귀가 울리고 있다.
뭘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쿠콰콰캉!!!!!!!!!
 
갑자기 내가 타고 있는 전철이 쇳소리를 내며 나를 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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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윽...."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실컷 얻어맞고 땅에 버려진 불쌍한 엑스트라1의 기분으로 정신을 차렸다.
매캐한 냄세, 어두운 시야, 저릿저릿한 감각..
뭔가 큰 일이 벌어진 건 확실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끊기기 전의 일을 되짚어보면, 이는 필시 전철이 서로 부딪혀 사고가 난 것이리라..
시야가 점점 돌아오면서 난 주변의 상황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전철은 뒤집혀 있었다. 이건 확실했다.
왜냐면 난 지금 시트 등받이에 누워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 말고도 한가지 이상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느껴졌다고 말하는게 맞는 것 같다.
보이지 않았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이 넓은 전철 안.
수많은 좌석에 뺵뺵히 앉아 날 압박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내 주변에는 없다.

단 한명도 없다.

하다 못해 그 사람들이 남겼을만한 흔적 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해할 수가 없다.

뭐지? 대체 뭐가 일어난거지?
그토록 큰 사고였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아무도 없을 수 있지?
 
챙강!
 
전철 밖에서 쇳덩이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일종의 쇠파이프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다.
다른 생존자가 있는 걸까.
일단 지금은 여기 있는 것 보다 밖으로 나가는게 이익일 것 같았다.
 
"윽"
 
몸을 일으켜 새우니 근육들이 울어댄다.
예전에 한참 살뺸다고 헬스클럽 다닐 때, 운동을 빡세게 하고 다음날에 함부로 웃지도 못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그떈 배만 아팠었는데, 지금은 온 몸이 아프다.
 
철컹
 
힘겹게 전철의 문으로 기어 올라가 문을 열었다.
생각보다 문이 쉽게 열려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온 몸이 울어대고 있는 이 상황에 개폐장치니 뭐니 퍼즐 게임 마냥 이것저것을 건들어야 했다면 정말 죽을 맛이였을 것이다.
겨우겨우 힘을 쥐어짜내 전철 위로 올라왔다.
분명 지하도 안일 것이다.
주변은 온통 어둠 뿐, 그렇게 큰 사고였는데 불도 보이지 않고 사람 역시 보이지 않았다.
만약 이런 장소에 혼자 왔다면 그것 나름대로 굉장히 무서웠을 것 같다. 아니, 미친듯이 무서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도 역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 앞서 내 머릴 강타하고 있는건, 왜 사람이 아무도 없냐는 것이었다.
이상해도 한참 이상했다.
그렇게 큰 사고였는데, 다들 그냥 도망친걸까?
나는 정신을 잃고 있었으니 내버려두고, 모두 밖으로 나가 버린 걸까?
 
"...이 있네."
"헉!"
 
갑자기 뒤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놀라 죽을 뻔 했다. 뭐지?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누구.. 세요?"
"......"
"저기요?"
"....."
 
처음엔 몰랐는데, 잘 보니 여자 같다. 아니, 여자 아이인가?
체구가 작아서 나이가 많이 어려 보인다. 왜 여기 있는거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일단 대답부터 해주었으면 하는데 말이 없다..
몇번 말을 걸어봤지만 끝끝내 대답하지 않는다.
하, 망할..
되는 게 하나도 없는 하루다.
 
"하아.. 저기 여기서 일단 나가야 할 것 같은데 뭐 아는 것 없어요?"
"......"
".... 미치겠네."
 
그래도 뭔가 사람이 옆에 있다는게 큰 안도감을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안도감은 이내 지금 상황에서 내가 무얼 먼저 해야하는지 갈피를 잡아주고 있었다.
일단은 이 거지같은 공간에서 어떻게 해서든 빠져 나가야 하는게 급선무다.
지금 내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라는 거지.
주머니를 뒤져보니 깨어날 때 부터 잊고 있던 핸드폰이 튀어 나왔다.
액정은 완전 아작이 났고, 터치조차 되지 않는다. 아, 망할 LX폰.
다행히 핸드폰 액정에 빛은 들어온다. 일단 이걸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드는데 앞의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의 귀여운 얼굴에 핸드폰 빛이 닿았다. 작은 눈망울은 깊고, 또 무심하게 느껴졌다.
 
"이제부터 길을 찾아볼건데, 같이 갈거...에요?"
 
순간 반말을 할 뻔 했다.
 
"......."
 
그리고 여전히 말이 없다.
 
"후, 전 갈꺼니까 그쪽도 따라올거면 따라와요. 여기 있어봐야 좋을 것도 없을텐데."
 
그렇게 얘기하고 고갤 돌렸을 때였다.
 
"....지마."
 
뭔가 작은 소리로 그 아이가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
 
"네?"
"......"
 
그리고 다시 침묵.. 크아, 미치겠다.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
".....가지마."
"엥?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그럼 여기서 구조를 기다릴 거야? 그전에 숨막혀 죽을 것 같은데?"
"......"
"아, 그냥 말 편히 할게.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거든? 여기 있어봐야 더 위험할 것 같으니까 나가는게 좋을 것 같아.
그러니 아저씨랑 같이 나가자. 도와줄게."
"......"
 
그리고 다시 긴 침묵이 이어진다. 이건 뭐 말을 이어갈 수가 없다.
지금 일을 하기 전, 그러니까 하고 싶다는 걸 하겠다면 막무가내로 사진을 찍던 때가 생각났다.
그 때 만난 수많은 아기와 어린이들에게 사탕과 카라멜을 핑계로 이쁜 사진을 뽑아내려 얼마나 많은 피땀을 토해냈던가..
하지만 지금 내 손엔 달달한 사탕도, 쫀득한 카라멜도 없다. 다부숴진 핸드폰과 수많은 먼지 뿐.
그렇다고 이 아이를 그냥 두고 갈수도 없지 않은가.. 딜레마다..
 
"정 아저씨가 마음에 안들면 여기보다 저기 굴다리 옆으로 피해있어. 곧 구조대가 올테니까.
아저씬 먼저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찾아보러 갈꺼야."
"...."
"그럼 아저씬 먼저 간다."
 
이 엉망이고 비현실적인 공간에 말도 안되게 차분한 소녀에게, 나는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일단 다음 역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났으니, 앞으로 직진하면 되리라 쉽게 결론을 지었다.
언젠간 길이 끝날 것이고, 혹은 그 전에 옆길로 샐 수 있는 문이라도 나온다면 그것이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평범했던 퇴근 길이 전혀 평범하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곧 바로잡을 수 있을거란 희망이 샘솟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행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희망은 또 언제 솟았냐는 듯이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꺄아아아아악!"
 
가녀린 목소리다. 분명 아까 그 붙임성 없는 소녀의 목소리일 것이라 확신히 들었다.
아, 미쳐버리겠다.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공포가 스믈스믈 내 뇌리를 잠식하고 있다.
일단 돌아가야 할 것이다. 아니 이미 돌아가는 중이다.
난 착한 놈이고, 그렇게 살아온 내 자신을 배신할 수 없다.
 
그렇게 달려 전철이 처참히 뒹굴고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지하도 벽에 얼굴을 묻고 뒤돌아 있는 소녀가 보였다.
뭔가 위화감은 들었지만, 그것은 확실히 아까 보았던 그 소녀다. 그리 생각했다.
 
"괜찮니?"
 
공포와 싸우기 위해, 소녀에게서 거리를 벌리고 예의상의 안부를 물었다.
물어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내가 왜 여기까지 다시 돌아왔는데!
난 내 노력을 배신할 순 없었다.
 
"방금 전에 니가 비명지른 것 아냐? 뭔가 무서운 거라도 있니?"
 
그렇게 물어보며, 또 다시 억누른 공포가 기어 올라오는 걸 느꼈다.
 
끽..끽..꺼거거거걱..꺼걱...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뭔가 뒤틀리는, 꼬이고 부서지고 갉아지는 소리였다.
살아서 들어본 적 없는 소리다. 아니, 들어본 적은 있다. 호러 영화같은 곳에서 말이지.
 
뿌저저적..뿌직...끄가가각..
 
으아, 귀가 간지럽다.
그리고 귀가 간지러운 만큼 내 손과 발끝부터 내 몸으로 소름이 쫓아온다.
미쳐버릴 것 같다.
그래,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건 명백했다.
그 소리의 기원은, 그 소녀였다. 그래, 확실해.
 
"..........라니...까"
"....응?"
 
그'것'은 뭐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 난 무심결에 되묻는 인생 최대의 실수를 했다.
 
"가지...마...라니..까.."
 
이윽고 그 '무언가'의 머리가 그대로 뒤집어져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뒤집어진다는게.. 날 고개를 돌려 보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여자아이의 입술이 있던 자리에, 아까 봤떤 공허하고 막막한 눈이 보인다.
그리고 깜빡인다.
 
그녀의 이마가 말한다.
 
 
 
 
 
 
 
"가지마...라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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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발로 바닥을 쿵 찍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날 쳐다본다.
난 아직 사태 파악이 안됬다고, 뭐야 이건..
 
"지금 내리실 역은 대림, 대림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그리고 멍때리고 있는 나에게 안내방송은 친절히 곧 네 집에 다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 그건 꿈이였다. 지독한 악몽.
가끔 귀신 꿈을 꾸기도 했고, 그 후 일어나서 잠을 설치고는 했었지만..
퇴근 길에 꾸는 귀신 꿈이라니, 그것도 쪽팔리게 말이야..
오늘 운수는 진심으로 좋지 않은 모양이다.
 
여튼, 그런 멋쩍은 상태로 30초정도 있으니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의 그런 상태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낚아채신 이쁜 여성분과 가볍게 눈맞춤도 했다.
 
일탈같은 악몽과 평범한 퇴근이라, 이 경험도 나름 유니크한 경험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지마"
"응?"
 
하며 뒤를 돌았다.
 
"가지마."
 
 
그 여자아이는 웃고 있었다.




출처 : 루리웹 - 구름시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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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공포 소설 - 도플갱어 (by 패널부처핸접) [실화]분신사바.中 (by ILOVE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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