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고갯 마루의 토째비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성인메뉴관리자2015.08.17 10:12조회 수 694추천 수 2댓글 3

    • 글자 크기



경상북도 반진개(신안)는 제가 자랐던 곳입니다.



그다지 특색 없는 평범한 마을이지만 옛날부터 사람들을 수시로 놀래키던 토째비가 있었습니다. (제가 철들기 전에 고향을 떠났기에 아직도 그 놈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이야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토째비라는 것입니다.



토째비란 도깨비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흔히 도깨비라고 하면 두 개의 뿔에 가시 방망이를 들고 다는 것으로 동화나 이야기 속에서는 그렇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제 강점기 때 이민 온 일본 오니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토종 도깨비는 도포 같은 것을 입고 갓을 쓰고 다녀, 그리고 집에 눌어 붙어 서양의 폴터가이스트 현상과 유사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래는데, 이런 집을 터가 세다고도 하고 보통 도깨비집이라고 부릅니다.



여하튼 고향의 토째비는 어느 특정한 집에 머물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넘나다니는 반고개라는, 애장터가 있는 고갯길에 주로 나타나 밤에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을 자주 골탕 먹였습니다.



이 토째비의 장난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 친척 할아버지께서 겪은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할아버지가 초상집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너무 약주가 과해서 사람들이 자고 가시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혼자 기다리는 할머니가 걱정 한다고 만류를 뿌리치고 취한 걸음으로 반고개를 넘어갔습니다.



옛말에는 조용한 밤길을 걸을 때 어느 낯선 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세 번 까지는 대답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呂)아무개 영감 어디 가나?"



너무도 친숙한 목소리 처음에는 잘 못 들은 줄 아셨습니다.



"이보게 여공 어디를 가나?"



할아버지는 그만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가는 길이네."



"나도 집에 가는 길인데 같이 갈까?"



"그래그래, 가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친근하여 할아버지는 스스럼 없이 같이 가자고 했고, 그 정체불명은 자시는 길 안내 한다고 앞장 섰습니다. 할아버지는 취기가 올라 무작정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따라갔습니다.



"여기 개울인데 바지 걷게."



할아버지는 무조건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여기는 가시 덤불인데 이제 바지 내리게."



그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밤새도록 그것만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밤이 늦었네. 여기가 내 집이니 여기서 자고 가게."



"응 그러지."



할아버지가 정신을 차리신 건 멀리 동이 트는 새벽.



축축한 논두렁에 누워 계셨습니다.



"할아버지 여기서 뭐하십니까?"



할아버지를 깨운 사람은 같은 동네의 조카뻘 되는 학생인데, 새벽밥 먹고 학교가다가 할아버지를 발견한 것입니다.



머리는 산발한 상태고, 상의는 온 데 간 데 없고, 하의는 죄다 찢어져 드러난 맨살엔 온통 가시덤불에 긁힌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으응? 여기가 어디지 분명 친구네 집에서 잤는데……."



학생이 불러온 동네 장정들의 부축을 받아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의 말대로 토째비에게 홀린 것 같았습니다.



누군지 전혀 모르는 목소리를 친구라고 여기고 밤새도록 온 산을 헤매고 다녔던 것입니다. 가시덤불이 나오면 개울이라고 바지 걷으라 하고, 개울 나오면 가시덤불이라고 바지 내리라고 하고 등등.



할아버지가 토째비에게 홀린 이야기는 이웃 마을까지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한 동안은 열시 넘어 어느 누구도 절대로 반고개를 넘어가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잠밤기 - 법왕 님의 투고괴담



내이름은 손날두

호날두 동생이지

    • 글자 크기
댓글 3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042 실화 굶어죽은 귀신이 붙은 팀장이야기 -2- (몇년후)3 백상아리예술대상 899 1
1041 실화 굶어죽은 귀신이 붙은 팀장이야기 -3-3 백상아리예술대상 845 1
1040 실화 논산 훈련소에서 본 귀신 경험3 백상아리예술대상 488 1
1039 실화 영화관 아르바이트생들이 겪은 이야기4 백상아리예술대상 813 2
1038 실화 외할아버지가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2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628 1
1037 실화 가로등 밑 바이크2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481 1
1036 실화 의문의 전화2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480 1
1035 실화 도사우치 비제이 폐교 방송에 포착된 여자 귀신3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485 1
1034 실화 심야괴담회 - 중국 파견근무에서 겪은 귀신 괴담4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479 1
1033 실화 심야괴담회 - 대물림2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475 1
1032 실화 심야괴담회 - 군견소대 괴담2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475 1
1031 실화 심야괴담회 - 계단 밑 창고1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477 1
1030 실화 심야괴담회 - 두번의 화장3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482 2
1029 실화 심야괴담회 - 할머니의 선물, 그리고 고양이2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505 1
1028 실화 심야괴담회 - 의과대학 부검실 귀신4 title: 아이돌미션임파선염 548 1
1027 실화 공포 괴담 1편3 title: 빗코holllhohl 478 0
1026 실화 공포 괴담 2편2 title: 빗코holllhohl 479 1
1025 실화 공포 괴담 3편2 title: 빗코holllhohl 479 1
1024 실화 공포 괴담 4편2 title: 빗코holllhohl 478 1
1023 실화 심야괴담회 - 신혼집의 다락방 귀신1 title: 메딕제임스오디 485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