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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지하실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성인메뉴관리자2015.08.17 10:12조회 수 871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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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휴가를 떠났지만 나는 일을 뺄 수 없어 한 주를 혼자 집에서 보냈다. 시간은 새벽 2시 쯤, 나는 어두운 내 지하실에서 무서운 영화를 보며 밤 늦게까지 깨어있었다. 내가 어느정도 수준까지의 공포를 견뎌낼 수 있는지 한 번 알아보고 싶었다 - 물론, 우리 집 안에서는 안전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말이다.
 
그리고는 1층에서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집에 가족이 있었더라면 흔한 일이었다 - 가족 어느 누구라도 지하실 문 옆으로 난 현관 복도를 지날 때면 어김없이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엄청난 공포가 나를 꿰뚫었다. 반사된 내 모습은 곧바로 TV를 꺼버렸다... 지하실 문은 코너에 사다리 형식으로 있었기 때문에, 누가 위에 있건 간에 불빛은 볼 수 없을 것이었다.
 
내가 완벽한 어둠 속에 잠겨 앉아있는 동안, 누군가 에서 지하실 출입문 핸들을 딸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아주 천천히 몸을 움직여 커다란 TV 뒤로 기어 들어갔다. 한 번에 몇 cm씩 움직이면서, 아직까지 TV의 검은 화면이 옅게나마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겁에 질렸다. 카페트가 깔렸지만 여전히 끼릭거리는 계단을 타고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TV 뒤에 몸을 숨긴채 나는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긴 시간 동안,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침입자가 TV의 잔광을 봤을까? 아니면 그 전에 TV가 꺼졌을까? 그 사람은 지금 저 어둠 속에서 내가 내는 소리를 찾으려고 가만히 서 있는거야? 나는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느껴지는 시간동안 그 뒤에 몸을 뉘이고 숨을 죽인채 굳어 있었다. 내 공포가 조금씩 물러나자, 생각을 더 또렷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들은 소리가 정말 침입자가 낸 소리인가? 어느 누구라도 저 어둠 속에서 그렇게 긴 시간동안 가만히 서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게 가능한가? 지하는 정말이지 극도로 조용했기에 오히려 그 침묵이 내 귀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이 알 수 없는 사람이 정녕 바스락 거리는 소리나 숨소리, 혹은 그 외에 낼 수 있는 소리를 죄다 피하고 완벽한 침묵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진짜 침입자가 들어왔다면, 그리고 지하실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엄청 시끄럽고 문이 딸깍거리는 소리가 났으니깐 분명 그 사람이 아직 지하실에 있다는 말이지. 그리고 윗층에 있다 한들 지하실까지 들리지 않도록 발소리를 숨긴다거나 할 방법은 없을테니까...
 
입에서 침이 나와 카펫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나는 차라리 머리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시간이나 죽이자 생각했다 - 침을 삼킴으로써 날 수 있는 소리의 위험을 감수할 순 없었다. 60초까지 한 번, 두 번... 세 번... 60번... 그리고 이쯤 되자 내 공포는 사라졌고 이제 내 머리에는 혼란스러움 이외의 느낌은 남아있지 않았다. 얼추 내가 이 어둠 속에서 거의 2시간 가량 숨어 있었을테니까, 그리고 아직도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니까. 만약 침입자가 진짜로 있다면,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 마침내, 나는 몸을 움직이기로 마음 먹었다.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있는다면 분명 언젠가 해가 떠 지하실 벽에 달린 창을 통해서 빛을 비춰주겠지... 그리고, 더 최악의 상황이 닥쳤다. 뭔가 끔찍하고도 넌덜머리나는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이전에는 없던 속도로 아주 천천히, 나는 벽을 따라 천천히 계단을 향해 나가기 시작했다. 만약 누군가가 저기 저 어둠 속에 서있다면, 이 방향으로 마주치지 않고 돌아가서 입구로 재빨리 도망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동안 그 끔찍한 냄새는 심화되고 있었다. 아니, 밤중에 여기서 뭐가 죽었어?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냄새가 안 날텐데... 뭔 시체-괴물 형상을 한 괴생명체가 어둠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상상이 내 머리속을 후비며 들어왔고, 나는 가능한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 한에 최대한 몸을 민첩하게 움직였다.
 
마침내 계단에 다다르자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왔다. 마치 뭔가가 바닥 위로 떨어지거나 무너지는 듯한 소리. 그리고 나는 그 소리와 동시에 계단을 향해 총을 쏘듯 달려 올라가 지하실 문을 벌컥 열고 현관문까지 열어 제꼈다. 이제 확실히 누군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나는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한 뒤 집에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았다.
 
경찰이 출동해 집 안을 뒤지더니 엄한 얼굴을 하고는 나에게 돌아와 이런 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 시체를 발견했다고 - 나이 지긋한 이웃 노인이었는데, 보아하니 심장마비로 죽은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이 생각하기에는 아마 내가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내버려둔 사이에 그가 죽어가는 와중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우리 집에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 불쌍한 노인이 나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말 그대로 죽어가는데 나는 그저 어둠 속에 앉아있기만 했다는 사실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그 후 알아차렸다 - 그럼 아까 떨어지던 그 소리는 뭐지, 내가 듣자마자 집 밖으로 뛰쳐나왔던 그 소리는? 경찰에게 물어봤고 그들이 확인해준 바로는, 우리집 뒷문 역시 현관문처럼 열려있던 상태였고 진흙 바닥에는 발자국 하나가 찍혀 있었다고 한다. 어째서인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가 알 수는 없겠지만, 다른 누군가가 노인과 내가 있던 지하실에 함께 있었던 것이다... 숨을 죽이고 기다리면서, 그리고 막 죽은 신선한 노인의 시체 위로 귀를 기울인 채.
 
 
 
출처 : 오늘의 유머
 


내이름은 손날두

호날두 동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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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이름 (by 뒤돌아보지마) 4문장으로 공포소설 쓰기 (by 전이만갑오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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