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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망상증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2015.08.18 08:57조회 수 754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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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어?"
까만 긴 생머리에 잡티 하나 없이 맑은 흰 피부, 오똑하게 솟은 코 유난히 큰 눈에 맑은 눈동자가 빛나는 여자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인상은 전체적으로 귀여운 어린 암사슴을 보는 것 과 같았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는 몇년 전부터 매일 꾸준히 내 눈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항상 일정한 시간이 되면 같은 시간에 내 앞에 나타났다. 그곳이 어디건 누구와 있던지 항상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같은 질문을 던지고 같은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내 인생에 처음 등장한 그 날부터 계속해서 무시해 오고 있었다.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무슨 질문을 하던간에 나는 절대로 그녀에게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실재하는 현실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나 생생한 감각으로 그녀를 느낄 수 있지만 또한 자연스럽게 그 느낌과 감각이 거짓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내 앞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존재감을 보이는 그녀는 진짜가 아니다. 나의 망상이 만들어 낸 기가 막힌 작품이다.
"왜 대답이 없어? 밥은 잘 챙겨먹었어?"
내가 대답을 하지 않음에도 그녀는 끈질기게 나에게 질문을 던지며 나의 반응을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대답을 하게 된다면 분명 눈 앞의 그녀는 매우 기뻐하면서 웃을테지만 반대로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나를 미친놈으로 여길 것이 분명했다. 그 누구도 실제가 아닌 허상과는 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최대한 그녀에게서 신경을 멀리 했다.
나의 반응이 너무 없자 그녀는 이제 고개를 쭈욱 내밀고 그 얼굴을 내 바로 앞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어 내 얼굴을 잡고 똑바로 고정시켰다.
"이래도 계속 모른척 할거야?"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지는 뺨에 손과 그녀의 목소리를 더이상 견디기 힘들어지자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아 버렸다.
일단 시야에서 그녀가 사라지자 다른 감각이 아직 남아있긴 해도 한결 나은 기분이었다.
뺨을 감싸던 느낌이 사라지자 나는 다시 천천히 눈을 떠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눈 앞에는 그녀가 나를 향해 원망이 가득한 눈초리를 보이며 서 있었다.
그녀는 눈동자 가득 원망과 한을 담고서 붉게 충혈된 눈으로 투명한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그녀를 모르는척 하면서 그녀가 빨리 사라지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기도가 먹혔는 지 그녀는 점점 멀어져 가면서 곧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떠나고 나서야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밝은 흰 색의 조명과 방의 분위기가 내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온전히 나만의 공간에 돌아오자 모든 것이 비로소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이곳이야 말로 그 누구도 나를 괴롭히지 않고 그 어떤 헛 것도 나를 괴롭힐 수 없는 완벽한 나만의 성이었다.
그 완벽한 순백의 세상 속에서 나는 심신의 안정과 평화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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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앞에는 흰색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그녀를 마주보며 앉아있었다.
그 중년의 남자는 한 숨을 내쉬며 소녀에게 말했다.
"저... 죄송스럽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어요. 부친께서는 요즘 간호사나 저까지도 무시하고 계세요. 증세가 너무 심각합니다. 차라리 병원을 자주 옮기는 것이 새로운 환경을 제공해서 자극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계속 병원을 옮기더라도 망상증의 진행을 막을 뿐 혜영씨를 알아보는 일은 앞으로 전혀 가능성이 없을 것 같습니다."
소녀는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 무서운 스토리
 


자연보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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