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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괴물

title: 아이돌뉴뉴뉴2015.08.20 03:43조회 수 727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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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 테디!]



[뭐, 이 빌어먹을 자식아]



[당장 가방 챙겨서 나오기나 하시지]



[설마, 젠장 잭! 제-발!]



[얼른!]



나는 주말 오후 두시 무렵쯤에 갑자기 찾아온 잭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주말 오후 두시, 이것의 의미를 모르는 멍청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멍청이가 아무래도 내 방 창문 아래서 날 부르는 저놈인 듯 하다.

덤으로 하나 더 말하자면 난 테디가 아니라 이안 스톡이고.



[그놈의 미스터리 어쩌고는 끝낼 나이도 안 되었냐?]



[무슨 소리! 지난번에 내가 찾았던 거 잊었어?]



[잭, 우리가 몇살이지?]



[응? 열여섯인데 그건 뭐하러 물어보는 거야?]



[그래, 우린 열여섯살이야! 수염은 벌써 옛날부터 났다고!]



[근데?]



[열여섯살에 그런 말도 안 되는 걸 믿는 녀석이 있을 것 같냐?]



[근데 테디, 너도 봤잖아 그 지하로 통하는 문을]



[누가 그냥 만든 거일 수도 있잖아?]



[그런 문을 왜 보통의 땅처럼 가려 놨겠어? 분명 뭔가 있어]



[신이시여, 제발 이 멍청한 놈을 구원하소서]



이런 녀석을 친구라고 같이 다니는 내 신세가 한심해서 한숨이 절로 나오는 듯 하다.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녀석은 엄청나게 들뜬 표정인데 애초에 이 나이를 먹고 귀신이니 초자연 현상이니 쫓는게 이상한 것 아닌가?

모름지기 열여섯에는 예쁜 여....아니, 학업에 충실해야 하는 법이지 그게 학생의 본분일테니까 말이다. 그런 을씨년스러운 곳을 찾는 것 따위는 집어 치우고.

녀석은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곳으로 가는내내 파라오의 저주니, 밝혀지지 않은 고대 유물이니, 사람들 눈에 띄지않게 숨어사는 괴생명체들이니 하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신나게 늘어 놓았다.



그렇게 동네에서 외곽으로 한 시간 가량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자 나온, 숲쪽에 있는 뭔가 텅빈 곳에 도착하였다.

숲에서 조금 깊숙히 들어가면 풀 한포기 자라지 않은 메마른 땅이 나오는데 위쪽으로는 저쯤의 나뭇가지들이 사방에서 뻗쳐와 햇볕을 가린 요상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간간히 돌무더기들이 발에 채이는데 모양새가 꽤나 네모반듯하기도 하고, 군데군데 건물의 기둥쯤으로 추측되는 것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있는 것이 이곳에 분명 어떤 건물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물론 그마저도 완전히 다 쓸려서 알아보기도 힘들지만.

그보다 이런 건 어른들이 먼저 발견하고 폐허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뭔가 굉장한게 있었습니다라고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야 이 미스터리에 푹 빠진 괴짜가 우연히 여길 발견해서 분명 뭔가 있다고 난리치며 날 끌고오는 일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가방에 손전등 있지?]



잭이 위치를 찾는 듯 바닥을 더듬으며 나에게 물었다.



[그래, 두 개정도 챙겨왔어]



[좋아, 그거 하나만 꺼내봐 테디]



[자, 그리고 난 이안이야 이안.]



[뭐 어때 테디베어 같은 테디]



잭은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시덥잖은 농담을 하며 손전등을 받아 옆에 두고는 이내 숨겨진 문짝 하나를 찾아 힘을 주어 열었다.



[근데 넌 궁금하지 않아? 누가 무슨 의도로 이 문을 이렇게 숨겨 놓은 걸까?]



[글쎄다.]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그 이유도 네가 여길 오면서 별 의미 없어진 것 같다만]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잭이 먼저 몸을 앉히고 우리의 몸둘레보다 좀더 넉넉한 작고 네모난 문을 발부터 들어갔다.

지상쪽의 문과 지하의 바닥의 높이는 대충 우리 키보다 약간 낮은 정도였는데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잘못 디뎠다간 발목을 삘 수도 있으니 잭의 상반신을 잡아 조심히 내려가게 하고 나도 몸을 눕혀 그 작은 문을 통해 내려갔다.



[테디 너 살 좀 빼야겠어]



[입 다물어, 잭]



잭이 내가 준 손전등으로 복도 끝을 비추어 보았지만 어째 당장 몇미터만 조금 밝아질 뿐 그너머로는 칠흑같은 어둠만이 있어 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지난번에도 확인했으면서 그런 표정이야?]



그래, 지난번에도 여기까지는 와서 확인했다.

그때도 분명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어둠이 나와 잭을 반겼었다.  



[잭....지금 두 번째 보는 거지만 이건 정말 이상하다고! 손전등이 낡아빠진 것도 아닌데 이렇게 안 보일리가 없잖아! 그냥 돌아가자 응?]



[너무 어두워서 그런 거야]



[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



[.....]



그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듣고 있을 때 불현듯 무언가 있다는 느낌이 확 올라왔다.

마치 저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 무언가 나타날 것 같다는 두려움. 

지난번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기에 나는 최대한 작고 그럼에도 꽤나 다급한 목소리로 잭에게 말했다.



[진짜 좀 그냥 돌아가자...제발]



[아니, 더 들어가 보자]



[이 미친 자식아, 제발 그냥 좀 가자!]



[테디, 아니 이안. 네가 그냥 좀 긴장해서 그래]



[그렇지만 뭔가 진짜 엄청 소름이 끼친다고]



[너 아까는 미스터리니 뭐니 안 믿는 것처럼 굴더니 의외로 겁 많네?]



[.....그래, 내가 못갈 줄 알고?]



순간적으로 욱해서 나도 모르게 그녀석보다 앞장 서서 성큼성큼 복도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테디! 테디! 이안! 이런 같이 좀 가!!]



겁이 많다고? 오냐, 네놈따위 뒤에 두고 내 남자다움을 증명해주마!

나는 그저 계집애 취급 받고싶지 않아 그저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정신없이 걸었을까.  



[....!!! .....!!! 이안!!!]



[....어?]



[하, 이제야 들리셨나 보네]



[여기가 어디냐?]



[낸들 알겠어? 한참 걸은 것 같은데 꽤나 빙- 돌았어]



[빙- 돌아?]



[어, 꼭 뭐라고 설명을 해야한담? 널 쫓아 걷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코너가 생기더니 점점 경사가 생기더라고]



[.....정말이네]



잭의 말대로 우리가 서있는 복도는 어느새 경사져서 밑으로 내려가는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모양으로 보자면 왜 나선 계단이라 부르는 거 있잖아? 꼭 그런 모양으로 내려가는 것 같던데?]



[계단은 아니지만 그런 것 같네, 근데 일단 어쩌지?]



[좀 더 내려가 볼까?]



[잭,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그냥 왔던 길로.....]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긴 아쉽잖아? 그리고 이 내려가는 길을 좀 봐, 분명 뭔가 있는 거라고]



[그래도....]



[그래서 내가 생각해 봤거든? 이거 혹시 지하로 내려가는 길 아닐까?]



[보면 모르냐?]



[아니, 생각해 봤는데 예전에 할머니가 고대 왕국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거든]



[아, 너희 할머니 이야기는 확실히 재밌지....근데 고대 왕국은 처음 듣는 것 같은데?]



[그렇지? 일단 내려가면서 얘기해 줄게]



[끙...같이 좀 가!]



지금이라도 돌아가려 했지만 잭이 먼저 아래쪽으로 걸어갔기에 나도 결국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 어떤 왕국이 있었는데...]



그리고 내려가는 길에 잭은 천천히 제 할머니에게 들었을 어떤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문명이 빛나던 어떤 평화로운 왕국이 있었다.

그 왕국은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아주 훌륭한 왕이 통치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에게 아주 큰 고민이 생겼다.

왕에게는 두 왕자가 있었는데 왕위를 물려받을 첫째 왕자의 성품이 무척 나빴던 것이다.

첫째 왕자는 아버지인 왕과 다르게 성미가 난폭하고 거칠며 매일 향락에 빠져 살았다.

반대로 둘째 왕자는 아버지를 닮아 온화하고 강직한 성품을 가졌으며 무척 지혜로웠다.

왕은 죽기 전 여러날 고민한 끝에 첫째 왕자 대신 지혜로운 둘째 왕자에게 왕위 물려주었다.

첫째 왕자는 자신이 왕위 물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나 둘째 왕자가 주술에 빠져 왕국을 망하게 하려 한다는 거짓 소문을 왕국에 계속 퍼뜨렸다.

결국 왕국의 백성들 모두 그 소문에 넘어가 둘째 왕자를 죽이라고 아우성쳤다.

둘째 왕자가 억울하다 소리쳐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첫째 왕자는 자신의 군대를 시켜 둘째 왕자를 따르던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고 둘째 왕자는 광장으로 끌고가 아주 높게 매달았다.

첫째 왕자는 둘째 왕자의 왕관을 빼았아 머리에 쓰고 새 왕이 되었다.

둘째 왕자는 모두가 올려다보는 가운데 아주 천천히 굶어 죽어갔다.

그리고 죽기 직전 자신을 올려다 보는 백성들에게 외쳤다.



°너희들 중 나를 왕으로 여기던 이가 정녕 있긴 있었던 것이냐, 어찌 저런 거짓에 넘어가 나를 해하는 것인가

너희 모두 제 주인을 해한 종과 같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다.

나는 세상에 없는 짐승의 모습을 하고 죽지않는 불멸의 존재로 다시 태어나 너희를 씹어 먹을 것이다.°-



[흔해빠진 왕위쟁탈에 허구적 요소 좀 집어 넣은 거네]



[뭐 그런 셈이지]



[그래서 그 뒤는?]



[그렇게 둘째 왕자는 왕국의 모든 사람들을 저주하며 죽었어]



[그리고?]



[그 다음에 정말로 저주를 내릴까봐 첫째 왕자는 사람들을 시켜 아주 깊은 지하를 만들고 거기에 둘째 왕자의 시신을 가두었다고 해]



[딱히 밝은 이야기는 아니군, 근데 그게 끝?]



[끝.]



[굉장히 시시한 이야기네]



[할머니는 여기까지만 들려주셨어]



[그 고대 왕국이라는 건 어떻게 되었는데?]



[글쎄다. 뭐 어디에서도 얘기 안 하는 걸 보면 무슨 이유에서든 흔적도 없이 망한게 아닐까? 그리고 어디까지나 할머니가 들려준 옛날 이야기잖아?]



그 옛날 이야기 하나에 여기까지 찾아오는 네놈은 어떻고 라는 말을 꿀꺽 삼키며 나는 잭과 도대체 어디가 끝인지 모를 것 같은 통로를 계속해서 내려갔다.



[잠깐....]



[......]



그리고 다시금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마치 더이상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마냥 분명하게 느껴졌다.

내가 그순간 느낀 감정은 말초적인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당장 돌아가자]



[뭐?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자고?]



[잭, 잘 들어....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미친짓 같아...우리 그냥 조용히 돌아가서 남은 주말 몇시간이나 즐기자고]



[난 안 가]



[제발 이 미친 자식아, 너 뭔가 찝찝하다는 느낌 같은 거 안 드냐!]



결국 나와 잭은 그자리에서 한바탕 싸우고 갈 길을 달리했다.

정확히는 내가 잭에게 욕을 퍼부은 거지만.



[난 간다.]



[그러시던가]



잭은 내가 같이 가지않는다는게 꽤나 심통이 났던 건지 그대로 손전등을 들고 더 깊숙히 걸어갔다.

나는 그 모습에 화가나기도 했고 더이상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같은 건 사라졌으니 가방에서 남은 손전등을 꺼내어 고작 몇미터 앞을 비추며 빠르게 위를 향해 뛰었다.

내가 지하에서 나와 손목시계를 봤을 땐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 있었다.



[열시?! 난 죽었다!!]



아직 지하에 있을 잭이 조금 걱정되기도 했지만 당장 급한 건 아버지가 날 죽이려고 벼르고 있는가였다.

이 시간까지 연락도 없이 집 밖에 있었다는 걸 알면 엄하기 짝이 없는 아버지가 날 가만두지 않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내내 얼마나 속으로 빌고 또 빌었는지!



[3주동안 용돈을 끊어야겠구나, 어서 네 방으로 올라가. 당장!]



[네....]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기에 나는 얌전히 내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누워 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보다 지금  벌써 열두시가 넘었는데 그녀석 나오긴 한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고있자 아니나 다를까 녀석에게 전화와 왔고, 그녀석은 무척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하아..하...테디?-



[너 설마 아직도 지하에 있는 거냐?]



-아니, 조금 전에 나왔어...후우...-



[엄청 뛰었나 보네, 그러니까 나 나갈 때 같이 나왔으면 좋았잖아]



-근데 말이야 테디-



[또 뭐.]



-내가 진짜 엄청난 걸 발견했어! 너한테 먼저 말해줄테니까 두시까지 아까 거기로 와! 끊는다!-



[뭐? 야! 잠깐....이 암덩어리 같으니라고!]



이딴놈을 친구라 두고있는 내가 멍청한 놈이다.

그래도 결국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가족들 몰래 다시 그곳으로 찾아갔다.

어쩌면 내가 그녀석이 발견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공포속에 있는 호기심 같은 거 말이다.





[좋아, 네가 뭘 알아냈는지 어디 한번 들어보자]



[일단 할머니가 해주신 얘기는 진짜였어]



나와 잭은 새벽 두시쯤에 그 지하로 다시 내려갔다.



[아, 그러세요?]



[테디, 난 농담하는게 아니야....일단 이것부터 봐봐]



그렇게 말하며 걷던 녀석은 폰 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 벽을 내게 보여줬다.

요상하게 생긴 거대한 짐승이 사람을 먹는 모습을 새긴 벽화.

그리고 알 수 없는 문장들, 도대체가 어느 나라의 글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고개만 갸우뚱 거렸다.



[이거 내가 끝까지 들어가서 찍은 거야, 그리고 내가 아까 집에 가서 뒷이야기를 할머니한테 졸라 듣고 왔거든?]



[그래, 얘기해 봐]



- 왕국은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비옥했던 토지는 메말라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땅이 되었고 모두가 굶주려 있었다.

향락에 빠져살던 왕이 그제야 심각함을 알고 제사장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내가 신의 노여움을 산 것 같은데 어찌하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가°



°폐하, 지금 노한 건 신이 아니라 굶어 죽은 폐하의 동생입니다. 만약 그를 달래지 않는다면 이 왕국은 백년도 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무엇을 하면 그놈을 달랠 수 있는가?°



°그는 이제 사람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니 죽기 전에 말했던 것처럼 사람을 씹어 먹을 것입니다. 살아있는 사람 일곱을 먹으면 오랜 세월동안 화가 누그러질 것입니다°



°어느 누가 선뜻 먹이가 되겠느냐°



°사형수 일곱을 쓰면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제사장은 왕과 사형수 일곱과 함께 깊은 지하로 내려갔다.

그 지하바닥에 또 두꺼운 철문이 있었는데 제사장이 그곳을 도르래로 열자, 캄캄한 밑바닥에서 기괴한 울음소리가 올라왔다.

사람의 울음 소리도 아니고 성난 짐승의 울음 소리도 아닌 것이 무척이나 기괴하였다.

제사장은 칼을 뽑아 사형수 일곱을 그 안으로 뛰어들게 하였다.

그러자 비명소리가 지하에 가득 울려 퍼졌다.

짐승이 살과 내장을 쩝쩝거리고 뼈를 핥는 소리가 한참동안 울렸다.

그러고나서야 지하에서는 마치 잠을 자듯 코고는 소리가 퍼졌고, 왕과 제사장이 문을 닫고 지상으로 올라갔을 때는 단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후 왕은 사람을 시켜 지상쪽의 입구를 바닥과 같은 모양으로 숨기게 한 후에 그를 죽여 다른 이들이 모르게 하였다.-



[믿으라고?]



[응.]



[잭, 난 네가 이정도로 멍청한 놈인 줄은 몰랐어]



[넌 그 벽화를 보고도 못믿어?]



[그건 그냥 벽화고 뭔가 상징적인 거일 거야, 애초에 사람 잡아먹는 괴물이 진짜 있었을 것 같냐? 정신 좀 차려]



[다 왔어]



[아....네가 찍은 곳이 여기야? 더럽게 기분 나쁜 곳이네]



[끄응차....]



[너 뭐하냐?]



내가 낡아빠진 벽의 끔찍한 벽화를 살펴보는 동안 그녀석은 무언가, 그러니까 도르래 같은 걸로 바닥의 철문을 열었다.



[봐, 그 철문도 있어]



[그냥 우연이야, 그리고 원래 그런 건 의외로 사실에 기반해서 쓰기도 하니까....]



[와서 보기나 해]



[......]



사실 두렵다.

애초에 그런 괴물이 있을리가 없는데도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두려움이 몸을 짓누르는 듯 했다.

밑을 내려다보자 도대체 뭐가 있는지 분간도 되지 않는 깊숙한 어두움만이 눈에 들어왔다.

괜시리 이 밑에서 기괴한 짐승 소리가 들린다는 착각에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좀 오싹하긴 하네, 잭...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자 이러다간 분명 내일 학교에서 하루종일 졸 거라고]



[아니, 넌 그럴 필요없어]



[응?]



그순간 몸이 공중에 떴다.

아니 정확히는 떠밀려져 깊은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온몸이 아파 비명을 질렀다.

잭, 저 ***이 날 밀었다.



[으...신발...잭!!!!]



[.......]



떨어진 곳은 캄캄하여 위에 있는 그녀석은 보일듯 말듯 하였다.

윤곽만 간신히 보이는 정도로



[이 미친 새끼야!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당장 사다리를 가져오던 해서 끌어올려!]



[그럴 순 없어]



[뭐?]



[살아있는 사람 일곱이 필요하다고 했어, 그리고 네가 이번의 첫 번째야]



[너 신발 그러니까 그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때문에 날 여기 쳐밀었다는 거냐!!!!]



[테디? 아니 이안, 날 너무 원망하지 말아....나라고 친구인 널 이렇게 밀어넣고 싶겠어? 근데 들었단 말이야]



[헛소리 좀 그만하고 꺼내주기나 해!]



그러나 내 외침은 들리지 않는 건지, 아니면 듣지 않는 건지 녀석은 말을 이어 나갔다.



[방금 잠에서 깬 것처럼 하품하는 소리]



[.....*** 하지마]



[그리고 꼬르륵 소리]



[잭 홀름!!! 장난 그만치고!!! 올려 달라고!!!!]



[타이밍이 좋았어, 마침 딱 깨어났을 때 내가 발견하다니 말이야...만약 나 아니었으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겠어? 어쩌면 그 괴물이 뛰쳐나와 죄다 잡아 먹을지 누가 알겠어?]



[이 성기같은 새끼야!!!! 올라가면 너부터 죽일 거야!!!신발 진짜로 죽여 버릴 거라고!!!!]



[모두를 위해서야, 잘있어 이안 스톡.]



그리고 철문이 닫혔다.

저 미친 새끼가 정말로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래, ***....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미스터리에 푹 빠진 괴짜 새끼랑 친구가 되는 일은 없었어야 하는 건데...

그보다 내가 첫 번째라면 저자식 또 누굴 여기로 끌고와서 던지겠다는 거잖아?



[신발..신발...]



움직이려고 해봤으나 떨어지면서 뼈가 부러진 건지 통증만이 밀려와 결국 울퉁불퉁한 벽에 기대어 한숨만을 쉬었다.

폰으로 경찰한테 연락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가지고 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그걸 가져 왔다고 해도 이렇게 떨어졌다면 분명 망가져서 쓸 수도 없을 것이다.



[아빠랑 엄마 걱정하시겠지?]



눈물이 나왔다.

살고싶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눈물만 흘렸다.

어느새 머리 위로 뜨뜻한 바람과 빗방울이 떨어지는 느낌에 울고 또 울었다.



......바람? 빗방울?



순간 오싹한 느낌이 뒷목을 타고 머리털과 사지로 퍼졌다.

그제야 내가 기대고 있는 벽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손으로 더듬거리며 만져보자 그것이 사람의 뼈라는 걸 분명 알 수 있었다.



[.....]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하하....]



웃음이 나왔다.

캄캄한 와중에 내 머리 위로 대가리를 들이밀고 있는 것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잭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짐승이었다.

그것은 나를 보며 침을 뚝뚝 흘리다가 이내 입을 쩌억-하고 벌리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아까 떨어져 죽지 않은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출처 : 오늘의 유머  죠르노_죠바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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